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지털투데이 유다정 기자] 2015년 메갈리아, 2016년 5월 강남역 화장실 살인사건에 이어 2018년에도 여성 문제는 여전히 뜨거운 감자다. 숨겨왔던 성범죄 피해 사실을 공개적으로 밝히는 '미투 운동'부터 시작해 불법 몰카 문제, 성대결 양상이 고스란히 드러났던 '이수역 폭행 사건'까지 화두에 오른 가운데, 다음 아고라의 퇴장도 주목된다.
구글이 전년 대비 검색량이 급증한 겁색어를 집계한 순위인 '2018 올해의 검색어'를 발표했다. 인물로는 성추행 의혹에 연루된 이후 사망한 배우 고(故) ‘조민기'가 1위에 올랐다. 뉴스/이슈 분야 국내 TOP 10 ‘이수역 폭행'은 인터넷 상에서 이성 간 혐오 논란을 낳으며 6위를 기록했다. 올해 상반기 확산되며 정치계, 문화계 등에서 한국 사회의 이면을 폭로한 ‘미투운동'도 10위를 기록했다.
#MeToo
미투 운동(Me Too Movement)은 사회운동가 타라나 버크가 소수인종 여성이나 아동등 사회적 약자가 피해 사실을 드러낼 수 있도록 독려하고, 서로의 경험을 나누며 공감하고 연대하는 것을 말한다.
미투 운동이 본격적으로 이슈가 된 것은 2017년 10월 하비 와인스틴 성범죄 파문 이후다. 영화 제작자라는 위치를 활용해 권력형 성범죄를 저지른 하비 와인스틴을 고발하거나 비판하기 위해 소셜 미디어에서는 해시태그(#MeToo)를 달기 시작한 것이다.
국내에선 1월 서지현 검사(사법연수원 33기)가 검찰청 내부 성추문을 고발하며 미투 운동이 촉발됐다. 5월에는 소셜미디어 인플루언서인 양예원 씨가 '저는 성범죄 피해자입니다. 꼭 한번만 제 이야기를 들어주세요.'라는 영상을 유튜브에 올리며 미투에 동참했다. 2015년 사진 동호회에서 구한 피팅 모델을 하러 갔다가 성추행을 당했다는 주장이다. 이 영상은 올해 유튜브 최고 인기 동영상에 오르기도 했다.
#몰카
몰카는 몰래카메라의 준말로, 찍히는 사람이 촬영이 됨을 모르거나 촬영 중임을 알았음에도 동의 없이 유포한 영상까지 그 의미가 넓혀졌다. 길거리나 탈의실, 화장실 등에서 소형 카메라를 부착해 촬영하거나, 성관계 장면을 촬영한 영상(리벤지 포르노)을 유포하는 행위이 모두 포함된다.
경찰청에 따르면 지난해 몰카 관련 사건은 총 6465건으로 하루 평균 17.7건이 발생했다. 전달이 쉽고 완전한 삭제가 어려운 인터넷의 특성상 피해자의 상처는 아물지 못하는 상황이다.
올해 몰카에 대한 분노는 인터넷 커뮤니티 '일간베스트'가 불씨를 지폈다. 일베에는 ‘여친(여자친구) 인증’이라며, 여성의 특정 신체부위를 촬영한 사진이 다수 게재됐다. 일부 게시물에는 여성의 신체뿐 아니라 얼굴까지 그대로 노출됐다. 댓글에서는 여성들을 품평하며 2차 가해 또한 계속됐다.
몰카 논란은 '웹하드 카르텔'로 다시금 도마에 올랐다. 웹하드는 다수의 사람과 파일을 공유할 수 있는 인터넷파일 관리 서비스로, 불법 음란물이 유통되는 온상이라는 혐의를 받고 있다. 여기에 더해 웹하드 카르텔은 웹하드 업체와 필터링 업체(디지털 장의사) 등이 유착돼, 영상 삭제를 요청한 피해자들을 기망한다는 주장이다.
#이수역 폭행 사건
여성 문제가 '핫한' 이유는 많은 이들이 공감하고 분노하기 때문임과 동시에, '성 대결 구도'를 수반하기 때문이다. 미투의 경우에도 '익명의 고발로 오히려 무고한 남성이 나올 수도 있다' 혹은 '은밀한 공간에서 이뤄져 증거 확보가 어려운 성범죄 특성상, 무혐의 받는다고 해서 무고한 것이 아니'라는 주장 등의 대립이 계속됐다.
'이수역 폭행 사건'은 2018년 11월 13일 새벽 4시 이수역 근처 한 술집에서 여성 2명과 남성 3명 사이 시비가 붙은 사건이다. 당시 여성 측에서 이 사건을 '여성 혐오로 인한 폭력사건'이라고 주장하며 인터넷에 게시글을 올려 공론화했다.
이에 그 자리에 있었던 남성들은 "여성들이 먼저 큰 소리로 남성 비하 발언을 했다"며 "폭력을 행사한 적은 없고 여성 스스로 넘어진 것"이라고 항변했다. 새벽 시간대 술자리에서의 말싸움과 몸싸움은 다소 흔한 일인데도, 성 대결 구도로 누리꾼 및 언론까지 동조해 화제가 된 사건이다.
살펴본 사건들과 함께 가장 눈에 띄는 것은 '청와대 국민 청원'이다.
청와대 국민 청원은 문재인 정부가 출범하면서 '국민이 물으면 정부가 답한다'는 철학을 내세우며 만들어졌다. 30일 동안 20만 명 이상의 국민들이 추천한 청원에 대해서는 정부 및 청와대 관계자(각 부처 장관, 대통령 수석 비서관, 특별보좌관 등)가 답하는 방식이다.
특히 '고 장자연 배우의 한 맺힌 죽음의 진실을 밝혀달라'는 내용의 청원은 총 23만5796명의 국민들이 참여, 재조사에 들어간 상태다.
'고 장자연 배우 사건'은 2009년 탤런트 장자연 씨가 유력인사들의 술접대와 성접대를 강요받고 폭행을 당했다는 내용의 유서와 유력인사 리스트를 남기고 목숨을 끊은 사건이다. 당시 성범죄 관련해선 모두 '혐의없음' 처분에 그친 바 있다.
이슈되는 안건마다 청원글이 올라와 신문고 역할을 톡톡히 한 탓인지, 다음 아고라는 조용히 퇴장하게 됐다.
다음카카오는 지난 3일 공지문을 통해 "그동안 ‘대한민국 제1의 여론광장’이라는 수식어에 걸맞게 다양한 의견들이 오갔습니다. 이제 15년간의 소임을 마치고 물러납니다"라며, 다음 아고라의 서비스 종료를 알렸다. 자신이 쓴 게시물만 9일부터 4월1일까지 백업할 수 있다.
다음 아고라는 지난 2004년 12월 첫 서비스를 시작해 어떤 주제든 누구나 의견을 낼 수 있는 '공론장'의 역할을 했다. 2008년 광우병 논란 당시에는 서버가 수차례 터질 정도로 많은 이들이 다음 아고라를 이용했다.
아고라는 주장에 동의하는 사람들이 뜻을 모으는 국민청원과는 다르다. 비속어가 조금 섞여있을지언정 마음껏 의견을 나눴던, 15년간의 기록이 사라지는 것은 많은 이들에게 아쉬움을 남긴다.
카카오 관계자는 "본인이 쓴 게시글만 삭제할 수 있다"는 점을 강조하며 "댓글을 백업하지 못하는 이유가 기술적인 것인지는 말씀드릴 수 없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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