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티투데이 이기성 기자] 날로 감염자와 사망자가 늘고 있는 메르스(MERS, 중동호흡기증후군)의 공포 속에 1차 검역 장비인 ‘열감지 카메라’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2009년 미국에서 발병한 신종 인플루엔자(신종플루)는 메르스와 비슷한 형태의 호흡기 질환을 유발하는 바이러스로 전 세계에서 약 18,500명의 사망자를 발생시켰다. 신종플루는 감염자가 확진을 받기 전까지 잠복기나 관련 증상이 거의 흡사한 편인데, 이때 1차 검역 장비로 활약하기 시작한 것이 바로 열감지(열화상) 카메라다.

열감지 카메라는 비접촉 방식으로 사람들을 비춰 바이러스 감염 현상의 일환일 수 있는 체온 상승 여부를 즉각적으로 확인할 수 있는 장비다. 따라서 공공장소나 수많은 사람이 출입하는 출입문 등에 열감지 카메라를 설치하면 이동하는 사람들의 신체 발열을 스캔하여 신속하게 감염 또는 질병 확산의 가능성을 줄일 수 있다.

▲ 공항에 설치된 열감지(열화상) 카메라. 출입국장을 드나드는 모든 이들을 대상으로 1차 검역을 하는 필수 장비이다.
따라서 공항과 항구 등지에는 메르스와 같은 질병이 발생하지 않더라도 입국장 게이트에 열감지 카메라를 설치해 1차적으로 발열 감시를 수행하고 있다. 한때 세계보건기구(WHO)는 “전 세계에 유행했던 신종 인플루엔자의 1차 검역에 반드시 필요한 것이 열감지 카메라”라고 역설하기도 했다.

이처럼 메르스 공포가 점차 커지고 있는 상황에 각지의 관공서는 물론 기업들이 나서 자체적으로 열감지 카메라를 도입해 추가 확산을 막으려는 움직임이 나타나고 있다.

■ 전문 인력이 동원된 실시간 모니터링

이들이 도입하고 있는 열감지 카메라는 측정 대상의 표면 온도를 빠르고 정확하게 감지, 이미지로 표시해 주기 때문에 보다 효과적으로 발열 대상자를 파악할 수 있다.

좀 더 구체적으로 불특정 대상자가 열감지 카메라 앞을 지나가는 동시에 함께 부착된 스크린에 측정 대상의 표면 온도가 높고 낮음에 따라 서로 다른 색상으로 비춰진다. 여기에 기준 온도를 정해두면 이를 초과한 대상이 감지될 경우 알람이 울리는 등 추가적인 기능 설정도 가능하다.

▲ SK C&C 성남시 분당 본사 사옥에 열감지 카메라와 모니터링을 위한 의무실 간호사가 배치되어 있다.
현재 메르스로 인해 서둘러 열감지 카메라를 설치하고 있는 곳에서는 이 같은 장비와 함께 의료진, 역학조사관 등 전문인력을 배치해 체온이 37.5도 이상인 사람들을 스크린을 통해 실시간 모니터링 하는 방식으로 검역을 진행하고 있다.

■ 열감지 카메라를 활용한 무인 검역도 가능

이렇게 열감지 카메라의 도입이 빠르게 늘고 있지만, 출입이 자유로운 공간에서 열감지 카메라를 24시간 놓치지 않고 모니터링 하는 것은 결코 쉽지 않은 일이다. 현재 모니터링 전문인력 상주를 놓고 준비가 미흡한 기업도 다수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2009년 신종플루가 한창 확산되고 있던 때 국내 기술로 개발됐던 ‘무인 검역 솔루션’이 다시금 조명을 받고 있다. 해당 솔루션은 열감지 카메라에 주변 환경의 변화에 따라 온도를 자동 보정해 주는 ATC 기능을 비롯해 실상 카메라와 열감지 카메라를 동시에 사용하여 다각적인 측면에서 열화상을 검토해 볼 수 있게 만들어졌다.

또 감염 의심자를 기준에 따라 분류하여 실시간으로 중앙 센터로 통보해주는 등의 기능을 갖춰 우리나라 국회에도 설치된 바 있다. 따라서 별도의 인력을 투입하지 않고도 이미 24시간 관리체계가 갖춰진 중앙 센터를 통해 감염 의심자를 판별할 수 있어 전문인력 상주에 애를 먹는 기업들에게 희소식을 안겨줬다.

한편 4일 통일부에 따르면 북한은 개성공단 출입 인원의 메르스 감염 여부를 검역하기 위한 '열감지 카메라' 지원을 우리측에 요청했다. 정부는 작년 11월 북측의 요구로 에볼라 바이러스 검역 장비로 열감지 카메라 3대를 지원한 전례가 있기 때문에 이번에도 요청에 응할 것으로 보인다.

주로 산업용으로 사용되던 열감지 카메라가 의료계에서 이토록 효자 노릇을 하게 될 줄은 아무도 몰랐을 터. 메르스 확산을 막고자 하는 이들에게 열감지 카메라는 유용한 예방 장비가 될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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