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5월 열린 '인텔 아키텍처 데이'에서 공개된 사파이어 래피즈 모습 [사진: 인텔]
지난해 5월 열린 '인텔 아키텍처 데이'에서 공개된 사파이어 래피즈 모습 [사진: 인텔]

[디지털투데이 고성현 기자] 인텔의 차세대 서버용 중앙처리장치(CPU)의 양산이 또 늦춰지면서 메모리 반도체에 먹구름이 드리웠다. 

인텔은 올해 연말쯤 차세대 서버용 CPU 사파이어래피즈(Sapphire Rapids)를 양산할 것으로 알려졌다. 신규 CPU 칩이 출시되면 서버 용 메모리 수요는 늘어나는 것이 일반적이다. 하지만 사파이어래피즈 양산 일정이 연기되면서 메모리 수요 둔화가 예상되고 있다. 메모리 반도체에 악영향이 우려되는 대목이다.

사파이어래피즈는 지난해 4월 출시된 3세대 제온 스케일러블 프로세서를 대체하는 신규 서버용 CPU다. 3세대 제온 프로세서와 같은 인텔7 공정(10나노급)에서 생산된다. 인텔의 서버용 CPU 가운데 DDR5 D램과 PCIe 5.0 SSD, CXL 1.1 등을 지원하는 첫 프로세서다.

사파이어래피즈 양산 연기 소식은 지난 7일(현지시간) 미국 뱅크오브아메리카 시큐리티스 글로벌 기술 컨퍼런스에서 나왔다. 인텔 데이터센터부문 총괄인 산드라 리베라는 이 행사에서 "사파이어래피즈의 램프업이 예상보다 지연됐다"며 "플랫폼과 제품 검증에 시간이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시장에서는 인텔의 양산 연기 소식에 기술력에 의구심 어린 시선을 보내고 있다. 인텔은 지난해 3분기 사파이어래피즈 양산에 돌입할 예정이었다. 그러나 양산 개시 전 추가 검증을  위해 일정을 올해 상반기로 미뤘다. 이 마저도 제품 검증이라는 비슷한 이유로 양산 일정을 한차례 더 미루게 됐다.

인텔은 14나노 공정의 칩 출시 이후 10나노급 공정 진입에 차질을 빚었다. 이는 PC와 모바일, IT 기기 시장에서 AMD 등 후발 경쟁업체에 추격을 허용한 계기가 됐다. 이에 인텔은 지난해 파운드리 재진출을 선언하고 10나노급(인텔7) PC, 서버 CPU를 출시하며 시장 우려를 불식시켰다. 그러나 신규 서버 CPU 양산이 미뤄지면서 기술력  의구심을 떨치지 못하게 됐다.

리베라 총괄은 10나노급 공정에서 발생한 문제가 아니라고 강조했다. 이미 지난해 가을 PC와 노트북용 칩 '엘더레이크(Alder Lake)'를 10나노 공정으로 양산한 바 있기 때문이란 설명이다. 

인텔의 신규 서버용 CPU 출시 지연은 국내 메모리반도체 업계에 악재가 우려된다. DDR5 D램을 지원하는 서버용 CPU 양산이 지연되면 DDR5 D램 공급이 늦어지기 때문이다.

서버용 메모리는 올해 초 메모리 업계의 실적 하락세를 막는 중요한 역할을 했다. 스마트폰, PC 등 메모리 수요가 떨어지는 상황에도 고성능, 고부가 중심인 서버용 메모리가 늘면서 버팀목이 됐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의 D램 매출 중 1/3 정도가 서버용이다. 

업계는 올해 하반기부터 DDR5 지원 서버용 CPU가 D램 시장 전반을 상승세로 이끌 것으로 예상했다. 서버 시장은 신규 CPU나 신규격 메모리 출시에 따른 교체 수요가 빠르다. PC는 고성능 수요가 크지 않아 신규 칩, 메모리 출시 이후 본격 확대 적용까지 수년이 걸린다. 그러나 데이터센터 등 서버는 고성능 사양이 중요해 교체 수요가 빠른 편이다.

실제로 삼성전자, SK하이닉스 등 메모리 업체들은 1분기 실시한 컨퍼런스콜을 통해 인텔의 신규 서버용 CPU에 기대를 내비쳐왔다. 하지만 인텔의 사파이어래피즈 양산 연기로 DDR5 D램 전환을 통한 시장 반등에 불확실성이 커진 셈이다.

글로벌 시장조사기관 머큐리리서치에 따르면, 인텔은 올해 1분기 서버용 CPU 시장 점유율 88.4%를 차지하고 있다. AMD는 11.6%에 불과하다. AMD의 칩이 하반기 출시할 예정임에도, 인텔의 칩 출시 연기가 메모리 시장에 큰 악재로 비춰지는 이유다.

올해 1분기 x86 CPU 전체 시장 점유율(위)과 사물인터넷(IoT) 제외 서버 시장 점유율 [사진: 머큐리리서치]
올해 1분기 x86 CPU 전체 시장 점유율(위)과 사물인터넷(IoT) 제외 서버 시장 점유율 [사진: 머큐리리서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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