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9일 서울 여의도 CCMM빌딩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성장 전략을 발표하는 김광일 필에너지 대표 [사진: 필에너지]
29일 서울 여의도 CCMM빌딩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성장 전략을 발표하는 김광일 필에너지 대표 [사진: 필에너지]

[디지털투데이 고성현 기자] 필옵틱스 자회사 필에너지가 코스닥 상장 후 성장 전략을 밝혔다. 각형 배터리 스태킹 장비로 핵심 고객사와의 동반 성장을 지속하는 한편, 차세대 제품인 4680 배터리와 전고체 배터리용 장비로 고객사 확대를 추진할 방침이다.

필에너지는 29일 서울 여의도 CCMM 빌딩에서 기업공개(IPO) 기자간담회를 열고 향후 성장 계획에 대해 발표했다.

필에너지는 배터리 제조 과정 중 조립 공정에 해당하는 장비를 양산하고 있는 기업이다. 2020년 모회사 필옵틱스로부터 분할해 설립됐다. 현재 조립 공정 중 차세대 장비인 레이저 노칭 장비와 스태킹 공정 장비를 주력으로 생산하고 있으며, 차세대 장비로 4680(지름 68mm, 길이 80mm) 원통형 배터리 권취기와 전고체 배터리용 스태킹 장비를 개발하고 있다.

필에너지는 2015년 레이저 노칭 장비를 처음 개발해 삼성SDI 양산 라인에 대량 공급한 바 있다. 스태킹 공정 장비 역시 삼성SDI와 함께 개발해 고객사에 단독 납품하고 있다.

레이저 노칭 장비는 배터리 외부로 전기를 입·출력하는 전극 단자인 탭을 따거나 전극을 자르는 장비다. 기존에는 프레스 형식의 금형 장비를 사용해왔지만, 금속 칼날 교체 비용과 배터리 생산성 면에서 다소 뒤처지는 면이 있었다. 이에 따라 최근에는 레이저 광원을 활용한 장비 도입이 활발하게 이뤄지는 추세다.

다만 레이저 노칭 장비는 현재 음극판용으로만 주로 활용되는 상황이다. 필에너지가 음극활물질과 극판(동박)이 합쳐진 합제부에 노칭하는 기술을 개발을 완료했지만, 양극판용으로는 수율이 떨어지는 상황이 발생한 탓에 적용이 더딘 탓이다.

필에너지는 음극 합제부 레이저 노칭 기술 개발 완료를 끝마치고 유럽 배터리 제조사 등으로 수주를 노리는 한편, 양극 합제부 레이저 노칭 기술도 상용화해 양산라인 적용을 노릴 계획이다.

이같은 레이저 노칭 기술력을 바탕으로 4680 원통형 배터리용 권취기로 사업 영역을 확장할 계획도 세웠다. 원래 규격인 2170 원통형 배터리는 이미 많은 기업들이 기술력을 확보한 상황이지만, 4680 배터리의 경우 리드탭이 없는 탭리스(Tabless) 공정을 활용하기 때문에 기존 장비와 구조가 달라진다. 특히 탭 역할을 대신 하는 전극의 탭 노칭을 위해서는 레이저 노칭 기술이 필수불가결하다. 필에너지는 이 점을 활용해 레이저 노칭 모듈을 시작으로 4680 배터리 권취기까지 영역을 확대하겠다는 구상을 세웠다.

또 하나의 주력 장비인 스태킹 장비는 전극과 분리막을 트레이에 한데 모아 차곡차곡 쌓는 장비다. 스태킹 공정은 주로 전극을 잘라 쌓는 파우치형 배터리나 각형에 적용되는데, 필에너지는 각형 배터리용 Z스태킹(전극, 분리막을 지그재그로 쌓는 공법) 장비를 주력으로 만들고 있다.

필에너지는 스태킹 과정 중 고속 공정으로 인한 분리막 접힘과 정렬 오류 등이 발생하는 Z스태킹 공법의 단점을 최소화한 장비를 개발했다. 기존 Z스태킹 공정 장비는 전극과 분리막을 쌓는 트레이가 움직이는 탓에 정렬 오류가 발생하는데, 필에너지는 이 트레이를 고정시키는 방식으로 오류를 최소화하고 수율을 높인 것이다.

필에너지 관계자는 "필에너지는 디지털 동작 제어 기술(PLC)과 고속 동기화 제어 기술을 갖추고 있어 Z스태킹 시 발생하는 수율 문제를 해결했다"며 "특히 적층 높이가 높은 각형 배터리용 스태킹 장비로는 필에너지가 압도적인 기술력을 갖췄다"고 강조했다.

스태킹 공정 기술력 기반으로 전고체 스태킹 장비 역시 개발하고 있다. 이미 관련 개발 장비가 주력 고객사의 전고체 배터리 파일럿 라인에 적용됐으며, 향후 양산라인 투자가 생길 시 이를 확대 적용하겠다는 계획을 세웠다.

필에너지의 공정 장비 포트폴리오를 설명하는 김광일 대표이사 [사진: 필에너지]
필에너지의 공정 장비 포트폴리오를 설명하는 김광일 대표이사 [사진: 필에너지]

김광일 필에너지 대표는 "현재 글로벌 배터리 시장의 각형 폼팩터는 파우치형, 원통형 대비 더 높은 성장세를 타고 있는 상황"이라며 "중국 CATL, BYD 등이 채택한 각형 배터리 공정이 여전히 전극을 말아넣는 와인딩(Winding) 기반인 것을 고려하면, 이보다 차세대인 스태킹 공정의 경쟁력이 더욱 높아질 수 있는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최근 유럽 자동차 기업들이 각형을 선호한다는 이야기도 많이 듣고 있으며, 배터리 셀 기업들이 요구하는 장비도 각형 위주인 상황"이라며 "차세대 장비인 레이저 노칭 장비는 물론, 스태킹 장비 등 각형 중심 장비 포트폴리오를 구축한 필에너지가 상당한 강점을 갖추게 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실제로 필에너지는 2020년 설립 초기 매출액이 174억원에 불과했지만, 2년 뒤인 지난해에는 10배 이상 늘어난 1897억원을 기록하며 '퀀텀 점프'에 가까운 실적을 기록했다. 영업이익 역시 적자에서 지난해 168억원을 달성했다. 올해 1분기 매출액은 730억원, 영업이익은 75억원이다.

이같은 성장세를 유지하기 위해 올해 말을 목표로 증설한 경기 오산 2공장을 내년부터 가동할 예정이다. 2공장 가동 시 필에너지의 전체 장비 생산능력은 연간 5000억원 규모가 된다. 이에 더해 IPO로 확보한 공모자금을 추가 증설 등에 투자할 예정이며, 4680 원통형 배터리 장비·전고체 배터리 장비로 성장세를 잇겠다는 방침이다.

상장으로 확보한 공모 자금은 시설투자 외에도 레이저 노칭 설비 고도화, 원통형 배터리 제조 자동화 신기술 개발 등 연구개발(R&D)과 운영 자금으로도 활용할 계획이다.

김 대표는 "배터리 산업이 성장하면서 최근 장비 기업 간 가격경쟁력이 더욱 중요해졌다"며 "필에너지는 레이저 노칭·스태킹 기술이라는 독보적 강점과 삼성SDI라는 핵심 고객사를 보유한 만큼, 장기적인 R&D를 병행해 현재 성장세를 더욱 키워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필에너지의 공모 주식수는 총 281만2500주로 1주당 공모 희망가액은 2만6300원~3만원다. 총 공모금액은 740억원~844억원이다. 6월 29일부터 30일까지 기관 수요예측을 진행해 공모가를 확정한 뒤, 7월 5일과 6일 일반 투자자들을 대상으로 청약 진행 후 7월 14일 코스닥 시장에 입성할 예정이다. 주관사는 미래에셋증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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