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미반도체 마이크로쏘 공장 전경 [사진: 한미반도체]
한미반도체 마이크로쏘 공장 전경 [사진: 한미반도체]

[디지털투데이 고성현 기자] 지난해 창사 이래 최대 실적을 낸 한미반도체가 올해도 상승세를 이어갈 전망이다.

한미반도체는 기존 패키징 절단·세척 통합 장비부터 로직반도체, 메모리, 차량용 반도체 등 다양한 장비 라인업을 잇따라 선보이며 후공정 반도체 장비 영역을 넓혀가고 있다.

시스템반도체는 마이크로컨트롤러유닛(MCU), 전력관리반도체(PMIC), 디스플레이구동칩(DDI)부터 중앙처리장치(CPU) 모바일용 애플리케이션프로세서(AP) 등 로직을 만드는 분야다. 소품종 대량생산인 메모리반도체와 달리 품종이 다양해 시장이 크고 공정별로 업체들이 세분화돼 있다.

시스템반도체 기업은 반도체 설계업체(팹리스와 설계도를 바탕으로 웨이퍼에 회로를 그리고 반도체 칩을 만드는 위탁 생산업체(파운드리), 웨이퍼나 칩단위 반도체를 기판에 붙이거나 각종 검사를 진행하는 후공정 업체(OSAT)으로 나뉜다. 한미반도체는 이 가운데 OSAT에 장비를 공급하고 있다.

한미반도체는 지난해 연매출 3731억원에 영업이익 1224억원을 기록했다. 전년 대비 매출 45%, 영업이익 84%가 늘어 창사 이래 최대 실적을 거뒀다. 시스템반도체 수요 급증에 힘입어 황금기를 맞은 것이다. 

글로벌 시장은 MCU 등 시스템반도체 칩 공급이 원활치 않아 TSMC 등 대형 파운드리 업체들의 설비투자(CAPEX)가 확대됐다. 이에 따라 후공정 장비업체들도 발맞춰 투자를 늘리면서 한미반도체의 장비 수요가 급격히 늘어났다.

반도체 절단 장비 마이크로 쏘(micro SAW) 장비 개발 기념식에 참석한 곽동신 한미반도체 부회장 [사진: 한미반도체]
반도체 절단 장비 마이크로 쏘(micro SAW) 장비 개발 기념식에 참석한 곽동신 한미반도체 부회장 [사진: 한미반도체]

한미반도체 실적 호조는 자체 수익성 강화 노력도 한몫했다. 한미반도체는 지난해 6월 일본이 독점하던 절단 장비를 국산화하고, 시장 점유율 1위를 유지하고 있는 주력 장비 '마이크로쏘&비전플레이스먼트(Micro SAW&Vision Placement)에 적용한 바 있다.

마이크로쏘&비전플레이스먼트는 패키지 절단과 세척·건조·비전검사·분류를 통합한 장비다. 이 장비의 절단 모듈은 원가 비중의 30%가 넘는다. 절단 장비 국산화만으로도 원가를 크게 낮출 수 있는 셈이다.

한미반도체는 장비 업데이트를 통해 고객사 다변화에 나서고 있다. 대만 TSMC의 외주 후공정 업체 외에도. ASE, 앰코, 중국 장전과기(JCET), 화천과기(TSHT) 등이 대표 고객사다. 미국 텍사스인스트루먼트(TI)나 네덜란드 NXP 등 대형 파운드리 업체와도 거래를 하고 있다.

한미반도체는 인쇄회로기판(PCB) 제조업체와도 거래가 늘기 시작했다. 지난해 10월 마이크로쏘&비전플레이스먼트 6.0을 8.0으로 업데이트한 덕분이다. 해당 장비가 8.0버전으로 진화하면서 하이엔드 PCB인 플립칩 볼그리드어레이(FC-BGA) 절단에도 대응이 가능해졌다. 이미 대만과 국내 고객사로부터 수주를 받은 바 있어 올해 관련 매출이 본격화될 것으로 보인다.

반도체 장비 사업은 칩 메이커, 파운드리 등의 설비투자 계획에 따른 실적 변동이 심한 업종이다. 주력 업체 투자에 따라 실적이 부침을 겪는 구조다. 

한미반도체는 이를 타개하기 위해 반도체 고객사를 국내외로 다변화하고 후공정 장비 라인업을 용도별로 다양화했다. 특히 메타버스를 구현할 디바이스용 장비와 3D 메모리반도체 등을 개발, 새로운 먹거리로 준비했다. 지난해 업데이트한 광대역폭 메모리(HBM)용 TC본더와 AR 글래스용 칩을 가공하는 메타 그라인더, 차량 반도체용 절단 장비를 잇따라 내놨다.

한미반도체는 베트남 법인 '한미베트남' 설립을 추진하고 있다. 이 또한 한미반도체를 긍정적인 시각으로 보는 하나의 요소다. 종합반도체기업(IDM)과 PCB 제조업체, OSAT 등 후공정 업체들은 미중 반도체 갈등과 코로나19 중국 주요 도시 봉쇄로 베트남 진출로 눈을 돌리고 있다.이런 상황이니 한미반도체는 주요 고객사의 베트남 진출이 반가울 수밖에 없는 일이다.

금융투자업계는 한미반도체가 올해도 최대 실적을 기록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대만 TSMC와 중국 후공정 업체들, 국내 삼성전기 등 국내외 고객사 설비투자가 지속되고 있고, 지난해부터 이어진 수주 실적이 올해도 계속 이어질 것으로 분석하고 있다. 

한미반도체의 최대 실적행진 걸림돌은 지금으로선 중국 상황이 다. 중국 반도체 시장은 지속된 웨이퍼, PCB 등 수급 차질로 장비 납기 일정 지연과 코로나19 확산에 따른 물류 차질 등이 영향을 끼치고 있다. 이로 인해 한미반도체는 올해 1분기 매출이 시장 기대치를 하회하는 부진한 실적을 거뒀다.

중국 봉쇄 상황은 완화 국면에 접어들고 있다. ·해상 물류 차질 해소 시기가  불확실하지만, 1분기에 납기가 지연된 장비 실적은 2분기에 잡힐 것으로 보인다. 중국 상황이 단기적 변동성에 그칠 것으로 예상되는 가운데, 한미반도체의 실적 상승세는 올해도 여전히 유효할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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