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 셔터스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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빅테크 기업들과 플랫폼 비즈니스에 대한 규제가 전 세계적으로 화두다. 좀 세다 싶은 법안들이 각국에서 동시다발적으로 쏟아진다. 우연의 일치는 아닌 것 같다. 테크 기업들 시장 지배력이 너무 커져 경쟁을 저해하고 있다는 우려 속에 각국에서 빅테크 규제론이 나름 설득력을 확보해 나가는 분위기다. 일부 조사 결과를 보면 빅테크 규제에 대한 여론도 긍정적이다. 테크 기업들이 혁신 저해론으로 타오르는 규제론에 맞불을 놓기는 예전 만큼 쉽지 않은 상황이다. 법과 제도 차원에서 어느 정도 규제는 피할 수 없다는 인식이 큰틀에서 공감대를 얻고 있다. 하지만 '어떻게'와 '얼만큼'을 놓고서는 여전히 갑론을박이 거세다. 한국도 마찬가지다. 10월 국정 감사를 앞두고 빅테크 규제의 디테일을 둘러싼 논쟁은 더욱 달아오를 것으로 보인다. 디지털투데이가 빅테크 규제론이 점점 불거지는 배경과 쟁점을 살펴봤다. <편집자주>

[디지털투데이 정유림 기자] 한국에서 빅테크 규제를 둘러싼 논쟁의 본질과 향방은 공정거래위원회가 추진 중인 '온라인 플랫폼 공정화법'를 통해 상당 부분 엿볼 수 있다. 양면 네트워크형 플랫폼들에 대한 규제의 경우 특히 그렇다.

줄여서 '온플법'이라고 불리는 이 법은 플랫폼 사업을 전개하고 있는 각 영역 대표주자격 기업들에 일정 의무를 부과하겠단 것이 골자다. 매출 100억원 또는 중개 거래액 1000억원 이상 플랫폼 사업자는 수수료 부과 기준 및 절차 등 필수 기재 사항을 명시한 계약서를 작성, 교부할 의무가 있다는 것. 

대표적인 플랫폼으로는 오픈마켓, 가격비교, 배달 주문 및 숙박 중개, 승차 호출 등이 언급됐는데 크게 보면 일정 규모 이상 기업에 의무를 부과하는 것이어서 빅테크를 겨냥한 규제 시작점이라는 평가를 받고 있다.

공정위가 규제에 나선 건 플랫폼 기업이 자본력을 바탕으로 시장에 진입한 뒤 빠른 시간 안에 사업을 확장, 시장 지배력을 가진 뒤 수수료를 올려 이익을 취하는 수순을 밟을 것을 우려한 소상공인들 목소리를 고려한 것이었다.

공정거래위원회는 급격한 시장 성장으로 플랫폼의 경제적 지위가 높아지고 이로 인해 플랫폼을 이용하는 사업자(입점 업체)에 발생할 수 있는 불공정거래 행위에 대응한다는 취지로 '온라인 플랫폼 공정화법'을 마련해 국회에 제출했다.

하지만 법안 논의가 지지부진하다는 지적이 적지 않은 가운데, 소상공인들은 계속해서 플랫폼 규제에 대한 목소리를 키우고 있다.

지난 7일 오전 서울 종로구 참여연대에서 열린 '쿠팡 시장침탈 저지 전국자영업 비상대책위원회' 발족 및 투쟁 선포식에서 참석자들이 쿠팡을 비롯한 대기업 플랫폼 업체들의 유통시장 장악 중단을 촉구하는 손팻말을 들고 있다. [사진: 연합뉴스]
지난 7일 오전 서울 종로구 참여연대에서 열린 '쿠팡 시장침탈 저지 전국자영업 비상대책위원회' 발족 및 투쟁 선포식에서 참석자들이 쿠팡을 비롯한 대기업 플랫폼 업체들의 유통시장 장악 중단을 촉구하는 손팻말을 들고 있다. [사진: 연합뉴스]

소상공인 자영업자 단체 10여 곳으로 구성된 쿠팡 시장침탈 저지 전국자영업 비상대책위원회는 대형 플랫폼, 특히 쿠팡의 공격적인 사업 확장 등을 겨냥하며 '플랫폼 독과점 방지법' 제정 운동에도 나서겠단 방침을 내놨다. 카카오모빌리티 상생안에 반발하고 나선 택시 4단체도 지난 16일 성명서를 내고 국회에 조속한 플랫폼 규제 입법을 요구했다. 

소상공인 업계는 빠른 사업 확장, 대형 플랫폼이 시장에 미칠 영향력과 과도한 수수료 부과 등을 개선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플랫폼을 운영하는 IT기업들도 확산되는 규제론에 상당한 부담을 느끼는 모습이다. 카카오의 경우 꽃·간식·샐러드 배달 중개 서비스 등 골목상권 침해 논란을 부른 사업에서 철수하고 3000억원 규모 상생기금마련을 골자로 하는 상생안을 내놨지만 보다 강력한 규제를 요구하는 목소리는 여전하다.

IT 업계에선 플랫폼 산업에 대한 논의, 기업에도 책임이 필요하다는 방향성에는 동의하지만 '온플법'은 불필요한 규제라며 입법에는 반대라는 입장을 분명히 하고 있다.

현행법을 통해서도 이미 충분히 규제가 가능한 부분들인데 새 법을 만들면서까지 의무를 부과할 필요가 있냐는 지적도 나온다.

박성호 한국인터넷기업협회장은 "인터넷·플랫폼 생태계는 변화가 빠르고 입점 업체도 여러 플랫폼을 동시에 활용하는 모습이 나타나 특정 플랫폼에 대한 입점 업체 거래 의존도가 높다고 보기 어렵다"며 "플랫폼이 중소상공인 판로 개척과 상생 발전을 위해 각종 서비스 개발에 투자하고 있다는 점도 눈 여겨 봐야 한다"고 말했다.

한 IT 업계 관계자는 "온라인 쇼핑을 예로 들자면 판매자(사업자)가 오픈마켓에 입점한다고 할 때 지금도 업체마다 약관을 가지고 계약을 맺는데 그럼에도 또 다시 계약서가 필요할지, 일정 규모 이상 기업들은 이미 이런 업무를 수행하고 있는데 법 적용을 받도록 하는 것은 앞뒤가 맞지 않아 보인다"며 "입법을 통해 소상공인 사업 전반에 의미 있는 변화가 나타날지도 의문"이라고 덧붙였다.

스타트업 생태계에도 영향을 미칠 것이란 분석도 나온다. 전성민 가천대학교 경영학과 교수는 지난 4월 국회에서 열린 공청회에서 "국내 플랫폼 사업 현실상 작은 규모, 짧은 업력일지라도 매출 100억 달성은 가능한데 실제 이런 스타트업이 대부분 적자 상태에 있어 규제를 부과할 경우 네트워크 효과를 얻지 못해 도산할 가능성이 높아진다"고 봤다.

공정위에선 제정법을 마련한 만큼 입법 의지가 강하지만 법안을 둘러싼 여러 쟁점들이 있어 국회에서의 논의 속도는 더딘 모습이다. 

중복 규제와 관련한 쟁점도 있다.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에도 큰 틀에서 보면 온플법과 비슷한 '온라인 플랫폼 이용자 보호법'(전혜숙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계류된 상태다. 각자 상임위 법안소위에 상정은 됐지만 쟁점 법안이다 보니 심사가 이뤄지진 않은 것으로 전해진다.

국회의사당 전경. [사진: 셔터스톡]
국회의사당 전경. [사진: 셔터스톡]

국정감사를 앞두고 여당 내 민생기구인 을지로위원회에선 올해 국정감사 공동 오리엔테이션(OT) 주제로 '플랫폼 경제'를 꼽았다. 이어 국회 정무위원회에선 온라인 플랫폼 현안을 신문하기 위해 김범수 카카오 이사회 의장을 비롯한 기업인을 증인으로 채택, 국감장 출석을 추진할 예정이다. 

이처럼 업계 안팎, 정치권 등에서 전방위로 움직임이 나타나며 이번 국정감사가 '온플법' 입법 속도를 올리는 계기로 작용할지로도 이목이 쏠리고 있다. 한 국회 관계자는 "국정감사 시즌을 앞두고 있기 때문에 실제 법안과 관련한 논의는 10월 이후, 11월이 돼야 이어갈 듯하다"고 내다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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