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셔터스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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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지털투데이 강주현 기자] 부산 블록체인 규제자유특구를 둘러싼 위기론이 확산하고 있다. 특구에 대한 인식이 전반적으로 떨어지는 가운데, 최근 협력 업체에서 횡령 사건까지 발생하면서 사업에 차질이 생기는 게 아니냐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분위기를 반전할 만한 혁신 카드가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21일 가상자산 업계에 따르면 부산상공회의소가 최근 발표한 '부산 블록체인 규제자유특구에 대한 기업 인식 조사'에 따르면 국내 블록체인 기업 465개 중 48.2%가 부산이 블록체인 규제자유특구로 지정된 사실을 전혀 알지 못한다고 답했다. 이름만 들어봤다는 응답률도 21.1%로 나타났다. 70% 가량이 부산 블록체인 특구의 존재를 잘 모르고 있는 셈이다. 

부산이 블록체인 산업 진행에 있어 별다른 이점이 없다는 의견도 많았다. 부산의 비즈니스 환경에 대해서는 업체 중 54.8%가 미흡하다고 했고, 43.4%도 별다른 장점이 없다고 답했다. 인재 풀이나 기술 및 정보 접근성에서도 53.6%가 미흡하다고 했다. 규제자유특구임에도 투자환경과 산업 생태계조차 부족하다는 평가가 많았다. 

부산시는 지난 2019년 7월 블록체인 특구로 지정된 이후로 부동산, 물류, 관광, 금융 등 다양한 블록체인 실증사업을 진행하고 있지만 제대로 된 사업 결과물이 없다. 부산시는 지난 2020년 블록체인 특구 통합 서비스 모바일 앱 비패스를 출시했지만 8월 19일 기준 구글 플레이스토어에서 다운로드 건수는 1만회에 불과하다. 

부산연구원은 지난해 1월  "부산시민들이 아직 블록체인을 생소하게 여긴다"는 내용의 조사 결과를 발표했다. 보고서에 따르면 부산시민들은 5G, 인공지능, 자율주행차, 빅데이터, 블록체인 등 스마트 기술 중 블록체인에 대한 인지도가 가장 낮은 것으로 나타났다. 

블록체인 특구를 부산시에 제안하고 현재도 운영위원으로 참여하고 있는 한 관계자는 "특구가 제한된 지역에서만 이뤄지다 보니 서비스가 확산되지 못한 상황"이라며 "새로 당선된 부산 시장 역시 블록체인 특구 부흥보다는 블록체인을 이용한 새 서비스 출시에 더 관심이 많다"고 말했다. 

이런 가운데 지난 2020년 7월 부산 블록체인 특구 추진사업에 최종 선정된 업체 중 한 곳인 세종텔레콤이 자회사인 비브릭에서 최근 441억원에 달하는 횡령 사건이 발생하면서 특구 사업에 차질이 생기는 게 아니냐는 우려가 더 커졌다. 

세종텔레콤은 최종 선정된 3개 사업 중 '블록체인 기반 부동산 집합 투자 및 수익 배분 서비스 사업'과 '블록체인 기반 의료 마이데이터 비대면 플랫폼 서비스'에 참여했다. 관련 서비스로 부동산 거래 플랫폼인 비브릭, 의료 마이데이터 플랫폼인 비헬씨를 지난해 12월 출시했다. 지난 4월에는 비브릭의 첫 투자상품인 부산역 인근 초량MDM타워 공모청약에서 목표액을 100% 달성했다. 

그러나 지난 5월 가상자산 운용 서비스도 맡고 있던 비브릭의 권모 이사가 441억6000만원에 해당하는 금액을 횡령했다. 현재 관련 수사가 진행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세종텔레콤은 반기보고서를 통해 6월 30일까지 횡령 금액 중 39억4600만원을 상환했다고 밝혔다. 

세종텔레콤은 지난 11일 이사회를 개최해 지난 2019년 인수한 비브릭 보유 지분 54.8%에서 48.99% 매각을 결의하고 진행했다. 이로 인해 비브릭을 종속기업에서 관계기업으로 변경했다. 김형진 세종텔레콤 대표는 지난 6월 9일자로 비브릭 기타비상무이사를 사임했고, 박효진 세종텔레콤 이사는 7월 5일자로 비브릭 기타비상무이사를 사임했다.  해당 횡령 사건으로 인해 세종텔레콤은 회계보고서 감사의견 거절 의사를 받아 관리종목으로 지정되기까지 했다. 

업계에서는 권 모씨로 인해 여러 중소 가상자산 거래소가 비브릭에 직접 투자하거나 가상자산을 대여했다가 큰 손실을 입은 것으로 보고 있다.

또한 권 모 씨는 지난 2019년 코인네스트 거래소에서 410개의 비트코인을 도난한 혐의로 징역 3년형을 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한편 이에 대해 세종텔레콤 관계자는 ”비브릭(BBRIC) 서비스는 주관사인 세종텔레콤에서 플랫폼을 관리하고 있으며 투자대상인 부동산은 이지스 자산운용에서 부산은행에 신탁해서 안전하게 운용 중이다"라며 "향후 사업 진행에 영향을 미치거나 이용자들에게 피해가 발생할 소지는 없다"고 해명했다. 

관련 업계에 따르면 현재 부산 블록체인 특구에 신규 사업을 신청하는 사업자는 전무한 상태다. 이런 상황에서 부산시가 타개책으로 꺼낸 카드는 '부산 디지털자산거래소'다. 지난 5월 부산 디지털자산거래소 사전정보요청서(RFI)를 접수받은 부산시는 올해부터 오는 2027년까지 5년에 걸쳐 총 사업비 750억원을 투입해 부산디지털자산거래소를 설립할 예정이다. 

대형 증권사, 핀테크 기업, 외국계 투자사 등 10여개 컨소시엄으로부터 RFI를 접수받은 부산시는 준비가 되는대로 제안요청서(RFP)를 받을 예정이다. 부산시 관계자는 "이달 말이나 다음달 쯤에 RFP 접수를 개시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부산 디지털자산거래소 설립에 참여하고 있는 온더 관계자는 "기존 가상자산 거래소 모델에 더해 증권형 토큰(STO), 커스터디, NFT 등 폭넓은 자산을 다루는 구조로 만들 예정"이라고 덧붙였다.

하지만 업계에서는 회의적인 반응이다. 한 관계자는 "부산시가 직영으로 디지털자산거래소를 운영할리 없고 위탁 기관을 지정해 대리 운영해야 하는데 그 과정에서 특혜 논란이 불거질 수밖에 없다. 또 현재 사업 구조만 봐서는 기존 가상자산 거래소들과 차별화했다고 보기도 어렵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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