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지털투데이 백연식 기자] 지난 1일 CJ ENM에서 물적 분할한 온라인동영상서비스(OTT) 티빙이 워너미디어 산하 HBO와 지분 참여 및 투자 등을 놓고 협상을 진행 중인 가운데, HBO가 투자 전제 조건 중 하나로 넷플릭스와 관계 정리를 요구한 것으로 전해져 주목된다.

당초 CJ ENM과 JTBC는 6대 4 정도 지분율로 OTT 합작법인을 출범할 계획이었지만 현재 JTBC 지분율이 20% 미만으로 낮아진 상황이다. 빠진 JTBC 지분을 메우기 위해 티빙은 HBO 등 새로운 잠재 투자자들과 접촉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13일 투자은행(IB) 및 증권 업계에 따르면 티빙은 워너미디어 및 HBO 등과 지분 참여를 놓고 세부 사항을 조율 중이다. 복수의 IB 업계 관계자는 “HBO의 경우 HBO 맥스라는 OTT가 있는데 아시아권 영향력 확대를 위해 티빙과 협의를 진행 중”이라며 “CJ ENM(티빙)에게 가장 민감한 조건이 넷플릭스와의 관계를 정리하라는 것이다. 이럴 경우 많은 금액의 위약금을 물 수 있어 CJ ENM 측이 고심을 거듭하고 있다”고 전했다.

지난해 11월 CJ ENM 및 자회사 스튜디오 드래곤은 넷플릭스와 콘텐츠 제작 및 글로벌 콘텐츠 유통을 위한 전략적 파트너십을 체결했다고 밝힌 바 있다. CJ ENM과 스튜디오 드래곤은 이번 넷플릭스와 전략적 파트너십 체결로 2020년 1월부터 3년간 전세계 넷플릭스 가입자들이 즐길 수 있는 오리지널 콘텐츠 제작에 나선다. 아울러 CJ ENM이 유통권을 보유한 스튜디오 드래곤의 제작 콘텐츠 중 일부 작품을 넷플릭스를 통해 전 세계에 선보이기로 했다. 

비슷한 시기 넷플릭스는 CJ ENM에 이어 JTBC와 장기간 콘텐츠 공급계약을 체결했다. 넷플릭스는 JTBC 자회사 JTBC콘텐트허브와 콘텐츠 유통 파트너십을 맺은 것이다. 3년동안 JTBC 프라임타임에 편성하는 드라마 20여편을 넷플릭스에 공급하기로 했다.

이런 상황에서 티빙이 HBO의 조건을 받아드릴 경우 티빙은 넷플릭스에 위약금을 물어야 할 수 있다. 실제로 티빙은 이 때문에 고심 중인 것으로 전해졌다.

유료방송업계 고위 관계자는 “CJ와 넷플릭스는 3년 계약 관계인 것으로 알고 있다”며 “JTBC 지분 참여가 먼저이고, 벨류에이션(Valuation, 가치평가)도 아직 안돼 있어 HBO가 가세하는데 시간적인 여유는 있는 상황이지만 티빙이 계약 기간 내에 넷플릭스와 관계를 끊을지가 관건”이라고 말했다.

증권업계 관계자는 "국내 이용자들이 이용하는 넷플릭스 인기 콘텐츠의 경우 절반이 미국 드라마 등이고 나머지 절반이 CJ 관련 콘텐츠”라며 “CJ의 경우 앞으로 3년간 계약 조건 때문에 넷플릭스와의 관계 끊기가 쉽지는 않을 것”이라고 전했다. 

HBO는 영화·드라마 전문 채널로 왕좌의 게임 등 유명 콘텐츠 포트폴리오들을 대거 보유하고 있다. 지난 5월 HBO는 HBO 맥스라는 자체 OTT를 출시했다. HBO 맥스 월별 요금은 14.99달러로 OTT 업체 중 비싼 편에 속한다. 넷플릭스는12.99달러, 디즈니플러스는 6.99달러다. 이런 가운데 HBO 맥스는 최근 TV 시리즈로 베트맨 등을 제작하는 등 콘텐츠 투자를 더욱 확대하고 있다. 

CJ ENM 티빙이 HBO 등 해외 업체들을 상대로 투자 유치에 나선 것은 원래 계획보다 JTBC 지분 참여가 낮아졌기 때문이다. JTBC는 티빙 지분 투자 비율을 당초 40% 이상에서 20% 미만으로 절반 이상 줄였다.

공정거래위원회 기업결합과 관계자는 “기존에 40% 이상 지분을 출자하기로 했던 JTBC가 20% 아래로 낮추면서 JTBC가 기업결합심사를 철회했다”고 말했다.

공정거래법 제12조에 따르면 비상장법인의 경우 지분 20% 이상을 취득할 경우에만 공정위 기업결합 신고 의무가 있다. 상장법인의 경우 지분 15% 이상을 취득할 경우 공정위에 기업결합 신고를 해야 한다. 

비상장회사인 티빙의 경우 20% 이상 지분을 취득했을 때만 공정위에게 기업결합신고를 해야 하는 대상이 되는 셈이다. JTBC 외 추가로 재무적투자자(FI)가 합작 법인에 참여해 20% 이상 지분을 취득할 경우 다시 공정위에 기업결합신고를 해야 한다. JTBC 지분이 낮아진 만큼 투자금(출자금) 역시 줄어든 상황이라 티빙은 HBO 등과 접촉하는 것으로 보여진다.

저작권자 © 디지털투데이 (DigitalToday)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관련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