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 : 셔터스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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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지털투데이 백연식 기자] 네이버·카카오 등 온라인 플랫폼 업체의 불공정거래를 방지하는 온라인 플랫폼 관련 두 법안이 모두 국회에서 올 스톱됐다. 야당을 중심으로 신중한 논의가 필요하다는 의견이 국회 내부에서 공감대가 이뤄졌기 때문이다. 공정거래위원회는 ‘온라인 플랫폼 공정화법’, 방송통신위원회는 ‘온라인 플랫폼 이용자보호법’을 추진하고 있다.

온라인 플랫폼 공정화법은 정부 입법 절차를 거쳤고, 온라인 플랫폼 이용자보호법은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과방위) 소속 전혜숙 의원이 발의했다. 지난해 12월 전혜숙안, 지난 1월 공정위 정부입법 안이 발의된 후 중복규제 문제가 제기되면서 각 주무부처인 공정위와 방통위가 규제권한을 놓고 다퉜고, 정무위원회(정무위)와 과방위까지 갈등이 번지다가 이달 초 여당이 중복규제를 없애고 두 법안 모두 다음 달 9일 본회의에서 통과시키기로 합의했었다.

하지만 지난주 정무위와 과방위 법안심사소위원회(법안소위)에서 통과 여부 결정을 보류했다. 이에 따라 여당이 목표한 다음 달 9일 본회의 통과 여부가 사실상 어려워진 상황이다. 내년 3월 대선을 앞둔 시점이라 온라인 플랫폼법 법제화와 전담 부처 결정(거버넌스 개편)을 차기 정부로 미루자는 의견도 있어 올해는 물론 대선 전 통과에 빨간불이 켜진 상황이다. 

◆ 통과되지 못한 온라인 플랫폼 관련법...내용은 어떻게 돼? 

28일 국회와 공정위, 방통위 및 과학기술정보통신부에 따르면 지난 25일 오전에 열린 과방위 법안2소위에서 전혜숙 더불어민주당 발의 법안인 ‘온라인 플랫폼 이용자 보호에 관한 법률안(전혜숙 의원안)’이 통과되지 못했다. ‘온라인 플랫폼 중개 거래의 공정화에 관한 법률(공정위안)’의 상임위원회인 정무위원회가 전날인 24일 열린 법안소위에서 법안 통과를 보류한 데 이어, 전혜숙안도 과방위에서 같은 결과가 나온 것이다.

법안소위는 법안의 내용을 확정해 상임위 전체회의에 안건으로 올리기 위한 절차로, 법안 발의 후 이뤄지는 첫 입법 절차라고 보면 된다. 법안이 법안소위를 통과해야 상임위 전체회의, 법제사법위원회, 본회의를 거쳐 법제화될 수 있다. 전혜숙의원안의 경우 공정위안이 전날 먼저 보류됐기 때문에 과방위에서 통과되지 못할 것이 예상됐었다. 

온라인 플랫폼 관련 법은 포털 등 플랫폼 사업을 전개하고 있는 각 영역 대표주자격 기업들에 공정거래 관련 일정 의무를 부과하겠단 내용을 담고 있다. 공정위 원(초)안은 매출 100억원 또는 중개 거래액 1000억원 이상 플랫폼 사업자는 수수료 부과 기준 및 절차 등 필수 기재 사항을 명시한 계약서를 작성, 교부할 의무가 있다는 의무를 부과했다. 검색·배열 순위의 조작·변경을 통해 입점업체를 부당하게 차별하는 행위, 이용자가 플랫폼을 이용하는 과정에서 생성된 정보를 자신의 영업활동에 부당하게 이용하는 행위 등을 금지한다. 대표적인 플랫폼으로는 오픈마켓, 가격비교, 배달 주문 및 숙박 중개, 승차 호출 등이 꼽히는데 크게 보면 일정 규모 이상 기업에 의무를 부과하는 것이어서 빅테크를 겨냥한 규제 시작점이라는 평가를 받고 있다.

공정위 안은 온라인 플랫폼 사업자와 이 플랫폼에 입점한 업체 간 관계를 규율하는 것이 골자라면 과방위에 계류된 온라인 플랫폼 이용자 보호법은 입점 사업자뿐만 아니라 일반 이용자와의 거래 관계까지 다루고 있는 것이 차이라고 생각하면 쉽다. 

공정위가 규제개혁위원회, 법제처, 차관회의, 국무회의 등 정부 입법 절차를 거쳤지만 방통위가 사실상 의원에게 청부 입법을 통해 법안을 발의했고, 두 부처의 규제 권한 싸움이라는 비판까지 나왔었다. 네이버·카카오 등 산업계 역시 온라인 플랫폼 관련법이 플랫폼 경제를 위축시켜 네이버·카카오 같은 대형 플랫폼 사업자의 글로벌 경쟁력을 떨어뜨리고 스타트업까지 피해를 볼 수 있다고 거세게 주장하면서 제동이 걸렸다. 

◆ 갈등 속에 수정된 온라인 플랫폼 관련법...어떻게 바뀌었을까? 

결국 청와대까지 나섰고, 정부 및 여당이 온라인플랫폼 규제 입법을 방통위와 공정위 두 곳에서 모두 관할하는 이원화 체계를 갖추기로 합의했다. 당정청은 온라인플랫폼 이용자보호법 제정안에서 공정화법 제정안과 중복 조항은 모두 삭제하기로 했다. e(이)커머스 입점사업자 등 이용자 보호를 위한 금지행위 규정은 이용자보호법으로 일원화하는 등 큰 틀에서 합의가 이뤄졌다. 

공정위와 방통위가 국회에 제출한 ‘온라인플랫폼법 설명자료 및 수정안’을 살펴보면, 공정위 ‘온라인 플랫폼 공정화법’에서는 매출액 1000억원 또는 중개거래금액 1조원 이상에 해당하는 사업자를 규제 대상으로 하는 것으로 수정했다. 소규모 플랫폼 사업자까지 규제 적용받을 수 있다는 지적에 따라 처음에 제시한 규모 기준보다 10배 높인 것이다. 앞서 설명했듯이 원안은 매출액 100억원 또는 중개거래금액 1000억원이었다.

두 부처는 형평성을 고려해 국·내외 플랫폼 사업자를 모두 규제 대상으로 삼았다. 플랫폼 소재지‧준거법률 관계없이 국내 입점업체와 소비자 간 거래를 중개하는 플랫폼을 규율대상으로 규정해 역차별 문제를 해소하겠다는 것이다. 다만, 글로벌 기업에 법적 제재를 가할 수 있는지 등 실효성 여부는 좀 더 살펴봐야 한다. 

또한, 계약서 작성‧교부 의무도 부과했다. 다만, 부담을 줄이기 위해 서명, 전자서명, 기명날인 외에 약관동의방식을 통한 계약체결도 인정하기로 했다. 거래상 우월적 지위 판단 기준은 별도 고시로 마련될 예정이다. 플랫폼 산업 혁신저해 우려를 고려해 형벌은 최소화한다.

공정위와 방통위 수정안에는 과기정통부 장관과 협의해야 한다는 내용이 새롭게 포함됐다. 공정위 수정안에는 과기정통부는 공정위와 규제대상 사업자 규모 기준, 중개계약서 기재사항‧교부‧서명 등에 관한 사항, 표준계약서 마련 등에 협의 권한을 지닌다. 방통위 안인 ‘플랫폼 이용자보호법’에서도 과기정통부 협의의무가 신설됐다. 이에 따라 실태조사에 필요한 자료와 의견을 제출할 요구 등와 관련해 과기정통부와 협의해야 한다. 이 외에도 공정위 안과 중복되는 이용자보호법상 사전‧사휴규제 일부를 삭제했다. 수정안을 통해 정부는 포괄적인 플랫폼 규율 체계 정립으로 실효적인 을의 보호가 이뤄지고 소상공인과 중소기업에 공백 없는 보호체계를 제공할 수 있을 것이라는 입장이다. 

◆온라인 플랫폼법을 산업계가 강하게 반대하는 이유는?...앞으로 전망 및 정부 입장은?

그러나, 플랫폼 및 스타트업·인터넷 기업 등 산업계는 여전히 반대하고 있다. 계속 중복‧과잉 규제 우려가 존재하고, 국내 플랫폼 사업자만 규제를 받을 수 있다는 우려를 제기하고 있다. 업계에서 독소조항으로 꼽은 필수 기재 포함 계약서 교부 및 사전통지 내용도 유지됐다는 것이 이들의 입장이다. 또한 공정위와 방통위에 이어 과기정통부 등 여러 부처가 플랫폼 규제에 나선 상황이라 여전히 업계에서 부정적인 기류가 강하다. 정부와 여당은 큰 틀에서 합의했지만 야당 측이 시급하지 않다는 입장이라 대선 전 법 통과를 장담하기 힘들다. 

익명을 요구한 한 정부 측 한 관계자는 “정부와 여당이 합의한다고 법이 통과되는 것이 아니고, 야당의 의견도 상당히 중요하다”며 “여당 측 대선주자가 빨리 통과시켜야 한다는 입장을 보이자 야당이 반대하고 있다는 것이 국회 공감대로 알고 있다. 국회의원들은 구글 인앱결제 강제 방지법처럼 세계 최초 및 글로벌 선도를 선호하는 상황”이라고 귀띔했다. 

과방위 야당 측 한 관계자는 “업계에서 강하게 반발하는 법안이고, 충분한 논의가 이뤄져야 한다고 생각한다. 다음 달 9일 본회의 통과는 일정상 불가능한 게 맞지만 그렇게 시급한 법안은 아니라고 본다”며 “법안 내용과 일정을 두고 여당 안에서도 완전히 합의가 이뤄지지 않은 것 같다”고 말했다.

정부와 여당은 최근 규제를 줄이는 방향으로 두 법안을 수정한 만큼 이대로 본회의까지 통과돼야 한다는 입장이다. 방통위 이용자정책총괄과 관계자는 “현재 수정안은 공정위 및 과기정통부와도 조정이 된데다가 업계 의견을 최대한 반영해 규제 완화도 했기 때문에 법안 소위에 올라간 수정안대로 통과되길 바란다”고 전했다.

한편, 온라인동영상서비스(OTT) 사업자 법적 지위 부여를 위한 법률 개정 역시 과방위 법안2소위에서 또 이뤄지지 못했다. 방송통신위원회가 개정안에 동의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OTT를 특수유형 부가통신역무로 분류해 세액공제 등 OTT 사업을 지원하기 위한 정책 기반 마련이 핵심인 전기통신사업법 개정안(정부안)을 논의했지만 의결이 보류됐다. 앞서 웨이브·티빙·왓챠 등 국내 주요 OTT 사업자가 성명서를 내고 OTT 산업 발전과 진흥 목적으로 OTT 법적 지위 부여를 위한 전기통신사업법 통과를 촉구했지만 소용 없었다.

방통위가 정부안에는 동의했지만 추경호 국민의힘 의원이 대표 발의한 부가통신역무 제공 사업자 중 영상콘텐츠를 제공하는 OTT 사업자 정의 규정 신설 등 개정안에 동의하지 않았다. 정의 규정과 세액공제 대상 불명확성 등을 문제로 삼았다. 여당 측에서 정부안 방향성을 담아 수정 의결을 제안했지만, 합의에 이르지 못했고 법안소위 종료 직전 과기정통부가 법률 개정 중요성과 시의성 등을 고려해 재심사를 요청했지만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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