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지털투데이 백연식 기자] 이통사향 스마트폰이 아닌 자급제 단말을 사용하는 이용자가 25%를 넘어섰다. 정부의 단말 자급제 활성화 정책에 따라 갤럭시S9을 시작으로 자급제 단말이 나온지 5년 만이다. 이전에는 자급제 비율이 10%도 되지 않았다.

자급제 단말은 이통사향 스마트폰과 출고가가 같은데도 불구하고 5G 지원 단말을 구매했을 경우도 LTE 요금제 가입이 가능하다. 이통사향 스마트폰의 경우 강제적으로 설치되는 선탑재 애플리케이션(이하 앱)이 있는데, 자급제 단말은 선탑재 앱도 없다. 이런 장점이 있기 때문에 앞으로도 자급제 단말 비중이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 

20일 과학기술정보통신부에 따르면 지난 1월 기준 자급제 단말 이용률은 이통3사 16%, 알뜰폰 90.3%다. 이통3사와 알뜰폰을 합친 전체 이동통신시장에서는 자급제 단말 이용률이 25.9%다. 알뜰폰의 경우 가입자 대부분이 자급제 단말을 이용하고 있고, 최근 0원 요금제 등으로 알뜰폰 가입자가 폭증하면서 전체 이동통신시장 자급제 이용률이 높아진 것으로 풀이된다. 

SK텔레콤, KT, LG유플러스 등 이통3사 이용자의 자급제 단말 이용률은 16%를 넘어섰는데, 이통3사 대리점(유통점)이 많이 국내 시장 특성상 매우 높은 비율이다. 이통3사 대리점에서는 각 통신사향 단말기만 취급하기 때문이다. 이통사향 5G 스마트폰의 경우 개통시 5G 요금제에만 가입해야 하는 단점이 있다. 5G 요금제가 LTE 요금제에 비해 고가 위주로 구성돼 있기 때문에 이용자의 불만이 높은 상황이다. LTE 단말이 나오고 있지 않기 때문이다. 정부는 지난 7월 발표한 통신시장 경쟁촉진 방안을 통해 이통3사향 5G 단말도 개통시 LTE 요금제로 하는 방안을 추진 중이지만 이통3사는 반대를 하는 상황으로 알려졌다. 

갤럭시S9 이전에는 삼성전자는 자급제 단말과 비슷한 일명 언락폰(공단말기)을 출시했지만 활성화되지 않았다. 언락폰 종류가 많지 않았고, 언락폰은 이통사향 스마트폰보다 출고가가 약 10% 더 비쌌다. 지난 2017년 SK텔레콤에서 통신비 인하 이슈를 막기 위해 단말기 자급제 카드를 들고 나오자 정부는 법제화가 아닌 실질적인 자급제 활성화로 맞불을 놨고 삼성전자의 협조로 갤럭시S9부터 이통3사향 스마트폰 가격(출고가)과 같은 자급제폰이 출시됐다. 삼성디지털프라자 등에서 자급제 단말 구매와 동시에 통신사 대리점 코드로 개통이 한번에 이뤄졌고, 선탑재 앱이 없다거나 5G 단말 구매시에도 LTE 요금제에 가입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어 자급제 비율이 늘어나게 된 것으로 풀이된다.

알뜰폰의 경우 이통3사와 달리 온라인 가입 비중이 높아 특성상 자급제 단말 비율이 높을 수 밖에 없는데, 알뜰폰 시장 성장도 자급제 비중이 올라가는데 큰 도움이 됐다. 쿠팡, 11번가 등 온라인 몰 및 하이마트, 전자랜드 등 오프라인 매장의 영향력이 커진 것도 자급제 단말 비중 상승에 영향을 끼쳤다. 특히 코로나19 팬더믹으로 비대면(언택트) 시대로 접어들면서 온라인 가입 비중이 늘어난 것도 자급제 폰 비중이 상승하는데 효과가 있었다.    

단말 자급제가 활성화되는데 IMEI(고유식별번호) 블랙리스트 도입도 빼 놓을 수 없다. 정부는 지난 2012년 기존 이동통신 가입 제도(화이트리스트·모든 휴대폰의 식별번호를 관리)를 블랙리스트로 바꾼바 있다. 즉, 휴대폰을 분실하거나 도난당해 ‘블랙리스트’에 올라 있는 휴대전화가 아니면 바로 개통해 쓸 수 있게 한 것이다. 지난 2014년 이동통신 단말장치 유통구조 개선에 관한 법률(이하 ‘단통법’) 시행 이후 도입된 선택약정할인(지원금에 상응하는 요금 할인) 25% 적용도 자급제 활성화에 도움이 됐다. 선택약정할인의 경우 법 시행 초기에는 12%였다가 2015년 4월 20%로 상향됐고, 2017년 9월 25%로 다시 올라갔다. ▲(재)계약 당시 보조금을 안 받은 경우 ▲무약정으로 구입한 단말기(공기계, 자급제, 해외구매, 제조사 구매) ▲최초 개통한 지 24개월이 지난 단말기 ▲개통 시 보조금을 받았지만 해지하면서 위약금(지원금 반납)을 낸 단말기 ▲이동통신 3사(SK텔레콤, KT, LG유플러스)만 가능하다는 조건이 있다.

정부의 이런 노력으로 앞으로도 자급제폰 가입 비중은 더욱 올라갈 것이 확실시된다. 스마트폰 상향 평준화로 단말 교체 주기가 늘어나고 있는데, 자급제폰은 이통3사 모두 지원이 가능하기 때문이다. 예를 들면 SK텔레콤을 이용하다가 KT나 LG유플러스로 통신사를 갈아탈 때 자급제 단말이면 큰 문제가 없다. 자급제 활성화는 일부 불법 보조금 위주의 시장을 보다 투명하게 바꿀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우리나라의 경우 갤럭시S23, 갤럭시Z폴드5, 갤럭시Z플립5, 아이폰15 등 프리미엄폰 선호 경향이 짙은데 자급제가 활성화되면 중저가폰 등 보다 다양한 라인업 출시가 가능해진다. 이용자들 인식에 통신요금과 단말 가격을 분리시키는 효과를 일으켜 이를 통해 스마트폰 출고가 인하 역시 유도할 수 있다.    

이와 관련 과기정통부 통신정책관(국) 한 관계자는 “정부 정책에 힘입어 2017년에 8%에 불과했던 단말기 자급제 비중이 현재 25%를 넘어서면서 자급제 활성화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며 “자급제 비중이 높아질수록 시장이 투명해지는 효과가 있다. 앞으로 자급제 비중이 더 높아질 것으로 예상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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