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지털투데이 고정훈 기자] 포스코가 지난 5일 개혁안을 발표했다. 이를 통해 그룹 내 인력 재배치, 사업 확대, 부서 통폐합 등을 약속했다. 사회와의 상생 방안도 함께 내놨다. 그러나 이번 발표는 어딘가 부족하다는 인상이 남는다. 최근 포스코 내 주요 화제로 떠오른 노동조합(노조)에 대해서는 회피한 느낌이 강하기 때문이다. 

"모두 함께, 차별없이, 최고의 성과를 만든다"

어느덧 포스코 최정우 회장이 취임한지 100일을 맞았다. 지금까지 성적은 좋다. 포스코는 올해 3분기 영업이익으로 1조 5311억원을 기록했다. 전년 동기 대비 36%, 매출액은 9.1% 상승한 16조 4107억원이다. 이는 7년만에 최대 분기 영업이익을 달성한 수치다. 철강 업계의 고전 속에서도 포스코는 홀로 빛났다.

이런 상황에서 발표한 포스코 100대 개혁 과제도 좋은 평가를 받고 있다. 포스코는 이번 개혁을 통해 50년을 넘어 100년 동안 건실한 기업으로 남을 수 있는 비전을 마련하겠다는 각오다.

앞서 지난 7월부터 현재까지 포스코는 주주, 고객사, 지역주민 등 다양한 의견을 ‘러브레터’라는 이름으로 받아 왔다. 이 의견들은 이번에 발표한 포스코 100대 개혁 과제를 구성하는 기본 토대일 것으로 보인다.

최 회장은 ‘모두 함께, 차별없이, 최고의 성과를 만든다’ 라는 표어를 슬로건으로 내세웠다. 이번 개혁과제의 핵심은 경영개혁 추진을 통해 2030년까지 매출 100조원, 영업이익 13조원을 이루겠다는데 있다. 지난해  포스코 영업이익은 4조6218억원이다. 약 3배가 넘는 성장을 목표로 잡았다. 

지금보다도 비중이 늘어난 철강사업이 인상적이다. 철강사업은 고부가가치제품의 비중을 지속적으로 늘릴 예정이다. 2025년까지 자동차강판 판매량 12000만톤을 목표로 한다. 또한 기술개발을 통해 제품과 원가절감하는 데 집중한다. 여기에 자체적인 기술개발만 고집하지 않고, 기술협력을 확대해 개방형 기술 확보 체제로 전환한다.

개혁과제 주요내용(자료=포스코)
개혁과제 주요내용(자료=포스코)

그룹 사업으로는 포스코 LNG를 도입, 포스코 대우가 전체적인 LNG트레이딩 사업을 일원화한다. 또한 포스코건설은 건축설계, 시설관리 등 유사한 성격의 그룹사업을 합친다. 이밖에도 포스코에너지는 광양의 LNG터미널와 통합, 부생가스발전은 제철소의 발전사업과 함께 운영한다.

포스코켐텍은 음극재 및 전극봉 소재가 되는 침상코크스 공장을 신설한다. 탄소소재 사업이 고부가 사업으로 평가받는 만큼 영역을 확대할 방침이다. 내년 통합을 앞둔 양,음극재사업은 ‘이차전지소재 종합연구센터’를 설립한다. 2030년까지 세계 시장점유율 20%, 매출액 17조원 규모의 사업으로 키우겠다고 했다.

포스코는 이같은 목표를 위해 자체 보유 현금과 향후 5년간 수익을 활용해 2023년까지 45조원 투자할 방침이다. 이를 통해 2만명 고용을 이룬다는 각오다.

이는 사회 공동발전과 연결된다. 이외에도 지역경제 발전과 일자리 창출을 위해 벤처밸리를 조성한다. 청년 창업 지원캠프도 운영할 예정이다.

주요사업장에는 직장어린이집과.방과후 돌봄시설도 늘린다. 이밖에도 중소기업 동반성장, 공정거래문화 장착, 협력사 처우 개선 등 각 분야에 걸친 상생을 약속했다.

항간에 소문으로만 떠돌던 인력재배치는 사실로 드러났다. 현장 중심의 경영을 위해 현장과 소통이 필요한 서울내 부서를 포항과 광양으로 전진 배치한다.
정확한 인원과 규모는 이번 발표를 통해 알려지지 않았다. 

포스코는 우선 실행 가능한 과제부터 우선 추진하고, 조직개편이나 제도개선 등은 내년 상반기까지는 마무리 한다는 방침이다. 각 분야의 개혁과제는 임원급 담당자가 추진한다. 여기에 CEO가 주기적으로 진행상황을 점검하는 구조다.

포스코 본사 전경
포스코 본사 전경

노조만 빠진 발표? 

그동안 포스코 노조 문제가 불거지고 있는 만큼 최 회장의 새로운 발표가 있을 거라는 예측이 많았다. 그러나 이번 100대 개혁 안에 노조에 대해 언급한 내용은 적었다.

그나마도 새로운 내용은 아니었다. 포스코측은 "회사의 자랑인 노사화합 전통을 지속 계승, 발전시켜 나가는 한편, 새로운 노사환경에 발맞춰 대화와 타협으로 모범적인 노사문화의 전형을 만들어 갈 계획이다"이라고 밝혔다. 일각에서는 그동안 나왔던 이야기가 되풀이한다는 지적이 제기됐다.

현재 포스코 노조는 지난 50년동안 무노조 경영이라는 틀을 깨고 양대 노조가 들어서 있다.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행 금속노조와 한국노동조합총연맹 금속노련이다. 현재 두 노조는 노사 간 갈등을 넘어 노노 간 갈등을 겪는 중이다.

바로 대표노조 지위 때문이다. 대표노조는 상징성 외에도 단체교섭 및 단체협약체결 등 권한을 가지고 있다. 노조법에 따라 한 사람이라도 더 많은 노조원을 가진 단체가 대표노조 지위를 갖는다. 현재 두 노조는 노조원 확보 경쟁이 치열하다. 아직까지는 갈등이 해결될 조짐이 보이지 않고 있다.

여기에 민주노총은 지난달 정의당 이정미 의원 등과 같이 부당노동행위 고소 기자회견을 열었다. 사측이 노조 가입을 막았다는 이유다. 실제 고소가 진행되기도 했다. 

민주노총 금속노조 관계자는 "이번 개혁안에서 노조 문제에 대해 말할 부분은 사실 뻔했다"며 "최 회장이 취임 직후부터 사회 각층 이야기를 다 듣는다고는 하지만 이번에도 노조의 말은 외면했다"고 꼬집었다. 그러면서 "예전부터 대화신청을 했지만 사측은 받아주지 않았고, 대화가 약속된 13일에도 정 회장은 나오지 않는다"며 "그동안 나눈 대화가 없으니 했던 말을 되풀이 할 수 없는 것"이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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