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 :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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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지털투데이 백연식 기자] SK C&C 인터넷데이터센터(IDC) 화재로 인한 카카오 장애 사태 후 온라인 플랫폼 규제 강화 움직임이 일고 있지만 정부의 자율규제 기조는 일단 유지될 것으로 보인다.

28일 정부 당국에 따르면 공정거래위원회의 경우 시장지배력을 남용한 플랫폼 기업의 독과점 행위 등에 대해서는 철저히 규제하면서 온라인 플랫폼 기업들에 대한 자율규제 방침은 유지한다는 입장이다.

현재 공정위는 네이버, 카카오, 쿠팡, 배달의민족 등 온라인 플랫폼 기업과 입점업체, 민간 전문가 등과 함께 ‘플랫폼 자율규제 방안’을 만들기 위한 민간 협의기구가 관련 논의를 진행하고 있다.

사실 인수위원회 때부터 윤석열 정부의 방침은 자율규제였다. 정부가 아니라 규제 대상인 사업자 스스로가 규제를 이끌어 가도록 한다는 것으로, 정부는 민간 협의기구를 통해 최소한의 제도적 장치만 마련한다는 게 기본 틀이다.

이에 지난달 처음 열린 ‘플랫폼 자율기구 갑을 분과 킥오프 회의’에서는 플랫폼 수수료·광고비, 입점계약 관행 개선 및 표준계약서 마련, 실태 조사 내실화 등 거래 환경 개선과 관련된 내용이 주로 얘기 나온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최근 카카오 장애 사태가 터지고 전 국민이 불편을 느낀데 이어 플랫폼 독과점 문제가 수면으로 떠오르며 자율규제보다는 정부의 직접적인 규제가 필요하다는 의견이 커졌다.

윤석열 대통령의 발언은 이런 시각에 힘을 싣기도 했다. 윤 대통령은 지난 17일 “민간 기업에서 운영하는 망이지만 사실상 국민 입장에서 보면 국가 기간 통신망과 다름없다”며 “만약 독점이나 심한 과점 상태에서 시장이 왜곡되거나, 이것이 국가의 어떤 기반 인프라와 같은 정도를 이루고 있을 때는 국민의 이익을 위해 당연히 국가가 제도적으로 필요한 대응을 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공정위가 이를 검토하고 있다”고 언급한 바 있다.

카카오 장애 사태에 대해 공정위는 시장 내 경쟁 압력이 없는 독점 플랫폼이 혁신 노력과 사회적 책임을 소홀히 한 면이 있다는 입장이다. 이에 플랫폼 독과점 문제를 해소하기 위한 맞춤형 제도 개선을 추진하고 독과점력을 남용한 위법행위에 대해서는 엄정히 조치할 예정이다. 이같은 내용을 담은 ‘독과점 온라인 플랫폼 시장의 경쟁촉진방안’을 대통령실에 보고한 것으로 전해졌다.

우선 공정위는 온라인 플랫폼 특성을 반영한 법 집행 기준을 마련하고 보완할 계획이다. ‘온라인 플랫폼 사업자의 시장지배적 지위 남용 행위 및 불공정 거래 행위에 대한 심사지침’은 올해 연말까지 만든다는 방침이다. 이는 온라인 플랫폼 분야의 법 집행 사례를 기반으로 현행 공정거래법에서 규정하고 있는 경쟁제한 행위의 심사 기준을 구체화한 것이다. 기존 지침은 온라인 플랫폼 분야 특성을 제대로 반영하지 못했기 때문에 이를 보완하고자 하는 취지다. 

공정위는 심사지침에 온라인 플랫폼 분야의 특성을 고려한 시장 획정, 시장지배력 평가 기준 등을 제시하고 ▲멀티호밍 제한 ▲최혜대우 요구 ▲자사 우대 ▲끼워 팔기 등 대표적 위반행위 유형을 구체적 사례를 통해 제시한다는 방침이다. 또한 공정위는 거대 플랫폼의 무분별한 사업확장을 위한 인수합병(M&A)을 효과적으로 차단하기 위해 ‘기업결합 심사기준’을 개정할 계획이다.

그동안 플랫폼 기업의 이종 혼합형 기업결합은 경쟁제한성이 없는 것으로 추정되는 사안에 대해 사실관계 여부만 확인하는 ‘간이심사’로 처리됐다. 하지만 향후 경쟁제한성을 중점적으로 들여다보는 '일반심사'로 전환해 엄밀하게 심사한다는 계획이다.

공정위는 여러 서비스를 상호 연계해 복합적 지배력을 강화하는 플랫폼 고유 특성 등을 경쟁제한성 판단의 고려요소로 보완한다는 방침이다. 공정위는 연말까지 개선방안을 마련하고, 내년 초 개정에 착수해 신속히 완료하겠다는 입장이다. 특히 공정위는 시장지배력을 남용해 자사 서비스를 경쟁사업자에 비해 유리하게 취급하는 행위나 경쟁사업자의 사업활동을 방해하는 행위, 대기업집단 시책 위반행위 등에 대해 감시를 강화할 예정이다.

과기정통부도 카카오 사태 후 규제 강화에 나서고 있으나 자율규제 기조는 유지하는 분위기다.

현재 과기정통부는 ‘인터넷데이터센터(IDC) 국가재난관리기본계획 포함법(방송통신발전기본법 개정안)’을 추진하고 있고, 넷플릭스법(서비스 안정화법, 전기통신사업법 개정안)‘ 개정 역시 검토하고 있다.

넷플릭스법, 즉 전기통신사업법 제22조의7(부가통신사업자의 서비스 안정성 확보 등)에 따르면 카카오 등 부가통신사업자를 상대로 서비스 안정성 확보 의무 관련 자료 요청을 하려면 서비스에 장애가 발생하거나 중단되는 경우에만 가능하다. 현행법상 정부가 선제적으로 나설 수 없는 것이다.

이에 대해 과기정통부 통신경쟁정책과 관계자는 “장애 발생 시 뿐만 아니라 장기적인 서비스 안정성 확보를 하려면 관련 법령의 개정이 필요하다”며 “제도개선을 추진하겠다”고 말했다.

과기정통부가 연초부터 추진하고 있는 전기통신사업법 전면 개정(디지털서비스기본법) 역시 규제가 강화될 것이라는 의견이다. 

현행 전기통신사업법은 기간통신사업자(통신사)와 부가통신사업자(콘텐츠 사업자 등)으로 구분하는데, 전기통신사업법 전면 개정 버전인 디지털서비스기본법은 디지털 전송 사업자(이동통신사)와 정보 사업자(콘텐츠 사업자)로 구별한다. 전기통신사업법에서 부가통신사업자는 이용자 쪽으로 초점이 맞춰져 있는데, 콘텐츠 업체 역시 사업자로 관점을 바꿔 이동통신사와 수평적 규제를 하는 방향을 검토하는 상황이다.

즉 카카오 장애로 디지털서비스기본법을 통해 네이버, 카카오 등 부가통신사업자의 규제가 강화될 것으로 전망됐지만 서비스 안정성, 장애를 제외하면 다시 자율 규제로 기조를 유지하는 것이다. 

하지만 일각에서는 정부가 일단은 큰틀에서 자율규제 기조를 유지하지만 여론 상황에 따라 언제든 법제화 등 직접규제로 전환할 가능성도 있는 것으로 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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