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 KTV 국민방송]

[디지털투데이 강진규 기자] 금융위원회 부위원장으로 도규상 전 청와대 경제정책비서관이 선임되면서 금융당국에 어떤 변화가 찾아올지 주목된다. 금융위 부위원장은 금융당국의 핵심 보직으로 금융권에 큰 영향을 발휘해 왔다. 또 부위원장 출신 인사들은 대부분 장관, 국회의원 등 요직을 맡았다. 이에 손병두 전임 부위원장의 행보도 관심 대상이다.

3일 금융권에 따르면 9대 도규상 부위원장이 선임되면서 1~8대 부위원장들의 행적에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앞서 1일 청와대는 도규상 청와대 경제정책비서관을 금융위 부위원장으로 임명한다고 밝혔다. 도규상 부위원장은 행정고시 출신으로 금융감독위원회, 금융위 등에서 근무했다. 그는 금융위 금융정책과장, 대변인, 금융정책국장을 역임했으며 기획재정부 경제정책국장을 거쳐 2018년 12월부터 청와대 경제정책비서관으로 일했다.

금융위 부위원장은 말 그대로 금융위의 2인자다. 그런데 그동안 각각의 부위원장들에 따라 부위원장의 역할과 위상이 달랐다. 일부 부위원장은 금융권 실세로 불리며 막강한 힘을 자랑했다. 반면 금융위원장을 보좌하며 금융권 전반을 다독이는 역할을 한 사례도 있다. 

이창용 1대 부위원장은 서울대 경제학부 교수 출신으로 2007년 12월부터 2008년 2월까지 이명박 대통령 인수위원회 경제1분과위 인수위원으로 참여했다. 그리고 2008년 3월부터 금융감독위원회에서 분리된 금융위 부위원장을 맡았다. 이창용 부위원장은 국제통화기금(IMF) 아시아태평양국 국장으로 근무하고 있다.

2대 권혁세 부위원장은 재무부, 재정경제부 출신으로 2009년 2월 금융위 사무처장을 거쳐 그해 11월 부위원장이 됐다. 당시 권혁세 부위원장은 자신의 색과 소신이 뚜렸했다. 그는 2011년 3월 금융감독원 원장으로 취임해 2년간 근무했다. 권 원장은 2015년 정계에 진출한 후 2016년 4월 새누리당 후보로 20대 총선에 출마했다가 낙선한 바 있다.

역대 금융위원회 부위원장들의 모습 [사진: 금융위원회]

3대 신제윤 부위원장은 재무부, 재정경제부 출신으로 청와대 국민경제비서관을 역임했다. 그는 2011년 3월 금융위 부위원장에 취임했으며 2011년 9월 기획재정부 1차관으로 근무한 후 2013년 3월 금융위원장에 발탁됐다. 신제윤 위원장은 수더분한 성격으로 금융위를 무난하게 이끌었다는 평가를 받았다. 그는 퇴임 후에도 경제부총리 후보로 수차례 거론된 바 있다.

4대 추경호 부위원장은 경제기획원 출신으로 재정경제부, 금융위원회에서 일했다. 그는 청와대 경제금융비서관을 거쳐 2011년 9월 금융위 부위원장이 됐고 다시 2013년 3월 기획재정부 1차관, 2014년 7월에는 장관급인 국무조정실장으로 선임됐다.

2016년 정계에 진출한 그는 자유한국당(현 국민의힘) 의원으로 당선됐고 2020년 21대 국회의원 선거에서도 재선됐다. 금융위 부위원장 시절 진중한 모습을 보여줬던 추경호 의원은 정계에 진출한 후 야당의 금융 분야 저격수로 활동하고 있다. 추 의원은 야당의 경제, 금융 전문가로 정책 개발도 진두지휘하고 있다. 만약 향후 야당이 집권할 경우 추 의원은 경제, 금융 분야에서 주요한 역할을 할 것으로 주목받고 있다.

5대 정찬우 부위원장은 금융연구원에서 근무한 연구자다. 그는 금융연구원 부원장으로 근무했으며 2013년 3월 금융위 부위원장이 됐다. 그는 부위원장에서 물러난 후에는 금융위 증권선물위원회 위원장을 거쳐 2016년 한국거래소 이사장에 취임했다.

정찬우 부위원장은 관료 출신이 아니라는 점 때문에 기대를 받았다. 금융위와 금융권에 새로운 바람을 불러올 것이라는 예측이었다. 그러나 정 부위원장은 금융위 역사에 오점을 남겼다.

정찬우 부위원장이 근무할 당시 그는 금융당국의 실세로 불렸다. 그가 금융 정책과 인사 등을 좌지우지한다는 소문이 돌았고 금융의 황태자라고 지칭하는 사람들도 있었다. 정 부위원장이 차기 금융위원장이 되거나 청와대로 갈 것이라는 전망도 있었다.

그러나 박근혜 정부 국정농단 사건에 연루되면서 정 부위원장은 추락했다. 안종범 전 청와대 경제수석의 요청에 따라 정찬우 부위원장이 금융권 인사에 개입한 사실이 드러났다. 정 부위원장은 처벌을 받지는 않았지만 다른 부위원장들과 달리 그는 현재까지도 금융권에서 제대로 활동하지 못하고 있다. 다른 부위원장들이 인사 때 꾸준히 거론되는 것과 대비된다.  

6대 정은보 부위원장은 재정경제부, 기획재정부를 거쳐 금융위에서 근무했다. 그는 2012년 금융위 사무처장, 2013년 기재부 차관보를 거쳐 2016년 금융위 부위원장이 됐다. 그는 2019년 9월 외교부 한미방위비분담 협상대표가 됐다. 어려운 임무인 만큼 현 정부가 그를 신뢰한다는 뜻이다.

정은보 부위원장은 차기 금융위원장, 금감원장, 금융지주 회장 등으로 계속 거론되고 있다. 하지만 한미방위비분담 협상이 지연되면서 아직은 뜻을 펼치지 못하고 있다. 금융권은 한미방위비분담 협상이 끝나면 그가 금융권 요직에 발탁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7대 김용범 부위원장은 재무부, 재정경제부 출신으로 2015년 금융위 사무처장, 2017년 7월 금융위 부위원장이 됐다. 2019년 8월부터는 기재부 1차관으로 근무하고 있다. 김용범 차관은 금융위 근무시절부터 적극적이고 당차면서도 업무 수행 능력이 뛰어나다는 평가를 받았다. 때문에 홍남기 경제부총리와 함께 경제 전략을 진두지휘하고 있는 것이다. 김용범 차관 역시 차기 금융위원장, 금감원장 후보로 손꼽히는 인물 중 한명이다. 

이번에 물러난 8대 손병두 부위원장은 재정경제부, 기획재정부 출신으로 금융위에서 금융서비스국장, 금융정책국장, 상임위원, 사무처장 등 요직을 거쳤다. 그리고 2019년 5월부터 금융위 부위원장으로 근무했다. ‘선비’, ‘신사’ 같은 스타일의 손 부위원장은 은성수 금융위원장을 잘 보좌하면서 금융 현안들을 꼼꼼히 챙기고 금융권 전반을 잘 다독인 것으로 평가받는다. 이에 손병두 부위원장의 차기 행보에도 관심이 쏠리고 있다. 일각에서는 벌써부터 차기 한국거래소 이사장 후보로 거론되고 있다.

그동안 금융위 부위원장들이 워낙 출중한 능력을 보여줬고 자신만의 색깔을 드러냈기 때문에 도규상 부위원장의 행보도 주목된다. 금융당국 관계자들은 도규상 부위원장이 복합적인 인물이라고 평가한다. 금융위원장을 잘 보좌하면서도 소신있게 정책을 밀어붙일 수 있다는 것이다. 이에 그가 조용한 실세가 될 수 있다고 보는 시각도 있다.

도규상 부위원장의 첫 과제는 금감원과의 관계 설정이 될 것으로 보인다. 10월 국정감사에서 윤석헌 금융감독원장은 금감원 독립성 확보를 주장하며 금융감독체계 개편의 의지를 밝혔다. 이에 금융위 관계자들은 불편한 심기인 것으로 전해졌다. 앞으로 진행될 금융위, 금감원 역할 조정과 관련해 도규상 부위원장이 조율에 나설 것으로 예상된다. 더구나 도규상 부위원장은 청와대 비서관을 역임하며 현 정권 관계자들과 소통이 가능한 장점이 있다. 금융위 입장에서는 천군만마를 얻은 상황이다.

또 현 정부가 추진하고 있는 뉴딜 금융, 코로나19 극복 등과 관련해 도규상 부위원장은 적극적인 목소리를 낼 것으로 예상된다. 도규상 부위원장은 과거 금융위 부위원장들의 사례처럼 부위원장으로써 역할을 어떻게 수행하느냐에 따라 다음 행보도 결정될 것으로 보인다.   

금융권 관계자는 "도규상 부위원장은 금융을 알면서도 청와대에서 근무한 경력이 있다. 또 대변인을 거치면서 여론과 언론에 대해서도 잘 알고 있다"며 "이같은 복합적인 경험이 부위원장으로써 역할 수행에 작용하지 않겠느냐"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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