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금융연구원이 지난달 28일 오후 서울 중구 한국금융연구원 대회의실에서 '마이데이터 시대, 금융의 판도 변화'를 주제로 한 신년 토론회를 개최했다. [사진: 한국금융연구원 유튜브 영상 캡처]

[디지털투데이 신민경 기자] 최근 본인신용정보관리업(마이데이터)에 나설 선두주자들의 윤곽이 확정되면서 '금융플랫폼 시대'에 대한 시장의 기대감이 커지고 있다. 이런 가운데 규제체계를 업권이 아닌 기능 위주로 전환할 필요가 있다는 조언이 나왔다.

서정호 한국금융연구원 선임연구원은 지난달 28일 오후 서울 중구 한국금융연구원 대회의실에서 '마이데이터 시대, 금융의 판도 변화'를 주제로 열린 세미나에서 이같은 주장을 폈다.

서 연구원은 "빅테크의 출현으로 제조와 판매의 분리가 본격적으로 진행되고 있다. 규제당국은 건강한 데이터 생태계 조성을 위해 소수 플랫폼 사업자의 시장지배력이 지나치게 확대되지 않도록 플랫폼에 대한 경쟁규제를 재정립하고 마이데이터 사업자의 내부통제체계를 강화해야 할 것"이라고 했다. 

기존 금융사가 맞닥뜨릴 사안으로는 고객 접점 축소 등이 언급됐다. 그는 "새 플레이어들이 플랫폼 경쟁력을 앞세워 금융시장에 본격 뛰어들면 그간 금융사들이 주도해온 고객과의 접점이 플랫폼으로 이동할 것"이라며 "더군다나 기존 금융사는 자사 상품과 계열사 상품 판매에 주력해 왔기 때문에 독립적인 지위의 플랫폼들이 유리한 측면에 있다"고 했다. 

이미 금융사의 플랫폼 의존 경향은 시장에서도 뚜렷하게 나타나고 있다는 지적이다. 서 연구원은 "온라인 소상공인 대상 신용대출 제공 사례 등 대형 플랫폼과 중소 금융사 간 연계영업이 최근 활발히 진행되고 있지 않느냐"며 "궁극적으로 금융사는 수익성 악화와 플랫폼의 시장지배력 남용, 연계영업 과정에서의 운영리스크 등에 맞닥뜨릴 가능성이 높다"고 했다.

서 연구원의 발제가 끝난 뒤 이어진 패널끼리의 발표 과정에선 묘한 신경전이 벌어졌다. 한동환 KB금융 디지털플랫폼총괄(CDPO)은 "마이데이터는 은행에 위기이면서 기회"라며 "빅테크 플랫폼이 재미와 편리함을 추구한다면 금융사는 완전판매를 책임지는 플랫폼을 만들 수 있다"고 했다.

같은 맥락에서 인터넷전문은행인 카카오뱅크와 차별되는 지점을 언급하기도 했다. 한 총괄은 "카카오뱅크의 경우 고객 수는 세계적으로 유례가 없을 정도로 빠르게 증가하고 있다. 하지만 고객 신뢰를 확인할 수 있는 핵심 척도는 고객의 양적인 증가라기보다는 고객이 맡긴 자산"이라며 "미국의 증권 앱인 로빈후드 사례에서 알 수 있듯이 금융을 기술과 데이터의 관점으로만 접근하면 실패의 가능성도 있다는 점을 금융당국이 면밀히 봐줬으면 한다"고 했다.

그는 "본격적으로 금융플랫폼이 출범하게 될 경우 시장 활성화를 위해 은행, 보험 등 업권별로 적용되는 기존의 규제체계를 결제, 자산운용 등 고객경험 단위로 바꿀 필요가 있다"고 제언했다.

이어 빅테크 대표로 자리에 참석한 이승효 카카오페이 서비스총괄 부사장(CPO)은 "빅테크는 플랫폼 이용자가 이미 많아 모객할 필요가 없고 데이터 분석 능력도 현재 기준으로는 기존 금융권과 영세 핀테테크보다는 높다"며 "금융사를 비롯한 마이데이터 사업자들이 관여하는 테스트베드로서 역할과 시장 쇼케이스의 역할을 카카오페이가 할 수 있을 것"이라고 했다.

이 부사장은 또 "아직 심사를 받고 있는 중이기는 하지만 올 8월을 목표로 시스템 연동을 준비하다보니 연동기관이 50여개 수준으로 상당히 많더라"며 "개별 연동보다는 중계기관을 최대한으로 이용할 수 있게 하면 물리적인 비용과 데이터 정합성의 문제도 줄지 않을까 싶다"고 했다.

인력 수급에 대해선 금융사뿐만 아니라 빅테크·핀테크사 '힘들다'고 입을 모았다. 이승효 카카오페이 부사장은 "주로 금융권보다는 테크기업 쪽에서 인력을 영입, 채용하고 있다"며 "(금융지주 임원 분들이) 앞서 하신 말씀처럼 우리도 요즘 사람을 뽑기가 참 힘들다"고 했다. 배현기 웰스가이드 대표도 "핀테크 기업의 경우 채용인력이 은퇴자나 무경력자 등 양극단으로 나뉘는 등 인력난이 심각한 상황"이라며 "사내 기술 핵심 인력을 어떻게 확보하고 유지시키느냐가 회사의 존립과 직결되는 문제다"고 했다.

박주영 금융위원회 금융데이터정책과장은 "사용자 편의를 정책의 제1원칙으로 삼고 있다. 그런 측면에서 카카오페이가 언젠가는 금융사를 넘어설 수 있다는 생각이 든다"며 "카카오 계열 앱은 하루에도 몇번씩 들어가지만 신한은행 앱은 큰 마음을 먹고 들어가고 있다"고 했다.

박 과장은 "다만 빅테크에 대한 책임 있는 규제를 취할 수 있도록 고민해보겠다"며 "중계기관의 경우에도 마이데이터 사업자로 선정된 중소형 기업들도 중계기관을 이용할 수 있도록 개정 작업을 진행할 예정"이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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