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지털투데이 김동규 기자]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의 ‘뇌물’혐의 관련 1심 선고가 25일 서울중앙지법에서 내려진다. 이 부회장은 현재 특검으로부터 박근혜 전 대통령과 최순실씨 측에 433억원 상당의 뇌물을 주거나 주기로 약속하는 등 총 5개 혐의로 재판에 넘겨져 있다.

재판의 결과에 따라 이 부회장이 집으로 가거나 다시 구치소로 향할 수 있다. 물론 어떤 식의 판결이 나오든 양측에서 항소 가능성이 높아 최종 재판 결과는 내년에야 나올 것으로 전망된다. 즉 이 부회장을 둘러싼 혼란은 내년까지 지속될 가능성이 높다는 것이다.

1심 선고를 하루 앞둔 24일 대한민국은 삼성전자로 인해 하루 종일 들썩였다. 뉴욕에서 삼성전자의 플래그십 스마트폰 갤럭시노트8이 공개됐기 때문이다. 이날 오전부터 저녁까지 포털의 실시간 검색어 및 주요 IT뉴스란에는 갤럭시노트8관련 내용이 장사진을 이뤘다.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 (사진=삼성)

예상 밖의 결과가 빚은 모순이나 부조화를 뜻하는 ‘아이러니’라는 단어가 떠오른다. 한켠에선 올해 2분기 사상 최대 실적을 올린 글로벌 기업 삼성전자의 새 스마트폰이 소개되는데 바다 건너 그 기업의 수장은 구치소에서 나와 법정으로 향하는 모습이 펼쳐지기 때문이다.

이를 두고 갖가지 해석도 펼쳐진다. 이 부회장 없이도 잘 되는 삼성전자라는 시선과 이 부회장이 장기적인 안목을 갖고 수년 전부터 진행한 일들의 결과가 현재 삼성전자의 호실적이 배경이라는 시선이 부딪힌다. 수학처럼 숫자로 딱 떨어지게 수치가 나온다면 어느 한 쪽에 힘을 실을 수도 있겠지만 두 가지 시선 다 복잡미묘한 상황과 배경으로 나름의 논리를 확보하고 있다.

국민들이 삼성을 바라보는 시선도 분열돼 있다. 대한민국의 일류기업으로 글로벌 시장에서 경쟁하고 많은 일자리를 창출하는 회사로 보는 시선이 있다. 반대편에서는 그 자리까지 올라가는 과정에서 법과 같은 사회적 시스템을 무시하고 ‘삼성 공화국’이라는 이야기를 들을 만큼 사회 곳곳에서 부정적인 영향력을 행사한다는 시선이 존재한다.

갤럭시노트8이 공개되고 이 부회장의 재판이 ‘세기의 재판’이라는 별칭으로 동시에 진행되는 아이러니한 날이다. 하지만 한가지 분명한 사실은 사법부의 판단을 존중하되 이번 사건으로 삼성전자와 대한민국을 차분하게 돌아보는 계기가 돼야 한다는 점이다. 인정할 것은 인정하고 비판할 것은 비판하는 건설적인 기회가 돼야 한다는 것이다.

재판 결과가 혼란의 시작이 될지 논란의 종지부를 찍을지 알 수는 없다. 하지만 법원의 판단을 존중하지 않고 편향된 시선으로 어느 한 편만을 보게 되면 다 같이 파국으로 치달을 수 있다. 3심까지 진행될 가능성이 높은 이번 사건이 삼성과 우리 사회를 냉철하게 바라보는 계기가 됐으면 한다.

저작권자 © 디지털투데이 (DigitalToday)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관련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