함영주 하나금융그룹 회장(왼쪽부터), 임종룡 우리금융그룹 회장, 이석준 NH농협금융그룹 회장, 진옥동 신한금융그룹 회장 등이 금융당국의 금융지주 회장단 간담회에 참석해 발언을 경청하고 있다. [사진: 연합뉴스]
함영주 하나금융그룹 회장(왼쪽부터), 임종룡 우리금융그룹 회장, 이석준 NH농협금융그룹 회장, 진옥동 신한금융그룹 회장 등이 금융당국의 금융지주 회장단 간담회에 참석해 발언을 경청하고 있다. [사진: 연합뉴스]

[디지털투데이 강진규 기자] 국내 5대 금융그룹 등 주요 금융회사 최고경영자(CEO)들이 2024년 첫 메시지로 ‘위기’를 강조했다. 또 CEO들은 인공지능(AI) 등으로 금융권에 격변이 일어날 것이라며 이에 대응할 뜻도 밝혔다. 

국내 리딩금융그룹 자리를 놓고 경쟁 중인 KB금융그룹과 신한금융그룹 경영진들이 현실에 안주하지 말고 긴장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2일 양종희 KB금융그룹 회장은 신년사를 통해 “지난해 사업 라인별 포트폴리오를 구축해 나가며 기초체력을 튼튼히 했고 자산, 고객 수, 이익 등 주요 성과 기준으로 명실상부 국내 리딩금융그룹으로서의 위상을 공고히 했다”면서도 “하지만 보다 더 큰 꿈을 위해서는 우리가 처한 현실을 냉정하게 직시할 줄 알아야 한다”고 말했다.

양 회장은 저출산, 고령화 등 인구구조의 변화로 전통적 고객 분류는 무의미해지고 있으며, 부의 양극화로 사회 곳곳에 취약계층이 확대됨에 따라, 금융의 사회적 책임과 역할은 더욱 강조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런 상황 속에서도 KB금융이 흔들림 없는 강자로 진화하기 위해서는 위기를 기회로 바꾸는 ‘방법의 변화’가 필요하다고 밝혔다.

그는 “기존의 방법이 ‘경쟁과 생존’이었다면 이제는 ‘상생과 공존’으로 패러다임을 전환해야 한다”며 “KB고객의 범주에 ‘사회’를 포함해 KB-고객-사회의 ‘공동 상생전략’을 추진할 것”이라고 말했다.

진옥동 신한금융그룹 회장도 신년사에서 “시장, 기술, 금융 소비자의 트렌드가 분초 단위로 급격히 변하고 있다”며 “우리가 경험한 과거 어느 때보다 변화의 속도는 훨씬 빠르고 그 방향도 가늠하기 어렵다. 기존의 성공 방식만 고집한다면 미래를 보장할 수 없다”고 경고했다.

진 회장은 근본적인 혁신과 도전에 나설 때라며 ESG, 디지털, 글로벌을 비롯한 모든 영역에서 신한이 새로운 기준을 제시해간다는 마음으로 노력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정상혁 신한은행장도 “올해 경영환경도 여전히 쉽지만은 않다”며 “인플레이션과 금리 인상의 끝을 예측하기 어렵고 경기회복과 성장에 대한 확신도 가질 수 없는 초불확실성의 상황에 직면했다”고 말했다. 정 은행장은 이에 대한 해법에 대해 “초심으로 돌아가 신한의 최우선 가치인 ‘고객’에 더욱 집중해야 할 때”라고 설명했다.

함영주 하나금융그룹 회장도 ‘위기’를 경고하고 기초부터 튼튼히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함 회장은 신년사에서 “변동성의 심화, 불확실성의 증대로 예측이 불가능한 그러나 완전히 새로울 미래가 우리에게 다가오고 있다”며 “우리가 어떠한 선택을 하느냐에 따라 많은 것이 달라질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기초가 흔들리면 건물을 지탱할 수 없기에 눈에 보이지 않더라도 오랜 시간이 걸리더라도 차근차근 내실을 다지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며 “하나금융그룹은 업권별로 요구되는 기본 필수 역량을 확보해 본업의 기반을 공고히 하고, 우리만의 차별화된 강점을 찾아 보유 자원을 집중해 더욱 강화하고, 다소 늦더라도 정확하고 올바른 길을 향해 착실하게 나아가야 한다”고 강조했다.

임종룡 우리금융그룹 회장도 신년사에서 “올해는 글로벌 긴축과 3고 현상이 점차 완화되고 국내 경기의 성장세 전환이 전망되는 등 작년보다는 다소 우호적인 경영환경이 예상되지만 미·중 갈등, 지정학적 리스크, 부동산PF 부실 우려 등에 따른 우리 경제를 둘러싼 불확실성이 여전한 상황”이라고 진단했다.

그는 “‘폭풍우에 대한 대비는 바다가 고요할 때 하라’는 말처럼 위험요인별 모니터링과 글로벌 리스크관리에 초점을 맞추고 성장이 있는 부분을 선제적으로 점검하는 등 그룹의 위기대응력을 높여 나가야 한다”고 밝혔다.

이준석 NH농협금융그룹 회장도 “지금 우리는 또 다시 한치 앞을 예측하기 어려운 ‘불확실성 시대’에 직면해 있다”며 “모든 것이 불확실하고, 적과 동지의 구분이 어려운 시기에는 ‘원칙으로’, ‘기본으로’ 대응하는 수밖에 없다”고 강조했다. 그는 “금융업 존재의 근간인 리스크 관리가 무엇보다 중요하다. 선제적·시스템적·촘촘한 그물망식 리스크 관리가 요구된다”고 말했다.

금융회사들이 금융당국에 빅테크, 핀테크 기업들과 동일한 규제를 적용해달라고 요구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사진: 셔터스톡]
금융회사들이 금융당국에 빅테크, 핀테크 기업들과 동일한 규제를 적용해달라고 요구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사진: 셔터스톡]

AI, 슈퍼 앱 등 디지털 혁신 강조

CEO들은 AI를 필두로 한 디지털 혁신도 강조했다. 이석준 NH농협금융그룹 회장은 “모든 산업에 있어서 AI의 확산은 거스를 수 없는 대세이다”라고 지적했다. 

이 회장은 “AI를 활용해 고객이 기대하는 경험을 제공할 수 있느냐는 금융뿐만 아니라 곧 다가올 모든 산업과 서비스의 대전환에서 생존을 결정지을 핵심 요건”이라며 “NH농협금융도 올해부터 사업과 서비스 전 영역에서 생성형 AI를 실장(實裝, 실제 사용할 수 있도록 배치)하는 준비를 진행시켜 나가야 한다"고 지적했다. 그는 전사적으로 구축 중인 슈퍼플랫폼에 금융은 물론 비금융 서비스와 AI까지 탑재하게 된다면 진정한 의미의 완성형 슈퍼플랫폼이 될 것이라고 밝혔다.

임종룡 우리금융그룹 회장도 “1월초 IT 거버넌스 개편 이후 빠른 안정화를 이루고 Biz-IT 협업 등 개편 효과를 본격화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올해 하반기 예정인 유니버설 뱅킹앱(NewWON)의 성공적 출범을 위해 역량을 집중해 차별화된 디지털 서비스와 경험을 제공해야 한다”며 “증권토큰(STO), 중앙은행발행디지털화폐(CBDC), 생성형 인공지능(AI) 등 디지털 신기술 트렌드에 선제적으로 대응해 디지털 역량을 강화하겠다”고 밝혔다.

이재근 KB국민은행장은 ‘디지털 퍼스트(Digital First) KB'를 선언했다. 이재근 은행장은 “KB의 모든 서비스가 고객의 일상 속에 촘촘히 스며들 수 있는 강력한 KB만의 금융 플랫폼 생태계가 구축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국내 1위의 금융 수퍼 앱인 ‘KB스타뱅킹’을 KB금융그룹의 유니버설 플랫폼으로 확대하고 고객들이 가장 선호하는 1등 비금융 플랫폼들과의 전략적 제휴 및 금융 서비스 연계를 통한 ‘임베디드 금융’ 시장을 선점해 나감으로써 빅테크 기업이 부럽지 않은 KB의 금융ᆞ생활 플랫폼 생태계를 완성하고 그 안에서 다양한 고객 경험 제공과 고객 기반 확대를 이루어 나가야 한다”고 말했다.

저작권자 © 디지털투데이 (DigitalToday)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관련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