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도체 시장 전망에 대해 발표하고 있는 안드레아 라티 테크인사이츠 애널리스트 [사진: 테크인사이츠]
반도체 시장 전망에 대해 발표하고 있는 안드레아 라티 테크인사이츠 애널리스트 [사진: 테크인사이츠]

[디지털투데이 고성현 기자] 글로벌 반도체 시장이 내년을 기점으로 다시 성장 국면에 접어들 것이라는 관측이 나왔다. 아울러 칩 수요가 2025년 정점을 찍고 무난한 성장세를 유지할 것으로 보인다는 해석이다. 또 최근 열풍이 부는 인공지능(AI), 차량용 반도체가 이 시장을 주도할 것으로 분석된다.

반도체 전문 조사기관 테크인사이츠는 7일 역삼동에 위치한 한국지사에서 기자간담회를 열고 반도체 산업에 대한 전망을 발표했다.

테크인사이츠는 캐나다에 본사를 두고 있는 반도체 분석 전문기관이다. 반도체 제조&공급망 시장 조사부터 전방시장 조사, 시장 분석 등을 진행하고 있다. 반도체 칩을 직접 분해·분석(Teardown)해 제조원가를 파악하거나 공정 수준을 검증할 수 있는 기관으로 잘 알려져 있다.

이날 연사로 나선 안드레아 라티 테크인사이츠 반도체 시장분석 연구원은 "올해는 반도체 산업에 있어 매우 어려운 한 해"였다며 "이번에 찾아온 반도체 업황 둔화는 지난 2019년, 2016년, 2012년의 둔화 시기와 비교해도 상당한 수준으로 영향이 컸다"고 평가했다.

라티 연구원은 메모리반도체 업황이 지난해 3분기를 기점으로 가파른 하락세를 탄 것이 주효했다고 분석했다. 예상 대비 재고 소진이 느린 탓에 회복 시기가 더뎌지게 됐다는 평가다. 실제로 비메모리 부문이 매출 대비 재고 수준이 0.9배로 정상 수준(0.5배)보다 소폭 높게 유지하고 있는 반면, 메모리 부문은 정상(0.6배) 수준에 크게 벗어난 2배에 가까운 매출 대비 재고가 쌓인 상황이다.

라티 연구원은 "올해 1분기부터 재고 소진이 이뤄지고 있지만 세트 업체의 재고 수준은 여전히 높게 유지되고 있다"며 "다만 PC, 모바일 등 소비자용 재고가 정상 수준에 가까워지고 있고, 여전히 재고가 많은 클라우드 시장도 재고 소진 작업을 지속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칩 가격이 수요를 따라가는 점을 고려해보면, 지난 몇 주 동안 메모리 칩 가격이 상승세를 보이는 점은 긍정적 신호"라고 강조했다.

내년 반도체 산업 전망에 대해서는 "2024년은 반도체 산업 회복의 한 해가 될 것"이라며 "올해 크게 하락했던 메모리가 다시 한번 전체 산업 매출 상승 폭을 이끌 것으로 기대된다"고 평가했다.

다가올 2030년까지 반도체 산업이 안정적인 우상향 성장을 할 것이라는 관측도 내놨다. 내년부터 수요가 본격적으로 늘어나며 2025년 정점을 찍고, 평탄한 수요-공급 구도가 이어지면서 시장 안정화가 이뤄질 수 있다는 의미다.

이같은 상승세를 가져올 분야와 적용처로는 인공지능(AI) 서버와 차량용 반도체를 꼽았다. 챗GPT로 촉발된 AI용 서버 투자가 올해 하반기부터 본격화되고, 전기차·자율주행차 등 차량 전동화로 칩 탑재 수량이 늘게 되면서 전체 시장 성장세를 견인할 것이라는 전망이다. 이밖에 코로나-19 팬데믹 당시 늘었던 가전 수요도 교체 주기에 가까워지면서 시장 상승세에 영향을 줄 것으로 관측된다.

라티 연구원은 "하이퍼스케일에서 발생하는 설비투자(CAPEX) 계획이 대부분 올해 하반기에 몰려 있다. 이는 AI 프로세서를 확보하기 위한 목적"이라며 "범용 서버 투자를 줄이거나 이를 전환하는 방식으로 AI서버 투자가 점점 늘어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엔비디아의 A100, H100 등 GPU가 AI서버의 70~80%를 차지하고 있고, AI 투자 가속화로 수량이 늘 것을 고려해보면 GPU와 메모리반도체 매출은 크게 상승하게 될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차량용 반도체 시장에 대해서는 "2020년말 시작된 차량용 반도체 쇼티지 이후 성장세가 꺾이지 않고 높은 수준을 유지하고 있다"며 "차량 전동화에 따른 칩 수 증가로 올해 600억달러 규모의 시장 형성이 예상되며, 오는 2029년에는 약 1000억달러까지 성장할 것"으로 내다봤다.

이날 행사에서는 테크인사이츠가 블룸버그 등을 통해 4일(현지시간) 공개했던 중국 반도체 위탁생산(파운드리) 기업의 7나노미터(nm) 공정에 대한 언급도 나왔다.

당시 블룸버그는 테크인사이츠의 분석을 인용해 SMIC가 화웨이 스마트폰 '메이트 60 프로'에 7나노 공정 기반 칩 '기린 9000s'를 공급했으며, 극자외선(EUV)을 활용하지 않고도 미국 제재의 돌파구를 마련했다고 평가했다.

옥남도 테크인사이츠 한국지사장은 "이번에 탑재된 칩은 7나노 2세대로, 이전 1세대 대비 진보성이 높다고 보인다"면서도 "중국 기업이 양산 제품 경쟁력에 대해서는 떨어질 수 있지만, 신기술에 대한 과감한 채택이나 연구개발(R&D)에 대한 진보성이 높아 주의깊게 볼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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