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은 기사 내용과 관계 없음. [사진: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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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지털투데이 박종헌 기자] 물가 상승 여파가 가정에서 흔히 사용하는 진통제, 파스 등 일반의약품으로 번지고 있다. 원자재 가격 상승과 물류비 부담을 버티지 못한 국내 제약사들이 하반기 10% 안팎의 공급가 인상에 나선다.

국내 제약업계는 원료의약품을 비롯해 약 원료와 원부자재 상당 부분을 해외 수입에 의존해 글로벌 인플레이션과 환율 상승을 회피할 수단이 사실상 없기 때문이다.

상당수 일반의약품이 이미 지난해 말과 올 상반기 가격이 두 자릿수나 뛰었다. 동아제약은 지난해 11월 ‘박카스’ 공급가를 6년 만에 10% 올렸고, 한국화이자가 유통하는 소염진통제 ‘애드빌’은 지난달 공급가가 10% 인상됐다.

지난달 일양약품은 자양강장제 ‘원비디’ 공급가를 12% 올렸다. 또 소화제 ‘노루모’와 ‘크리맥’ 공급가도 15% 인상했다.

여기서 끝이 아니다. 최근 GC녹십자는 파스 제품 ‘제놀쿨’ 가격을 올 7~8월 중 10% 올리겠다고 의약품 유통업체에 전달한 것으로 파악됐다. 광동제약도 7월 중 자양강장제 ‘쌍화탕’ 가격을 15% 올릴 예정이다.

일동제약은 간판 비타민 제품 ‘아로나민’ 시리즈 가운데 하나인 ‘아로나민씨플러스’ 공급가를 올해 3분기 10% 인상하기로 했다. 아로나민씨플러스 가격 인상은 10년 만이다.

최근 제약사들이 겪는 가장 큰 원가 압박 요인은 환율이다. 30일 서울 외환시장에서 원·달러 환율은 장중 한때 1303원을 기록했다. 앞서 23일에는 1301.8원에 거래를 마쳤다. 원·달러 환율이 1300원대에서 마감된 것은 2009년 7월 13일 이후 약 13년 만이다. 

약 원료가 되는 성분은 물론 유리병 원가 등 원부자재 가격이 급등했다. 연질캡슐 생산에 사용되는 콩기름부터 알루미늄 포일까지 단가가 오르지 않은 품목이 없다는 게 업계 주장이다.

여기에 미국 소비자물가지수(CPI)가 3월 8.5%, 4월 8.3%, 5월 8.6%를 기록하며 글로벌 인플레가 심화되고 있는 점도 영향을 끼치고 있다. 제약사들은 제조원가와 물류비 부담이 늘면서 원가 상승분을 제품 가격에 전가하고 있다.

올해 보건복지위원회 국감에서는 ‘의약품 GMP(제조및품질관리기준)’ 위반 문제가 부각될 것으로 예상된다. [사진: 셔터스톡]
[사진: 셔터스톡]

문제는 원료의약품 수입을 국내에서 대체할 방법이 없다는 점이다. 원료의약품 생산에는 기술과 설비, 공급망이 필요해 한 국가가 단기 생산능력을 갖추기 어려운 게 현실이다. 

특정 국가에 수입의존도가 높은 경우 현지 상황에 따른 수급 불균형과 이에 따른 가격 인상을 감수할 수밖에 없다. 다른 국가와의 수출입 통로를 더 확보하고 국내에서 원료를 자급할 수 있는 방안을 마련해야 한다는 게 업계의 공통된 시각이다.

실제 우리나라의 중국 의약품 원부자재 수입 의존도는 매우 높은 편이다. 한국의약품수출입협회 자료에 따르면 지난해 원료의약품 수입액 가운데 중국산이 6억8014만달러로 가장 많았다. 전체 원료의약품 수입액 20억155만달러 가운데 34%를 차지할 정도다.

공급가 인상으로 소비자 부담이 커지는 건 불가피해졌다. 공급가는 제약사가 약국에 납품할 때 적용되는 가격으로, 일반의약품은 판매자가격표시제가 적용되고 있다. 약국마다 자율적으로 소매가를 결정·판매하는 구조이기 때문에 소비자가 부담하는 최종 가격은 약국마다 달라진다.

제약사 입장에선 전문의약품 시장 규모가 훨씬 크지만 건강보험으로 약가가 결정되는 구조에서 가격인상이 가능한 품목은 일반의약품이나 의약외품 등 약국에서 판매하는 품목이 대부분이다. 

업계 관계자는 “손해를 보지 않으려면 가격 인상은 불가피하지만 소비자 저항이 커질 수 있기 때문에 눈치를 보는 상황”이라면서도 “치솟는 원부자재 가격이 당장 떨어질 요인이 없는 만큼 당분간 공급가 도미노 인상이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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