[디지털투데이 석대건 기자] 조용하던 패스트푸드 매장을 날카로운 목소리가 찢는다.

“저기요! 이거 어떻게 쓰는 거예요?”

40대로 보이는 한 고객이 키오스크(무인판매대) 앞에서 화난듯한 말투로 카운터의 아르바이트생을 찾는다. 아르바이트 점원은 마지 못해 걸어 나온다. 

고객이 목소리를 높인 건, 아르바이트 점원이 바빠 못 들은 탓이다. 자신을 찾았다는 걸 인식한 것도 버거와 사이드, 음료 등 세트 메뉴를 만들기 위해 카운터로 나와서였다. 매장 보이는 직원은 주방 외 카운터에서 메뉴 세팅하는 점원 1명뿐이었다. 다른 점원은 주방에 있었다.

그 고객과 함께 키오스크 앞에 선 아르바이트 점원은 “세트 메뉴 누르시고, 음료 선택하신 다음에 카드 넣으시면 돼요.”라고 무표정하게 말했다. 짜증이 날 법도 한 데 그런 기색은 찾을 수 없다. 

메뉴 준비를 위해 카운터로 돌아서는 점원을 고객은 다시 잡는다.

“버거 하나 더 추가하려면 어떻게 하지?”

고객의 키오스크 사용에 대한 불만을 아르바이트 점원이 모두 받아 감정노동 문제가 지적된다. (사진=McDonalds)
고객의 키오스크 사용에 대한 불만을 아르바이트 점원이 모두 받아 감정노동 문제가 지적된다. (사진=McDonalds)

다른 패스트푸드점도 마찬가지였다.

키오스크 앞에 선 고객이 “이거 안 되는데?”라며 카운터 쪽을 바라보자, 점원은 “이쪽에서 계산해드릴게요”라고 말한다.

이미 아르바이트 점원 앞에는 버거 세트 메뉴를 담는 플라스틱판이 4~5개가 놓여 있다. 주문은 밀렸다.

“대부분 사과 안 하죠"

패스트푸드점의 급격한 키오스크 도입으로 아르바이트생의 노동환경이 더욱 악화되고 있다.

패스트푸드 아르바이트 점원은 “1시간에 2~3명씩 키오스크 때문에 나와야 한다”며 고충을 토로했다. 일손이 부족한 상황에서 키오스크 때문에 더 바빠진 것이다. 

빠르게 회전하는 패스트푸드의 특성상 튀김류 음식을 기름에서 빼주는 등 곧바로 처리해야 하는 일이 많다. 기자와의 대화가 오가는 와중에도 포테이토 기계, 주문 알림, 배달 배차 등 족히 5가지 이상의 알람이 쉴 새 없이 들렸다. 그때마다 아르바이트 점원은 분주하게 움직여야 했다.

게다가 감정노동 강도도 심해졌다. 앞선 사례와 같이 고객은 키오스크를 이용하며 생긴 불편을 아르바이트생에게 쏟아 놓곤 한다. 아르바이트생의 무표정은 적응된 자기방어였다. “대부분 사과 안 하죠. 그러려니 해요."

점원 1인이 매시간 2~3명의 고객에게 키오스크 사용 방법을 설명해준다고 했을 때, 8시간 근무한다고 가정하면 20명 남짓의 사용 불만을 들어야 하는 셈이다.

제대로 된 대응 매뉴얼 없어...결국 노동강도 심해지고, 감정 노동 문제 발생 

그러나 각 패스트푸드의 본사는 고객의 키오스크 사용 중 불만에 대해 ‘친절한 사용법 안내’ 외에 별다른 대응 매뉴얼이 제공하지 않은 실정이다.

조성한 인유노무사무소 노무사는 “감정노동은 고객 대면 과정에서 발생한다”며, "만약 폭언 등으로 아르바이트 점원이 정신적 침해를 받는다면 당연히 구제 대책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감정노동은 고객과 직접 대면(face-to-face), 다른 사람의 감정 상태를 만드는 환경, 고용주의 직원 감정 통제의 세 가지 양상을 보이는데, 키오스크로 인한 점원의 고충은 감정노동의 세 가지 조건을 모두 충족하는 것이다.

결국 키오스크로 인해 아르바이트 점원의 노동 강도만 심해지고, 감정 노동 문제까지 방치하고 있는 것이다.

(지난 2015년 한 백화점에서 VIP가 아르바이트 점원을 무릎 꿇리고 빰을 때려 갑질 논란과 감정노동자의 실태 문제가 붉어졌다, 사진: 다음 아고라)
(지난 2015년 한 백화점에서 VIP가 아르바이트 점원을 무릎 꿇리고 빰을 때려 갑질 논란과 감정노동자의 실태 문제가 붉어졌다, 사진: 다음 아고라)

하지만 아르바이트생의 감정노동 사각지대는 점점 넓어질 것으로 보인다. 

패스트푸드 빅3인 롯데리아, 맥도날드, 버거킹은 주문 수요 분산 효과와 인건비 절감을 통한 매출 및 이익 증대 효과를 이유로 매장 내 키오스크 도입을 확대 중이다.

2018년 11월 기준, 빅3의 매장 중 50% 이상 키오스크를 도입·운영 중이다. 롯데리아는 전국 매장 1350여 개 중 750여 곳에, 맥도날드는 전국 400여 매장 중 220여 곳에, 버거킹은 매장 313곳 중 210여 곳에 키오스크를 설치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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