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은보 한미 방위비분담 협상대표가 11일 협상 내용을 영상으로 설명하고 있다. [사진: 외교부 영상]

[디지털투데이 강진규 기자] 한국과 미국의 방위비분담금 협상이 타결되면서 금융권의 이목이 정은보 협상대표에 집중되고 있다. 정은보 협상대표는 주요 금융권 수장 인사 때마다 후보로 거론됐지만 한미 방위비분담금 협상이 정체되면서 행보에 제약이 있었다. 이제 협상이 타결되면서 정 협상대표의 움직임이 자유로워진 것이다.

지난 10일 외교부는 한미 양국이 3월 5일부터 3월 7일까지 미국 워싱턴에서 개최된 9차 회의를 통해 제11차 방위비분담특별협정(SMA) 체결을 위한 협상을 최종 타결했다고 밝혔다.

이번 협상은 정은보 협상대표가 이끌었다. 그는 2019년 9월 협상대표로 임명된 후 약 1년 반 동안 미국과 협상을 진행해왔다. 당초 방위비분담금 협상은 2019년말 늦어도 지난해 타결될 것으로 예상됐다.

하지만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이 약 1조원 수준이 분담금을 5배로 인상해야 한다고 무리한 주장을 하면서 협상이 진행되지 못했다. 또 지난해 11월 미국 대선이 진행되고 대선 후 트럼프 전 대통령측과 새로 당선된 조 바이든 대통령측의 갈등이 불거지면서 한미 방위비분담금 협상이 계속 정체됐다. 바이든 행정부가 출범한 후 한미는 다시 협상을 재개해 이번에 13.9% 인상하기로 합의했다.

금융권이 협상 타결을 주목하는 것은 정은보 협상대표 때문이다. 정은보 협상대표는 행정고시에 합격한 후 재정경제부에서 근무했으며 금융위원회에서 금융정책국장, 사무처장, 부위원장 등을 역임한 금융전문가다. 그동안 금융위 부위원장들은 요직에 발탁된 바 있다. 권혁세 부위원장은 금융감독원장으로, 신제윤 부위원장은 금융위원장으로, 추경호 부위원장은 장관급인 국무조정실장으로, 손병두 부위원장은 한국거래소 이사장으로 임명된 바 있다.

특히 정은보 협상대표는 현 정부의 신뢰를 받고 있기 때문에 금융권에서는 그가 요직으로 갈 것이라고 전망했다. 그를 한미 방위비분담금 협상대표로 임명한 것이 현 정부가 그의 능력을 신뢰하고 있다는 뜻으로 해석된다. 또 정은보 협상대표는 김상조 청와대 정책실장과 대일고등학교, 서울대학교 동문이기도 하다.

금융권은 정은보 협상대표가 한미 방위비분담금 협상을 금방 마무리하고 금융권으로 복귀할 것으로 전망했다. 때문에 차기 금융위원장, 금융감독원장, 국책은행장, 금융지주 회장 인사에 주요 후보로 정은보 협상대표가 항상 등장했다.

하지만 협상이 정체되면서 금융권 수장으로 갈 수 없었다. 이제 협상이 타결되면서 상황이 바뀌었다. 더구나 오랜 기간 정은보 협상대표가 고생했다는 것을 정부와 금융권 모두 인지하고 있는 상황이다. 일각에서는 현 정부 입장에서 금융, 경제 분야 주요 직책을 대체할 수 있는 인물이 생겼다고 보기도 한다. 기획재정부 장관, 금융위원장, 금감원장 등의 인사와 관련해 현 정부가 직책을 믿고 맡길 만한 인물이 부족해 현 체제를 유지한다는 시각도 있었다.

홍남기 경제부총리는 여당인 더불어민주당과 여러 차례 충돌한 바 있다. 또 은성수 금융위원장 교체 가능성도 지난해부터 나오고 있다. 윤석헌 금감원장의 임기는 오는 5월까지로 2달이 남은 상황이다. 금융권 관계자들은 정은보 협상대표가 금융당국 수장의 자리 중 한 곳으로 갈 수 있다고 관측한다. 문재인 정부의 금융당국 수장 개편에 정은보 협상대표가 중요한 변수가 될 수 있다는 것이다.

한 금융권 관계자는 “금융권 수장 인사 때마다 정은보 협상대표가 거론됐지만 협상이 타결되지 못해 본인의 의사와 상관없이 탈락했다”며 “협상이 타결된 만큼 본격적인 행보에 나서지 않겠느냐”고 말했다.

반면 은행이나 민간 부문으로 가는 것에는 제약이 있을 것으로 보인다. 대부분 수장들의 임기가 아직 많이 남아있기 때문이다. 이동걸 KDB산업은행장은 지난해 연임에 성공해 임기가 2023년까지이며 지난해 1월 취임한 윤종원 IBK기업은행장의 임기도 아직 많이 남아있다. 금융권 협단체의 경우도 김광수 은행연합회 회장이 지난해 12월 취임해 이제 100일이 됐으며, 나재철 금융투자협회장의 경우 임기가 2022년말까지다. 민간 금융지주, 은행 등의 경우 과거와 달리 내부 출신 인재들이 수장으로 올라가는 분위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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