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카카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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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지털투데이 최지연 기자] 카카오가 창업 이후 최대 위기 상황에 봉착했다. SM엔터테인먼트 경영권 인수 과정에서 시세조정을 했다는 의혹이 김범수 카카오 창업주를 넘어 카카오 법인을 향하고 있다.

만약 카카오 법인에 형사처벌이 내려질 경우 금융 계열사 카카오뱅크를 매각해야 한다는 전망이 나온다. 또한 카카오가 진행하는 엔터 및 신사업 등에 제동이 걸릴 가능성이 크다. 이같은 사법리스크 위기를 탈피하고자 카카오는 비상경영체제에 돌입할 것으로 전망된다.

김범수 향한 칼날...금감원, 카카오 법인으로 전방위 확대 조사

23일 오전 김범수 창업자가 금융감독원 자본시장특별사법경찰(특사경)에 출석했다. SM엔터 인수 과정에서 주가 조작을 지시하거나 보고를 받은 혐의가 있는지를 조사하기 위함이다. 김 창업자는 카카오 지분 약 13%(특수관계인 포함시 24.17%)를 보유한 최대주주다. 이날 금감원에 출석한 김 창업자는 “성실히 조사에 임하겠다”며 말을 아꼈다.

앞서 금감원 특사경은 지난 13일 배재현 카카오 투자총괄대표 등 카카오 경영진 3명에게 자본시장 위반 등의 혐의로 구속영장을 신청했다. 이에 배재현 대표가 지난 19일 구속된 상황이다.

카카오는 지난 2월 SM엔터 인수를 놓고 하이브와 경쟁을 펼쳤다. 당시 양사는 SM엔터 주식을 공개매수하는 방식으로 지분을 확보했다. 이 과정에서 카카오는 하이브의 공개 매수를 방해하기 위해 2400억원을 투입해 SM 주가를 하이브 공개매수 가격 이상으로 조종했다는 혐의를 받고 있다.

또한 금감원은 카카오와 카카오엔터가 SM 주식을 5% 이상 보유했음에도 기한 내 금융위원회에 보고하지 않은 혐의도 들여다보고 있다.

카카오는 시세조종 의혹에 대해 부인하고 있다. 카카오 측 변호인은 "이 사건은 하이브와의 SM 경영권 인수 경쟁 과정에서 지분확보를 위한 합법적인 장내 주식 매수였고 시세조종을 한 사실이 없다"라며 “혐의 사실 관련해 법정에서 충실하게 소명하겠다”고 밝혔다.

김범수 카카오 전 의장이 23일 오전 서울 영등포구 금융감독원에 SM엔터테인먼트 인수 주가 시세조종 의혹과 관련해 출석하고 있다[사진: 연합뉴스]
김범수 카카오 전 의장이 23일 오전 서울 영등포구 금융감독원에 SM엔터테인먼트 인수 주가 시세조종 의혹과 관련해 출석하고 있다[사진: 연합뉴스]

사상초유 위기...비상경영체제 돌입하나

아직 결과를 예단하기는 어렵지만 만약 김 창업자와 배재현 대표 등이 주가 조작에 개입한 정황이 포착돼 처벌받을 경우 기업의 존폐가 흔들릴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먼저 카카오뱅크 대주주 적격성 문제가 불거질 것으로 보인다. 카카오는 카카오뱅크 지분 27.17%를 보유하고 있는 대주주다. 인터넷은행 특례법 사회적 신용 요건은 대주주가 '최근 5년간 조세범 처벌법, 특정경제범죄 가중처벌, 공정거래법 등 위반으로 벌금형 이상 처벌을 받은 사실이 없어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만약 배 대표가 시세조종 혐의로 벌금형 이상을 받게 되면, 양벌규정에 의거 시세조종 관련자의 행위를 법인까지 적용할 경우 카카오는 카카오뱅크 지분 10%만 남기고 처분해야 한다. 이렇게 되면 카카오뱅크의 대주주 지위는 2대 주주인 한국투자증권으로 넘어가게 된다. 다만 김범수 창업자가 벌금형 등의 형사처벌을 받는 것은 카카오뱅크 대주주 적격성 여부에 영향을 미치지는 않을 것으로 전망된다. 김 창업자가 카카오뱅크 주식을 보유하고 있지는 않기 때문이다.

어렵게 인수한 SM엔터 결과도 예상할 수 없게 됐다. 카카오는 지난 4월 말 공정위에 에스엠 주식 취득과 관련해 기업결합을 신고했다. 공정위 기업결합 심사 기간은 신고일로부터 30일이지만 필요한 경우 90일까지 연장할 수 있다. 공정위가 자료 보완을 요청하면 이를 받는 기간은 포함되지 않는다. 카카오는 독과점 여부를 중점으로 보는 만큼 무관하다는 입장이지만, 업계는 쉽게 승인이 나지 않을 것으로 전망한다. 공정위의 심사 결과는 올해를 넘길 것으로 점쳐진다.

뿐만 아니라 카카오가 숙원으로 삼았던 글로벌 등 신사업 확장에도 제동이 걸렸다. 투자 및 신사업을 진두지휘하던 배재현 대표가 구속됐기 때문이다. 배 대표는 SM엔터 인수를 강력하게 펼쳤던 핵심 인물이다. 그러나 경영 공백이 발생하면서 SM엔터와의 시너지를 발휘해 글로벌로 나가고자 했던 카카오의 ‘비욘드 코리아’ 전략을 진행하기 어려워졌다. 승자의 저주에 빠진 상황이다.

이처럼 경영진 사법리스크로 사상초유 위기에 빠진 가운데 비상경영체제에 돌입이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그룹 컨트롤타워인 'CA협의체'(옛 공동체얼라인먼트센터)를 중심으로 카카오를 둘러싼 위기 상황을 보완해 나갈 것으로 전망된다. CA협의체는 카카오 공동체 전반의 경영 전략 조율·지원 및 투자부터 리스크 관리까지 그룹 전체를 조망하는 핵심적인 사내 기구다. 이에 대해 카카오 관계자는 "(비상경영체제는) 아직 결정된 바는 없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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