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지털투데이 고정훈 기자] 지난 17일 국회 정론관에서 민주노총 금속노조, 정의당 소속 심상정 의원, 추혜선 의원 등이 참석해 민주노총 금속노조 포스코지회 출범 소식을 알렸다. 민주노총 산하에 포스코 지회가 생긴 건 포스코가 설립된 이후 처음이다. 과거 포스코에 한국노총 노조가 설립된 적은 있었다. 하지만 사실상 실패해 무노조라는 평가를 받았다. 이번 포스코 새 노조가 과거의 실패를 딛고 개선을 이뤄낼 수 있을지 기대를 모으고 있다.

1988년 한국노총 산하 포스코 노조 출범

포스코 노조의 시작은 1988년부터다. 전신인 포항종합제철이 1987년 민주화 열풍을 타고 한국노총 계열의 대규모 노조가 탄생했다. 처음 출범 당시에는 세계적인 경쟁력을 갖춘 철강 회사에 걸맞는 노조가 되길 바라며 많은 기대를 모았다.

그러나 처음부터 순탄하지는 않았다. 설립 이후부터 노ㆍ사는 많은 갈등을 겪었다. 특히 1991년 노조 간부가 지위를 이용해 금품수수를 했다는 의혹이 제기되며 위기를 맞았다. 이후 많은 노조원들이 떠났다.

한때 1만 8000명에 달했던 노조는 현재는 9명 정도만 남아 사실상 외형만 유지하는 수준이었다. 때문에 그동안 포스코는 노조가 있음에도 불구하고 무노조, 또는 휴면 노조라는 평가를 받았다.

지난 17일 국회 정론관에서 열린 민주노총 금속노조 포스코지회 관련 기자회견(사진=추혜선 의원)
지난 17일 국회 정론관에서 열린 민주노총 금속노조 포스코지회 관련 기자회견(사진=추혜선 의원)

해당 사건에 대해 한국노총 관계자는 "워낙 오래된 일이고, 당시 (한국노총에) 계셨던 분들이 대부분 떠나 자료를 찾기 어렵다"고 말을 아꼈다. 그러나 노조 간부 금품수수 사건 배후에는 포스코가 있었고, 더 나아가 사측이 노조를 탄합한 것은 사실이라고 전했다.

노동조합 관계자는 SNS를 통해 사건에 대해 언급했다. 서울대 보건 환경대학원은 포스코노조에 요청에 따라 포스코 제철소 현장을 조사한 후 발암물질이 검출된다는 측정 결과를 발표했다. 이에 놀란 포스코 측이 당시 정권과 결합해 노조를 와해시켰다는 주장이다.

시간이 많이 지나 지금은 이 사실에 대해 파악하기 어렵다. 그러나 심상정 의원은 이번 금속노조 포스코지회 설립기자회견 때 "군부정권 안에서 사측과 공안기관의 회유와 협박, 그리고 대대적인 노조 탈퇴 공작"에 대해 언급하기도 했다. 

과거를 딛고 복수노조체제로 전환

노조가 실질적인 힘을 잃고 그 역할은 1997년 설립된 노사협의회의 일종인 노경협의회가 맡았다. 노경협의회는 임금, 단체 협상 등 노사 협의에서 근로자쪽 교섭권을 행사했다. 그러나 성격상 쟁의권, 단체행동권 등이 없어 노조라고 부르긴 어려웠다.

이런 상황 속에서 포스코 노조가 설립돼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오기 시작했다. 카카오톡 공개채팅방을 열고 노조설립이 모색되었다. 지난 6일 포스코 새로운 노조 출범선언문을 발표했다. 당시 노조 비정규 조직화사업 양기창 부위원장은 "전국 현장을 중심으로 조합원 가입원서가 접수되고 있다"며 기대감을 드러내는 한편 "포스코 새노조 조직을 9월 안에 완성하겠다고"고 말했다.       

11일 성명서를 내고 "50년 동안 포스코 노동자들은 노동3권을 제대로 누리지 못하고 억압을 받아왔다"며 "노동3권을 보장하고 노조탄압을 중단하라"고 촉구했다. 13일에는 추혜선 정의당 의원과 함께 금속노조 가입을 선언, 무노조 경영을 타파하겠다고 발표했다. 이어 16일에는 설립 총회를 가져 지회 규칙을 제정하고, 포항과 장항 지역에 통합지도부를 선출했다.

그리고 17일 금속노조는 국회정론관에서 포스코지회 출범을 선언하는 기자회견을 가졌다. 금속노조는 "포스코가 정권이 바뀔 때마다 홍역을 치르고, 부정과 비리의 기반이 되는 모습에 구성원들이 분노했다"고 출범 배경에 대해 발표했다.

함께 자리한 심상정 정의당 의원은 "포스코에 노동조합이 결성된 것은 헌법 33조의 부활을 의미한다"며 민주적인 노사관계를 만들어 명실상부한 국민기업 시대를 다시 여는 계기로 삼기를 바란다"고 전했다. 또한 "노조 무력화 기도를 획책한다면 정의당 차원에서 절대 좌시하지 않겠다"고 밝혔다.  

같은날 한국노총도 서울 여의도 한국노총 회의실에서 포스코 노동조합 재건 추진위원회 발족 기자회견을 열어 "기존 포스코 노조는 현재 9명밖에 되지 않는 단체로 전락, 환골탈태 없이는 존립할 수 없다는 판단에 따라 포스코노조 집행부 총사퇴와 함께 한국노총과 금속노련에 지원을 요청했다"고 전했다. 또한 "지난 6월 포스 조직화TF를 발족 포항철강노조를 출범했으며, 포스코노조 비대위로부터 지원요청에 따라 포스코노조 정상화에 나서기로 했다"고 밝혔다.

민주노총과 한국노총이 동시에 포스코 노조 정상화 및 포스코지회 설립을 발표해 당분간 포스코 노조는 복수체제로 운영될 계획이다. 금속노조 포스코지회 측은 "구체적인 인원은 아직까진 밝히기 어렵지만 체계가 갖춰진 노조가 구성된 것"이라고 밝혔다.

갈등 재점화 

이처럼 사실상 무노조라고 평가받던 포스코에 복수체제에 노조가 설립된 후 최정우 포스코 회장 역시 노조가 출범할 경우 만나겠다고 밝혀 오래된 노·사 갈등이 해결될 수 있을지 기대를 모았다. 그러나 한편으로 우려의 목소리가 있는 것도 사실이다.

민주노총 금속노조와 한국노총 금속노련의 교섭권에 대한 해석이 다르기 때문이다. 특히 금속노련은 기존 노조를 단위노로 재건해 독자적인 교섭을 행사할 수 있지만, 금속노조는 교섭권은 산별노조가 행사하고 이를 포스코지회에 위임할 수 있도록 돼 있어 향후 노사교섭주체에 대한 해석이 달랐다.

게다가 지난 추석 연휴에는 금속노조 포스코지회와 포스코측의 충돌이 일어났다. 포스코측은 보도자료를 통해 "남자 5명이 회사에 침입해 문서를 탈취했다"고 밝혔다. 금속노조 측 관계자는 전화 인터뷰를 통해 "충돌이 아닌, 사측의 불법행위를 발견한 것"이라고 했다.

현재까지 해당 사건은 경찰 수사가 진행 중이다. 포스코와 노조가 이런 갈등을 해결하고 새로운 방향으로 나아갈 수 있을지 많은 사람들의 관심이 쏠린다.

저작권자 © 디지털투데이 (DigitalToday)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