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지털투데이 고정훈 기자] 문재인 정부 출범 이후 산업 전 분야에 걸쳐 노동조합(이하 노조)이 잇달아 생겨나고 있다. 그동안 무노조 평가를 받던 포스코와 삼성뿐 아니라 "더이상 공짜 야근은 없다"고 선언한 넥슨에 국내 백신업계 1위인 안랩까지 노조가 들어섰다. 그러나 시작이 순탄치만은 않다. 연일 기업들의 노조 와해 의혹이 제기되고 있기 때문이다. 게다가 노조의 악영향을 우려하는 목소리도 적지 않게 나오고 있는 상황이다.

노조는 근로자를 주체로 근로 유지 및 개선 등을 도모하는 단체를 뜻한다. 이는 근로자의 권익 보호라는 성격을 가지고 있다. 노조의 순기능에 대해 한국노동자총연맹(이하 한노총) 관계자는 "노조는 근로자들의 권익과 인권을 보호하고, 메신저 역할을 한다"고 설명했다.

이어 "자본은 특성상 효율을 따르기 때문에 사람을 상품처럼 다루는 경우가 많다. 산업혁명 시대 때 사람이 기계부품처럼 다뤄졌던 일이 그 증거"라며 "구성원의 목소리가 전달되고 소통하는 역할,  조금 비효율적이더라도 적어도 사람의 관점에서 가치를 회복할 수 있게 해주는 것이 노조의 역할"이라고 했다.

반면 사용자를 대변하는 경제단체인 한국경영자총협회(이하 경총)는 노조의 악영향에 대해 우려하고 있다. 경총 관계자는 “노조 활동이 법적으로 보장될 필요성이 있는 건 사실이지만 일반적인 노조 활동과 과도한 노조 기득권화는 별개의 문제로 생각해야 한다"고 밝혔다. 노조가 기득권화되면 순기능보다 오히려 역기능이 더 강조된다는 것이다. 경총 관계자는 "노조는 공공의 이익보다는 자신이 속한 집단만의 이익을 추구하는 단체로 변질될 수도 있다"고 말했다.

미국 경제학자 밀턴 프리드먼도 "노조로 인해 근로자 10~15%는 임금이 올랐지만, 나머지 85~90%는 약 4% 삭감됐다"고 지적한 바 있다.

최근 노조 와해 의혹이 불거진 삼성(사진=삼성)
최근 노조 와해 의혹이 불거진 삼성(사진=삼성)

경총 관계자는 또 "현 상황에서 무분별한 파업과 대체근로가 사실상 불가능한 현실이 가장 문제"라며 "파업은 노·사 협의에서 최후의 보루로 사용돼야 하는 게 원칙이지만, 우리나라에서는 파업이 협상 과정에서 하나의 카드로 남용되고 있다"고 꼬집었다. 

수도, 전기 등 필수공익사업만 대체근로가 가능한 현실에 대해서도 개선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노동조합 및 노동관계조정법 43조에 의하면 노조가 파업할 때 사용자는 대체근로를 활용할 수 없도록 하고 있다. 경총 관계자는 "파업이 무분별하게 사용되는 와중에 대체근로까지 막혀 사업자는 큰 압박감을 느끼게 된다"고 말했다.

때문에 임금인상과 직업의 세습화 등 노조의 무리한 요구를 들어주게 되고, 이는 곧 사업체 약화로 이어진다는 지적이다. 임금이 많은 비중을 차지하는 구조상 소비자에게 임금인상 부담을 전가하는 등 부작용을 초래할 가능성도 있다. 실제 미국이나 독일의 경우 대체근로를 금지하는 규정이 없다. 일본이나 영국도 일정 요건에 따라 대체 근로를 허용하고 있다.

이에 한노총 관계자는 "우리나라에서 말하는 부정적인 이미지를 가진 강성노조는 노조 중 소수에 불과하다"며 "이런 프레임도 보수 정당과 언론이 합작해 만들어낸 이미지"라고 반박했다.

그러면서 "유럽의 노조 결성률이 20~30%대에 달하는 것에 비하면 우리나라는 아예 노조 역할을 못하는 수준이며 그나마도 (노조가) 공공부문 혹은 일부 대기업에만 존재하고 중소기업에서는 아직 조직되지 않은 곳이 흔하다"고 주장했다. 우리나라 노조 조직률은 10% 정도로 국민 10명 중 1명만 가입한 상황이다. 이는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가입국가 중 최하위 수준이다.

지난 17일 국회 정론관에서 열린 민주노총 금속노조 포스코지회 관련 기자회견(사진=추혜선 의원)
지난 17일 국회 정론관에서 열린 민주노총 금속노조 포스코지회 관련 기자회견(사진=추혜선 의원)

LG경제연구원 김현기 연구원은 "노조 자체는 건전하고 순기능이 있어 사회 안에 세력의 균형 등을 위해 꼭 필요하다"면서도 "더 중요한 인간의 숭고한 가치를 지키기 위해 (노조가)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다만, 노조의 기득권화와 경영·생산 효율성 저하 측면에선 우려를 나타냈다. 김현기 연구원은 "노조를 연구하는 여러 학자들이 말하듯 노조도 세력화 되고 토착되면 부패한다. 좀 더 노조를 건전하게 만들려는 노력이 필요하다"며 "일부 강성노조를 제외한 대기업 노조는 비합리적인 안건을 내놓으면 구성원들로부터 신임을 잃는 경우가 많다. 노조 수뇌부가 부패해 다시 다른 노조가 탄생하는 것도 민주주의의 한 과정"이라고 했다.

김 연구원은 “일부 선진국은 중·고등학교 때부터 사업자 혹은 노동자의 입장에서 노사 협의를 하는 모의과정을 하기도 한다. 노사 문제가 선진화됐다는 증거다. 이는 노조도 정치의 문제이기 때문에 사회 현상에 대해 바라보는 시각을 키워주는 역할을 하게 될 것"이라며 “우리나라는 아직 노사 문화가 짧은만큼 이런 사회현상에 대해 사람들이 관심을 가지면서 인식을 하나씩 개선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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