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지털투데이 김동규 기자] 삼성전자가 7일 발표한 올해 2분기 잠정실적을 보면 삼성전자가 글로벌 제조회사와 IT기업들을 제치며 세계적으로 당당한 회사가 됐음을 확인할 수 있다. 2분기에 60조원의 매출과 14조원의 영업이익을 기록할 것으로 전망됐는데 이는 미국의 대표 기술기업인 애플과 페이스북·아마존·넷플릭스·구글의 머릿글자를 딴 FANG의 2분기 영업이익 예상치보다 많은 것이다.

이런 삼성전자 실적 호황 속에서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의 행보에도 관심이 쏠리고 있다. 현재 호실적의 바탕에는 총수 일가의 과감한 결단이 있었다는 배경에서다. 단기 실적에 연연하는 CEO와 달리 장기적이고 큰 규모의 투자 결정을 할 수 있는 오너 경영인의 중요성이 부각되기 때문이다.

특히 삼성전자가 평택 반도체 사업장에 2021년까지 총37조원의 대규모 투자를 감행하는 결정은 이 부회장의 결단이 컸던 것으로 알려졌다. 이런 배경에서 삼성전자가 반도체 관련 대규모 투자나 하만 인수합병과 같은 굵직한 결정을 다시 한 번 내리기 위해서는 총수 일가의 과감한 결단이 필요한 것으로 업계는 보고 있다.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

때로는 필요한 ‘오너리스크’

현재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은 구치소에 수감돼 있다. 특검이 삼성물산과 제일모직의 합병을 이 부회장의 ‘경영권 승계’로 보고 이 과정에서 삼성이 박근혜 전 대통령측에 청탁했다고 보고 있기 때문이다.

이 부회장의 구속기간 만료는 다음달 27일로 통상적으로 1심 선고는 구속기간 만료 전에 이뤄진다. 어떤 결과가 나올지 예측하기는 어렵지만 이 부회장의 수감으로 인해 삼성전자의 중요 의사결정 프로세스가 중단된 것은 기정사실화 됐다. 대규모 투자, 인수합병(M&A)등에서 차질이 빚어진다는 이야기다. 큰 투자결정을 할 때 누군가 앞에 나서서 책임을 질 만한 사람이 없다는 점에서 긍정적 의미의 오너리스크 부재가 삼성에 치명타로 작용할 수 도 있다는 것이다.

삼성전자 관계자는 “현재 삼성전자의 중요 결정은 이사회를 통해 하고 있지만 반도체 라인 투자와 같이 수십조가 들어가는 투자 결정을 이사회나 전문경영인 체제에서 하기는 힘들다”며 “현재 이 부회장 없이 삼성전자 실적이 좋게 나왔지만 이는 수년 전의 투자 결정의 결과”라고 말했다.

한 대기업 관계자는 “전문경영인 체제가 우리 대기업에도 많이 정착됐고 효율성 있는 경영이 이뤄지는 등 장점도 있지만 여전히 우리나라 기업문화에서는 과감하게 결정을 할 수 있는 총수 일가의 중요성이 존재한다”며 “대규모 투자가 잘 되지 않아서 누군가에게 책임을 묻게 될 때 그 부담을 떠안으려고 하는 CEO들은 총수 일가를 제외하는 없을 것이다”라고 밝혔다.

증권업계도 장기적으로 볼 때 이 부회장의 부재는 대규모 투자와 책임 소재 측면에서 부정적인 영향을 줄 수 있다고 전망한다. 노근창 HMC 투자증권 연구원은 “올해 반도체 디스플레이 등 업황이 좋아서 삼성전자의 실적은 단기적으로 괜찮을 것으로 보이지만 의사결정권자가 없으면 M&A에서 차질이 발생할 수 있다”며 “아무리 시스템으로 돌아가는 회사라도 책임측면에서는 전문경영인들로는 한계가 있다”고 분석했다.

문제는 미래 먹거리

삼성전자가 반도체·디스플레이와 같은 부품쪽에서 호황에 힘입어 2분기 분기 사상 최대 실적이 예상되는 등 올해 내내 좋은 실적을 낼 것이라는 전망은 대부분의 전문가들이 동의한다. 하지만 반도체 초호황기(슈퍼사이클)이 지나고 나서 어떤 전략으로 삼성전자가 현재의 위치를 유지할 것인가에 대해서는 전망이 불투명하다.

문제는 미래 먹거리를 찾는 데서도 과감한 결정을 할 수 있는 책임자가 필요하다는 것인데 이 부회장의 구속 수사로 인해 결정에 애를 먹을 수 있다는 점이다. 실제로 삼성전자는 작년 하만 인수 이후 굵직한 M&A가 중단된 상태다.

한 업계 관계자는 “이 부회장이 과거 e삼성 실패와 같은 좋지 않은 경영 성과도 있지만 이후 삼성그룹이 IT, 금융, 바이오로 재편되는 과정에서 적극적으로 M&A에 나서 하만 인수에 성공하는 등 결단력을 보여 준 적이 있다”며 “제조업에서 세트부터 부품까지 강점을 보이는 삼성전자는 이제 미래 먹거리 확보에 주력을 해야 한다”고 밝혔다.

주대영 산업연구원 연구위원은 “사실 반도체 부분에서 중국이 대규모의 투자를 감행하면서 삼성전자를 넘어서려고 하고 있지만 현재 평택 라인 대규모 투자와 같이 투자만 제대로 이뤄진다면 3~4년 정도는 괜찮을 거 같다”며 “3D 낸드플래시 등 기술 혁신과 같은 기술적 부분까지에서 경쟁력을 계속 유지하려면 대규모 투자를 결정하고 이에 책임까지 질 수 있는 강한 리더십이 필요하다”고 분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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