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7일 주성엔지니어링에 러시아에서 낭보가 날아왔다. 아주 오랫동안 기다려왔던 태양광 장비 수주 소식이다. 단일 거래로 470억원 규모의 대형 물량이다. 수주 가뭄에 허덕이던 태양광 장비 수출길이 마침내 열렸다.

주성엔지니어링은 2009년부터 3년간 태양광 장비 매출 비중이 40% 안팎을 기록했다. 그동안 주력이었던 반도체와 LCD 장비 매출을 넘어섰다. 태양광 장비 비중이 늘어나면서 매출 신기록을 갈아치웠을 정도다.

2011년 주성은 태양광 장비 매출비중 44%를 찍고 매출도 역대 최대치를 기록한 후 내리막길을 걸었다. 태양광 장비는 더 이상 효자가 되지 못했다. 중국 등 해외 수주가  끊겼기 때문이다. 2001년 삼성과의 거래가 끊긴 이후 두 번째 찾아온 커다란 위기였다.  

황철주 주성엔지니어링 회장은 연구개발(R&D)을 위기탈출 카드로 꺼냈다. 아무리 어려운 시기에도 매출의 10% 이상을 투입했다. 결국 쌓아온 기술력으로 위기를 하나씩, 둘씩 넘긴 것이다.

쉼 없는 R&D 투자로 반도체 장비 경쟁력은 업계를 리드해왔다. LCD에서 OLED로 바뀐 디스플레이 환경에서도 증착, 봉지장비로 명성을 이어갔다. 특히 세계 최고의 원자층증착장비(ALD) 기술은 주성의 미래를 책임지게 됐다. 

올해 주성은 지난해 적자를 크게 덮고 남을 정도의 호실적이 예상된다. 현재 수주 잔고만 2000억원 정도라고 한다. 그렇지만 반도체와 OLED는 있지만 태양광은 없다. 

올해 주성은 그 어느 때보다 태양광 분야에 힘을 기울였다. ALD 기술을 활용해 발전전환효율 24.5%의 세계 최고 수준 태양전지 개발에 성공했다. 새만금에 고효율 태양전지를 생산하는 RE100 실현 제조시설 우선협상대상자에 선정됐다. 

지난해 태양광 매출 비중은 1%에도 미치지 못했다. 하지만 이러한 주성의 행보는 황철주 회장 가슴 한켠에 남아있는 태양광에 대한 와신상담을 엿볼 수 있다. 황철주 회장에게 태양광은 역대 최고 매출 견인차로 기억된다. 그러니 주성의 미래라고 생각해도 지나침이 없다.

10년의 시간, 무던히도 기다렸다. 그렇게 두드려도 열리지 않던 '태양광 문'이 열렸다. 당장 달성하기 어렵지만 35%의 발전효율 태양전지 개발 자신감도 있다. 세계 최고 ALD 기술이 있어서다. 황철주 회장이 믿는 구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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