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지털투데이 박기태 기자] "노동조합(노조)이 설립되면 회사가 망할 수 있다는 생각에 걱정이 앞선다." "노동자의 권리가 보호·존중 받는 중요한 계기가 마련됐다."  

친노조 성향의 문재인 정부가 들어선 뒤 노조가 속속 생겨나고 있다. 근 반세기 동안 무노조 경영을 이어온 삼성전자를 비롯해 국내 1위 철강업체 포스코, 국내 최대 검색업체 네이버, 게임업계 1위 넥슨, 보안 소프트웨어 업계 1위 안랩까지 창사 이후 처음으로 노조가 만들어졌다.

이를 두고 기대와 우려가 공존한다. 한편에선 노동자 권리 강화로 회사 측의 부당한 대우나 살인적인 업무량에서 벗어날 수 있을 것이란 기대감에 반기는 분위기다. 하지만 또 다른 한편에선 잇단 파업으로 기업의 생산성과 경쟁력이 저하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지난해 7월 KT노조원 5000여명이 미래부 청사앞 공터에 모여 1.8GHz 주파수 경매 관련 시위를 벌이고 있다.

이처럼 노조 설립을 바라보는 시선은 극명하게 갈린다. 이유는 간단하다. 그동안 일부 노조가 보여준 '그릇된 행태' 때문이다. 혹여나 새롭게 생긴 노조조차 '그릇된 행태'를 답습하지 않을까하는 걱정이다.

노조의 사전적 의미는 노동 조건의 개선과 노동자의 사회적·경제적인 지위 향상을 목적으로 노동자가 조직한 단체다. 그런만큼 사측으로부터 근로자들의 권익과 인권을 보호하고, 사측과 근로자를 잇는 메신저 역할을 해야 한다. "구성원의 목소리가 전달되도록 소통하는 역할, 조금 비효율적이더라도 적어도 사람의 관점에서 가치를 회복할 수 있게 해주는 것이 노조의 역할"이라는 한국노동자총연맹(한노총) 관계자의 말은 귀담아 들을 만하다.

하지만 이른바 귀족·강성 노조로 일컬어지는 일부 노조의 행태는 그동안 상식에서 크게 벗어났다. 일감이 없어 수 백명이 휴업 중인데도, 회사가 적자 수렁에서 헤어나지 못하는 데도 임금인상 등을 요구하며 파업을 벌인 것은 일반 국민들조차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게 만들었다.

사측의 말에는 아예 귀를 닫은 채 자신들의 주장을 관철하는 데만 열을 올리는 모습은 회사의 생존은 안중에 없는 것처럼 비춰졌다. 가치 회복이라기 보다는 '제 밥그릇 챙기기'에만 급급해 보였다. 새로운 노조 설립에 대해 곱지 않은 시선이 나오는 것도 이 때문이다. 

"집단 이기주의에 얽매이지 않고 회사와 함께 성장하겠다는 생각을 가진다면 노조는 장려할만 하다." 한 대기업 직원의 말처럼 노조도 기업 발전의 동반자여야 한다. 회사가 없으면 노조도 존재할 이유가 없다. 그런만큼 무엇이 회사를 위하는 일인지에 대한 전향적 고민과 준비가 필요하다. 이젠 노조 스스로가 존재의 이유를 증명해야 할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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