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019년 9월 19일 은성수 금융위원장(왼쪽)이 취임 후 처음으로 서울 여의도 금융감독원을 방문해 윤석헌 금감원장을 만난 회동했다. [사진: 금융위원회] 
지난 2019년 9월 19일 은성수 금융위원장(왼쪽)이 취임 후 처음으로 서울 여의도 금융감독원을 방문해 윤석헌 금감원장을 만난 회동했다. [사진: 금융위원회]

[디지털투데이 강진규 기자] 금융당국 수장들을 둘러싼 갈등과 잡음이 고조되고 있다. 은성수 금융위원장과 이주열 한국은행 총재가 설전을 벌인 것에 이어 금융감독원 노조가 윤석헌 금융감독원장의 사퇴를 주장하고 나섰다. 윤석헌 원장이 버티기에 나서면서 갈등이 증폭될 것으로 보인다.

8일 금융권에 따르면 윤석헌 금감원장이 사실상 금감원 노조의 사퇴 주장을 거부하면서 노조가 추가 대응에 나설 것으로 보인다. 

앞서 지난 3일 금감원 노조는 청와대 앞 분수대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윤석헌 원장의 사퇴를 요구했다.

노조는 금감원 인사에서 채용비리에 연루돼 징계를 받은 이력이 있는 A팀장을 부국장으로, B수석조사역을 팀장으로 승진 발령한 것을 문제삼았다. 노조는 5일까지 윤석헌 원장이 사퇴 의사를 결정할 것을 촉구했다.

5일 윤석헌 원장은 금감원 노조 관계자들과 면담을 했지만 입장차이만 확인했다. 노조는 채용비리 연루자가 승진을 문제삼으며 사퇴를 촉구했고 윤석원 원장은 개선안을 만들겠다고 했지만 노조가 거절한 것으로 알려졌다. 금융권은 윤석헌 원장이 사실상 노조의 사퇴 요구를 거부한 것으로 받아들이고 있다.

노조가 윤석헌 원장이 사퇴하지 않을 경우 추가 대응에 나섰다고 밝힌 만큼 윤 원장과 금감원 노조의 갈등이 증폭될 것으로 예상된다. 노조가 윤 원장을 성토하는 시위에 나서거나 청와대, 정치권 등에 감사를 촉구할 가능성이 제기된다. 자칫 차기 금감원장이 결정될 때까지 혼란스러운 상황이 초래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금감원 노조는 인사 문제를 거론했지만 그 이면에는 윤석헌 원장의 연임 문제가 걸려있다는 지적이다. 윤 원장의 임기는 5월초까지로 약 2달이 남았다. 그런데 금융권 일각에서는 윤 원장의 연임 가능성이 거론되고 있다. 금융권에서는 윤 원장이 금융개혁 완수를 명분으로 사상 처음으로 원장 연임을 고려하고 있다는 관측이 나오고 있다. 금융권은 금감원 노조가 윤석헌 원장의 연임을 막기 위해 나선 것으로 본다.

지난해에는 윤석헌 원장 교체설, 금융위와 갈등설이 불거졌었다. 지난해 5월 금융권에서는 윤석헌 원장 교체설이 대두됐다. 윤 원장이 해외금리 연계 파생결합펀드(DLF) 사태, 펀드 사태 등에 대한 책임을 져야 한다는 주장이었다. 그러나 윤 원장은 교체설을 일축했고 직을 계속 유지했다.

금융위와 금감원은 지난해 상반기에 갈등을 빚었다. 지난해 4월 금감원 부원장 인사 이야기가 나왔지만 실제 인사가 지연됐다. 윤석헌 원장이 수석부원장 제도를 폐지할 수 있다고 주장했기 때문이다.

금감원 수석부원장 제도는 금감원이 만들어진 후 존속돼 왔다. 수석부원장은 말 그대로 금감원의 2인자다. 수석부원장은 주로 금융위 인사들이 임명됐다. 그런데 윤 원장이 폐지를 언급하면서 금융위와 금감원의 신경전이 벌어졌다. 결국 금감원 부원장 인사는 6월 이뤄졌다.

지난해 10월 국정감사 때도 은성수 금융위원장과 윤석헌 금감원장이 설전을 벌였다. 은성수 금융위원장은 펀드 사태와 관련 감독을 강화할 뜻을 밝혔다. 이는 펀드 사태 원인을 감독 문제로 본다는 뜻으로 금융권에서 해석하고 있다. 반면 윤석헌 원장은 규제 완화 즉 금융위의 금융정책 문제를 지적했다.

윤석헌 원장은 금감원 독립성이 강화돼야 한다고 주장했고, 은성수 위원장은 ‘누구로부터의 독립이냐’며 반박했다. 실제로 윤석헌 원장을 중심으로 한 금감원에서 독립성 강화를 위해 정치권과 접촉을 늘리고 있다는 관측도 있었다.

지난해 금융위와 갈등이 불거졌던 윤석헌 원장이 올해는 노조와 갈등하고 있는 것이다.

이주열 한은 총재 vs 은성수 금융위원장 설전도 논란

최근 윤석헌 원장 뿐 아니라 다른 금융당국 수장들도 설전을 벌이고 있다. 이주열 한은 총재와 은성수 금융위원장이 그 주인공이다.

2월 17일 한국은행은 '전자금융거래법 개정안의 빅브라더 이슈에 대한 입장' 자료를 통해 “개정안은 빅브라더(사회 감시·통제 권력)법”이라며 “개정안이 통과되면 금융위원회가 금융결제원을 통해 네이버와 같은 빅테크 업체들의 모든 거래정보를 별다른 제한 없이 수집하게 된다”고 주장했다. 한은이 다른 기관에 대해 강도 높게 비판한 것은 이례적인 일이었다.

이에 지난달 19일에는 은성수 금융위원장은 서울 중구 은행연합회에서 정책금융기관장들과 간담회를 가진 후 기자들을 만나 “한은이 전금법 개정안에 대해 빅브라더라고 한 건 오해다. 조금 화가 난다”고 말했다. 은성수 위원장은 한은의 주장이 지나친 과장이라며 “제가 한 전화 통화 기록이 통신사에 남는다고 통신사를 빅브라더라고 할 수 있냐”고 반박했다.

지난달 23일에는 이주열 한은 총재가 국회 기획재정위원회 회의에 참석해 “전금법 개정안은 빅브라더법이 맞다”고 은성수 위원장의 주장에 대응했다. 이주열 총재는 "정보를 강제로 한데 모아놓은 것 자체가 빅브라더"라며 "전금법이 빅브라더가 아닌 예로 통신사를 드는데, 이런 비교는 부적합하다"고 주장했다.

한국 금융을 관리하는 금융위, 금감원, 한은의 수장들이 논란에 휩싸이고 논쟁을 벌이면서 금융권의 우려가 높아지고 있다. 당국간 갈등으로 인한 정책 혼선은 물론 금융당국의 권위도 손상될 수 있다는 것이다.

한 금융권 관계자는 “금융당국 수장들이 설전을 벌이고 논란이 불거지는 것을 보면서 금융권 관계자들이 무슨 생각을 하겠느냐”며 “현재 금융당국의 논란을 바로 보는 해외의 시선도 걱정된다”고 말했다.

이에 따라 금융권 일각에서는 금융당국 수장 교체 가능성이 불거지고 있다. 현 정부 당국 관계자들 사이에서는 금융당국의 계속되는 잡음으로 스트레스가 고조되고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윤석헌 원장 후임 문제와 은성수 위원장 교체 여부가 함께 논의될 가능성이 있다. 이주열 한은 총재는 2022년 4월까지 임기가 보장돼 있다. 

금융권은 정은보 한미방위비분담 협상대표의 거취를 주목하고 있다. 정은보 협상대표는 금융위, 금감원 수장 인사 때 마다 하마평에 올랐다.

하지만 한미방위비분담 협상이 정체되면서 후보에서 멀어졌다. 그런데 미국 바이든 행정부가 들어선 후 한미방위비분담 협상이 속도를 내면서 협상 타결 가능성이 높아지고 있다. 협상이 조만간 타결될 경우 정은보 협상대표가 금융당국 수장으로 부임할 가능성이 있다.

저작권자 © 디지털투데이 (DigitalToday)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관련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