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정부 출범 두달이 지났다 그동안 전국동시지방선거를 통해 지난 1일 민선 8기 지방정부도 출범했다. 중앙과 지방이 모두 새로운 정부가 출범한 것이다. 

하지만 여의도 정치는 여야를 막론하고 정리될 기미가 안보인다. 여야 협치는 온데간데 없다. 원구성은 갈팡질팡이다. 여당인 국민의힘은 당대표 윤리위 징계로 혼란스럽다. 야당인 민주당은 당대표 선거를 앞두고 시끄럽다. 

청와대 정치도 크게 다를 바가 없다. 자격이 미흡한 후보자들로 인해 아직도 장관 인선을 마무리 짓지 못하고 있다. 대선 때 약속한 공약(公約)은 제대로 진행되고 있는 모습이 안보인다. '공약(空約)'을 우려하는 목소리가 나오는 상황이다.

 이완식 편집위원
 이완식 편집위원

 

지금 글로벌 경제는 위중하다. 코로나19로 풀린 돈이 인플레이션으로 몰아가고 있다.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은 장기 국면으로 접어들었다. 일부에선 인플레가 유지되고 경기침체를 겪는 '스태그플레이션 공포'를 얘기한다. 

글로벌 경제가 이러니 우리나라도 자유로울 수 없다. 경제를 국정 우선순위에 두어야 하는 이유다. 정치가 안정돼야 경제에 매진할 수 있지만 여의도나 청와대나 믿음이 가지 않는 것이 현실이다. 그럼에도 경제에 집중하려면 순위를 잘 정해야 한다. 지금은 '공급망' 문제를 우선 순위에 둘 때다.

러-우크라 전쟁은 산업 원자재를 넘어 원유와 가스, 식량 대란을 야기해 글로벌 경제를 혼란으로 몰아넣었다. 원유와 가스 가격은 천정부지로 올라갔다. 세계 곡창지인 우크라이나는 전쟁 영향으로 예전 수준 밀 생산이 어렵게 됐다. 미국과 아르헨티나, 인도도 이상 기후로 어렵긴 마찬가지다..

에너지와 곡물가격은 우리 경제에 큰 타격이 예상된다. 물가 상승이 불가피해 국가나 민생 경재가 만만찮은 상황이다. 

글로벌 공급망 문제는 산업 원자재 뿐만 아니라 에너지, 식량 등 전방위적이다. 각국은 너도나도 에너지 안보, 자원·식량 무기화를 표방한다. 

한-중 무역분쟁으로 촉발된 공급망 문제는 코로나19가 전세계를 강타하고 러시아-우크라 사태가 장기화 되면서 '전쟁'으로 비화되고 있는 양상이다. 제조업 필수 원자재는 세계 각국이 자원을 무기화해 수급이 원할치 않다. 

수출로 먹고사는 우리나라는 커다란 위기다. 우리나라는 반도체, 이차전지 등 전방산업이 수출 주력이다. 원자재를 수입해 제조하고 수출하는 산업구조다 보니 자원 확보에 민감할 수밖에 없다.

미국은 해외 반도체 기업들에게 고객 정보를 요구하고 중국에 미국산 첨단 특허 반입을 금지시켰다. 또 중국 견제 목적이 농후한 인도-태평양 경제 프레임워크(IPEF)를 출범시키려고 한다. 우리 정부는 IPEF 참여를 선언했다. 얼마전엔 그리 실익이 없는 나토회의에도 참석했다. 이래저래 중국과 척을 지게 됐다.

우리 기업들은 미국과 중국 양쪽에 발을 걸치고 있어서 난감할 수밖에 없다. 공급망 문제는 반도체에 그치지 않는다. 이차전지나 스마트폰, 디스플레이 원자재도 중국 의존도가 매우 높다. 2분기 잠정실적을 발표한 관련 기업들 모두 원자재 가격 상승으로 어려움을 호소한다.

우리 기업들은 공급망 위기를 벗어나고자 비축량을 늘리고 중국 이외 공급처 다변화에 적극 나서고 있다. 그러나 기업의 노력만으론 한계가 있다. 자원 확보는 이해관계가 민감하다 보니, 국가 차원에서 대처하지 않으면 안된다.

중국은 우리나라 수출 비중이 25%가 넘는 최대 교역 당사자다. 수출 주력산업에 필요한 원자재나 소재, 희토류를 크게 의존하고 있다. 이념적으로만 접근하다 보면 5년전 사드(THAAD)의 아픈 경험을 다시 겪을 수도 있다. 

이스라엘은 러-우크라 전쟁과 관련 신중한 스탠스를 취하고 있다. 피를 나눴다는 미국의 행보에 무조건 추종하지 않는다. 이스라엘 정부는 국민들이 러시아 제재에 왜 동참하지 않느냐는 반발에도 아랑곳 없다. 중동지역 상황을 감안한 철저한 국익우선 행보다.

인도는 미국, 호주, 일본과 함께 쿼드 4개 회원국 가운데 하나다. 그럼에도 러시아 제재에 동참하지 않고 있다. 되레 러시아산 원유 수입을 늘리고 있다. 사이가 좋지않은 중국과 파키스탄 견제를 위해서다.

수출로 먹고 사는 우리에게 '공급망 전쟁'은 발등의 불이다. 공급망 전쟁을 이기려면 '실리 외교'로 무장해야 한다. 외교는 철저하게 국익과 실리가 우선이다. 지금 우리 정부가 이스라엘과 인도에게 배워야 할 자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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