XR기기가 모바일에 이은 하나의 디바이스로 자리 잡을 가능성이 생겼다. [사진: 셔터스톡]
XR기기가 모바일에 이은 하나의 디바이스로 자리 잡을 가능성이 생겼다. [사진: 셔터스톡]

[디지털투데이 고성현 기자] 올해 메타버스(Metaverse, 3차원 가상세계) 환경을 연결하는 확장현실(XR)기기가 대거 출시된다. 애플과 메타(옛 페이스북), 마이크로소프트(MS) 등이 각각 제품을 선보인다. 이에 XR를 구현하는 반도체, 디스플레이 소재·부품·장비 기업들도 하나둘씩 메타버스를 구현할 기반 제품을 새로운 먹거리로 내놓고 있다.

XR는 가상 환경을 현실에 구현하는 기술이다. 가상현실(VR)과 증강현실(AR), 홀로그램(HR), 혼합현실(MR) 등 이용자의 시각, 청각, 촉각을 통해 가상 공간 경험을 제공하는 기술을 모두 포함한 개념이다.

메타버스 열풍·비대면 수요 타고 성장한 XR산업

XR 산업은 최근 높은 성장세를 타고 있다. 메타버스 열풍과 코로나19로 인한 IT산업 특수, 비대면 환경 조성이 주된 요인이다. 글로벌 시장조사업체 IDC에 따르면 2019년 78억9000만달러였던 글로벌 XR시장은 2024년까지 1369억달러 규모로 연평균 76.9% 커질 것으로 예측된다. 

그간 XR기기를 비롯한 XR 산업은 일부 게임과 전시 등 한정된 영역에서만 사용됐다. 비싼 가격 대비 실용성이 낮고, 다른 IT기기와 비교해도 뚜렷한 차별성이 없었다. 해당 기술을 응용해 활용할만한 콘텐츠도 부족한 편이었다.

그러나 최근 XR를 바라보는 업계 분위기가 달라졌다. 비대면 수요가 급증하고 IT 중심 산업이 비약적으로 발전하자 XR산업에 가능성이 생겼다. 특히 AR, VR 등을 포함한 XR기기는 영상과 게임 뿐만 아니라 의료, 제조, 안전 관리 등으로 수요를 늘려가고 있다. 일각에서는 XR가 단순 주변기기가 아닌 스마트폰 등 모바일을 일부 대체하는 디바이스로 성장할 것으로 보고 있다. 

2020년 메타 자회사 오큘러스가 출시한 '오큘러스 퀘스트 2 올인원' VR 헤드셋 [사진: 오큘러스]
2020년 메타 자회사 오큘러스가 출시한 '오큘러스 퀘스트 2 올인원' VR 헤드셋 [사진: 오큘러스]

글로벌 시장조사업체 카운터리서치는 이같은 XR(AR·VR) 헤드셋 등 하드웨어 출하량을 지난해 1100만대에서 올해 3000만대, 2025년 1억500만대로 예상했다. 올해를 XR기기 상용화 원년으로 전망한 것이다.

글로벌 IT 기업들도 가상 공간 환경을 연결해주는 XR기기 출시를 앞두고 있다. '메타 퀘스트(옛 오큘러스 퀘스트)' 시리즈로 시장 선두주자를 달리는 메타는 지난해 10월 공개한 차세대 VR·AR 기기 '프로젝트 캠브리아'를 올해 출시할 것으로 예상된다.

소니는 올해 CES에서 선보인 '플레이스테이션 VR2'를 올해 출시할 예정이다. 마이크로소프트(MS) 역시 올해 하반기나 내년쯤 소비자용 AR 헤드셋을 공개할 것으로 보인다.

이밖에도 애플, 삼성전자 등 글로벌 대기업이 XR 시장 진출을 검토하고 있다. 애플은 올해 말이나 내년쯤 XR 헤드셋을 선보일 가능성이 있고, 삼성은 AR 관련 기술 확보를 통해 AR 글래스 등 XR기기 공급망 진입을 목표로 진행할 것으로 예상된다.

VR·AR 등 XR 기기에 탑재될 OLEDoS 구조 [사진: LG디스플레이 뉴스룸]
VR·AR 등 XR 기기에 탑재될 OLEDoS 구조 [사진: LG디스플레이 뉴스룸]

반도체·디스플레이 소부장도 '메타버스' 옷 갈아입는다

반도체와 디스플레이 업계도 XR를 미래 먹거리 사업으로 주목하고 있다. 커지는 XR 산업 공급망에 선진입해 향후 신사업 시장 경쟁력을 강화하려는 구상이다. 특히 경량화와 소형화가 핵심인 디스플레이, 반도체 등 소재·부품·장비 업체 진입이 두드러진다.

동아엘텍의 자회사 선익시스템은 마이크로용 디스플레이 OLEDoS(OLED on Silcon) 증착 장비를 개발해 생산하고 있다. 케이피에스도 OLEDoS용 파인메탈마스크(FMM) 공정장비를 생산하면서 관련 사업에 뛰어든 상태다.

OLEDoS는 해상도 3000~4000ppi(인치 당 픽셀 수)를 요구하는 VR·AR기기용 디스플레이다. 마이크로 OLED라고도 불린다. 이는 VR기기의 단점인 무게와 저해상도를 커버해줄 것으로 보인다.

애플이 XR 헤드셋 출시한다면 OLEDoS를 탑재할 것으로 알려져 있다. 또 메타가 2023년 출시할 것으로 보이는 '메타 퀘스트3'에 OLED를 탑재할 가능성이 높아 관련제품 공급이 늘어날 수 있다.

한미반도체도 메타버스를 구현하는 XR 생태계 진입을 노리고 있다. 이를 위해 VR·AR에 탑재되는 AP 등 3D 시스템반도체 어드밴스드 패키징(Advanced packaging)에 필요한 '메타 그라인더'를 출시했다.

반도체는 회로 선폭이 좁을수록 성능과 전력 효율이 오르지만 점차 물리적 한계에 이르고 있다. 1나노대에 근접하면서 더 이상 작게 만들 수 없는 셈이다. 3D 패키징은 반도체 칩을 수직으로 적층해 한계를 극복할 대안으로 떠오르는 추세다. 특히 고글과 안경 등 형태의 한정된 공간에서 고성능을 내야하는 XR용 AP 등에는 필수적인 패키징 방식으로 자리잡고 있다.

메타 그라인더는 반도체 기판 몰딩면을 가공해 칩과 범프 노출 후 다이 크랙 검사를 진행하는 장비다. 한미반도체는 이 장비가 자재 손상없이 원하는 두께의 패키징 방식을 구현할 수 있어, VR·AR 글래스 등에 탑재되는 시스템반도체 후공정에 쓰일 것으로 내다봤다.

업계 관계자는 "메타버스를 구현하는 XR용 기기 시장이 커지면서 관련 반도체, 디스플레이 소부장 기업들도 요구 사양에 맞는 장비를 내놓는 추세"라며 "관련 매출이 점차 본격화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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