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 셔터스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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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지털투데이 이호정 기자] 게임업계에 연초부터 구조조정 칼바람이 불고 있다. 코로나19 특수로 몸집을 키웠던 게임사들이 경기 침체 등으로 경영 악화에 빠지며 체급을 급격히 줄이는 모습이다.

'2023년 상반기 콘텐츠산업 동향분석 보고서'에 따르면 지난해 상반기 국내 게임업계 매출액은 전년 동기 대비 10.9% 감소한 9조3979억원을 기록하며 10조원의 벽이 깨졌다. 수출액의 경우도 2022년 하반기 53억1946만달러에서 34억4600만달러로 35.2%나 감소했다. 

이 가운데 국내 게임 상장사의 매출액은 5조4171억원으로 전반기 대비 7.4%, 전년 동기 대비로는 11.2% 감소했다. 같은 기간 영업이익의 경우 5154억원으로 각각 67.2%, 50% 줄었다. 2023년 상반기 국내 게임 상장사의 매출액은 2021년 하반기 이후 4반기 중 가장 낮은 영업이익을 기록했다. 

이처럼 매출과 영업이익이 지속적으로 줄어들자 국내 게임사들은 허리띠를 졸라매기 시작했고, 생존을 위한 구조조정 소식이 연이어 들려오고 있다.  

15일 엔씨소프트에서는 '아이온' 지적재산권(IP)을 활용해 PC 게임 신작을 제작하던 '아이온 리메이크 TF'가 해체됐다는 소식이 전해졌다. 이 개발팀은 '아이온' PC 라이브 팀이나 '아이온2' 등 신규 프로젝트로 전환 배치를 타진하게 될 전망이다. 

앞서 엔씨소프트는 지난 4일에는 11년간 적자를 지속한 엔트리브소프트의 폐업을 결정했으며, 소속 직원 70여명에게 권고사직을 통보하기도 했다. 또 지난해 말에는 신사업으로 추진했던 인공지능(AI) 금융 사업을 3년 만에 철수했고, 등기임원 10여명을 대상으로 임원 계약을 연장하지 않겠다고 통보한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2017년부터 적자를 지속 중인 라인게임즈도 구조조정을 통한 경영 효율화에 힘쓰고 있다. 이를 위해 최근 자회사 레그스튜디오에서 '창세기전: 회색의 잔영'을 만든 콘솔 개발팀 해체를 결정했다. 이에 따라 레그스튜디오 인력 일부를 지난 9일 출시한 '창세기전 모바일' 개발사인 미어캣게임즈로 이동하기로 협의 중이다.

데브시스터즈는 지난해 8월 출시된 샌드박스 시티빌딩 게임 '브릭시티' 개발팀을 대상으로 인원 감축을 결정했다. 데브시스터즈는 서비스를 안정적으로 유지할 수 있는 인력 규모를 결정하기 위해 개발팀 대상 면담 절차를 진행하고 있다는 입장이다. 아울러 데브시스터즈는 미국 법인 데브시스터즈USA의 인력도 감축한다.

이 같은 인력 감축 소식은 국내에만 국한된 내용이 아니다. 해외에서도 대형 게임사를 비롯해 유관 업체들이 대규모 인력 감축을 진행하고 있다. 

'포트나이트'를 개발한 에픽게임즈는 지난해 9월 직원 16% 규모의 870여명을 감원하는 인력 구조조정을 진행했다. 미국 일렉트로닉아츠(EA)는 지난해 전체 인력의 6%가량인 약 700여명을 감원하고 사무실을 축소했다. '데스티니2' 제작사 번지도 지난해 10월 전체 직원 1200명 중 8%에 해당하는 약 100여명의 직원을 정리해고 했다. 

특히 게임 엔진업체 유니티의 경우 올해 1분기 안에 전체 직원의 25%에 해당하는 1800명을 해고할 방침이다. 앞서 유니티는 부정적 경제추세를 이유로 2022∼2023년 1100명가량을 해고한 바 있으며, 지난해 5월에도 600명을 해고 했다. 

오동환 삼성증권 연구원은 "코로나19가 종식되면서 야외 활동과 숏폼 미디어의 부상은 게임 플레이 시간을 단축시켰다"며 "이어진 경기둔화로 고과금 유저들의 과금은 주는 대신 높아진 개발자 인건비에 게임 업체에 수익성은 악화됐다"고 진단했다.

이어 "국내 주요 게임 기업들은 지난해 중순부터 구조조정에 나섰고, 기업들의 구조조정은 고정비 부담을 낮춰 올해 수익성 개선에 기여할 것으로 판단된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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