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 :디즈니 플러스]
[사진 :디즈니 플러스]

[디지털투데이 백연식 기자] SK텔레콤이  디즈니 온라인동영상서비스(OTT) 디즈니플러스와 협력할 의사가 없다는 뜻을 밝히면서 디즈니플러스 한국 파트너 자리는 KT와 LG유플러스 간 경쟁 구도가 됐다.

KT와 LG유플러스 모두 디즈니플러스와의 협력에 적극적이다.  이로 인해 디즈니가 이들 업체에  내거는 조건들이 점점 까다로워지고 있다는 관측도 나오고 있다.

3년 전 LG유플러스가 넷플릭스와 IPTV 관련 제휴로 단독 계약을 맺었는데, 디즈니플러스 역시 이때와 비슷한 조건 또는 그 이상을 양사에 요구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KT와 LG유플러스의 경쟁이 심해지면서 디즈니플러스 하반기 국내 진출이 늦어질 가능성도 제기된다. 현재 KT 및 LG유플러스의 경우 넷플릭스와 제휴를 맺으면서 망사용료를 사실상 받지 않고 있다. 

23일 유료방송업계에 따르면 KT와 LG유플러스는 디즈니와 디즈니플러스 제휴를 두고 협상을 진행 중이다. 디즈니는 디즈니플러스를 올해 하반기 국내에 선보이겠다고 밝힌 상황.  일각에서는 디즈니플러스 국내 출시를 9월로 예상하고 있다. 하지만 경쟁이 치열해지면서 미뤄질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오고 있다.

최근 디즈니가 SK텔레콤 자회사 웨이브에 월정액 주문형비디오(SVOD)계약을 연장하지 않겠다고 통보하면서 4월 말부터 웨이브에서는 ‘어벤져스’ ‘스타워즈’ 겨울왕국‘ 등 100여편에 달하는 디즈니 콘텐츠를 볼 수 없는 상황이다. 이런 가운데 디즈니는 디즈니 플러스에  부족한 한류 콘텐츠 수급을 위해 미디어 회사 뉴(NEW)와 손잡은 것으로 전해졌다. 

국내 OTT 업계 관계자는 “넷플릭스의 초기 국내 IPTV 시장 진출 때와 달리 KT가 참전하면서 KT와 LG유플러스와의 경쟁이 심해지고 있다”며 “LG유플러스의 경우 꼭 해야한다는 입장이지만, KT는 꼭 당사가 굳이 하지 않더라도 LG유플러스의 계약 조건을 디즈니플러스에게 더 유리하게 하는 형식, 즉 조건을 올리겠다는 생각으로 알고 있다”고 전했다.

넷플릭스의 경우 통신사 IPTV를 통해 자사 콘텐츠를 서비스하는 것과 관해 LG유플러스와 국내 첫 계약을 맺었다. 당시 글로벌 스탠다드 기준인 9(넷플릭스):1(플랫폼) 비율을 적용하는 것은 물론 망이용료 무료 조건을 내세운 것으로 알려져 있다.  여기에다 넷플릭스는  LG유플러스가 일정 숫자 이상의 가입자를 유치해야 하는 조건도 요구한 것으로 최근 전해졌다.

이를 위해 LG유플러스는 자사 가입자를 대상으로 3개월 무료 이벤트 등을 실시했는데, 넷플릭스 요구 사항으로 가입자를 일정 수준 이상 끌어 모아야 했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KT 역시 넷플릭스 제휴 초반 무료 이벤트를 펼쳤다. 이때 무료 이용권 비용은 모두 통신사가 넷플릭스에게 내야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넷플릭스가 한국에서 성장하는 데는 LG유플러스가 큰 지렛대 역할을 했다는 것이 업계의 중론이다. LG유플러스는 넷플릭스가 요구한 가입자를 모으기 위해 많은 마케팅비를 들여가며 가입자를 유치했다. LG유플러스 역시 가입자 늘리는데 어느정도 이익을 얻었겠지만 넷플릭스가 얻은 이익에 비하면 크지 않다는 분석이다. 현재 LG유플러스는 넷플릭스와 독점 제휴 상태도 아니다. 

KT가 넷플릭스와 계약을 맺을 때도 LG유플러스 선례가 영향을 미쳤다는 후문이다.  두번째 계약하는 입장에선 첫번째와  비슷한 조건으로 계약을 할 수 밖에 없다. 디즈니플러스 역시 KT나 LG유플러스에게 넷플릭스가 맺은 계약과 비슷한 조건 또는 그 이상을 원하는 것으로 확인됐다. 망이용료 역시 무료로 제공해야 하는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디즈니플러스와의 물밑 경쟁이 심해지자 SK텔레콤은 디즈니플러스와의 제휴에 발을 뺐다.

박정호 SK텔레콤 사장은 지난 22일 올해 하반기 국내 서비스가 예정된 디즈니플러스에 대해서 “디즈니가 웨이브를 경쟁자로 정의했다. 그래서 이제 협력은 하지 않기로 했다. 아마존의 경우 당연히 (협상이) 있지 않겠냐”라며 “(넷플릭스) 리드 헤이스팅스 CEO와 때가 되면 만나자고 했다. 한번 이야기를 해봐야겠다. 애플TV는 당연히 협력하고 있다. 노력하고 있다”고 언급했다. 디즈니플러스와 멀어진 대신 아마존 프라임, 넷플릭스, 애플TV 플러스 등과 협상을 진행하는 것으로 풀이된다. 

황현식 LG유플러스 사장은 최근 디즈니플러스의 제휴 여부에 대해 “대화는 계속하고 있지만 확정된 것은 없다”고 밝힌 바 있다. 강국현 KT커스터머부문장(사장) 역시 “디즈니와 공식 계약한 사업자는 아직 없어 공식적으로 말하기는 어렵지만, 다양한 분야의 협력 관계를 논의하고 있다”며 “(디즈니의) 아시아 총괄 사장이 한국계 미국인인데 많은 대화를 하고 있다”고 언급한 바 있다. 

그동안 넷플릭스가 구사해온 콘텐츠 전략은 크게 두 가지다. 첫 번째는 현지 시청자의 취향을 고려한 고품질의 오리지널 콘텐츠, 두 번째는 몰아보기 시청자 행태를 반영한 에피소드 일괄 공개다. 이 같은 전략은 다수의 글로벌 시장에서 성공하며 넷플릭스의 영향력을 높여왔다. 특히 코로나19 이후 재택근무, 비대면 사회 전환 등으로 넷플릭스의 매출은 크게 늘어난 상황이다. 디즈니플러스 역시 넷플릭스처럼 현지화에 신경쓸 것으로 예상된다. 

케이블TV 관계자는 “넷플릭스는 자체 글로벌 표준이라고 볼 수 있는 수익 배분 방식에서 9(넷플릭스) 대 1(플랫폼)의 비율을 강력히 원하고 있고 그동안 사례를 보면 이를 양보한 경우가 전혀 없다”며 “LG유플러스나 KT 역시 큰틀에서 9:1의 수익 배분 방식을 받아들일 수 밖에 없었을 것이다. 디즈니플러스도 이와 비슷한 조건을 내걸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유료방송업계 관계자는 “한국·중국·일본의 경우 로컬 콘텐츠의 수요가 다른 나라에 비해 매우 높은 상황이다. 넷플릭스가 CJENM과 제휴하고, 현지 콘텐츠 제작에 적극적인 것도 이 때문이다. 디즈니플러스의 성공 여부도 현지화에 달려 있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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