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지털투데이 민병권 기자] 최근 모 유럽 자동차 회사가 한국 시장에서 디젤차 판매를 중단하고 가솔린 마일드 하이브리드, 플러그인 하이브리드등 전동화 모델만 판매한다는 방침을 발표했다. 기후 중립화 등 지속 가능한 미래를 구체화하는 계획의 일환이라고 했다.

토요타 아발론 하이브리드 [사진:민병권기자]
토요타 아발론 하이브리드 [사진:민병권기자]

토요타는 일찌감치 디젤 대신 가솔린 하이브리드 차량에 집중해왔다. 1997년 프리우스를 출시한 이래 올해 4월 글로벌 하이브리드카 누적판매 1500만대를 돌파했다. 국내 시판 라인업을 봐도 알 수 있다. 캠리, 라브4, 시에나, 수프라 등 ‘非하이브리드’ 차가 섞여 있긴 하지만 주종은 하이브리드다. 특히 최상위 모델, 플래그십 세단인 아발론을 하이브리드로만 파니 말 다했다.

과거 아발론은 국내 시장에서 연간 100대가 채 안 팔릴 정도로 존재감 없는 차였다. 하지만 2018년 11월 5세대 모델 출시와 함께 사정이 달라졌다. 최신 캠리와 같은 TNGA 플랫폼을 바탕으로 역동적인 비례와 파격적인 디자인을 갖춰 우선 눈길을 사로잡았고, 더욱 향상된 효율의 하이브리드 단일 모델 출시로 소비자들에게 깊은 인상을 남겼다.

아발론은 그랜저 급이다. 차체 크기가 길이 4975mm, 폭 1850mm, 높이 1435mm, 휠베이스 2870mm로, 얼마전 허리를 늘인 그랜저(4990 X 1875 X 1470, 2885mm)보다 조금 작은데, 우락부락한 인상 덕분에 그 반대처럼 보이기도 한다.

쏘나타 급인 캠리의 경우 2.5리터 가솔린 엔진을 탑재해 207마력의 최고출력과 복합연비 12.3km/L, CO2 배출 134g/km의 성능을 낸다. 아발론 하이브리드는 2.5리터 가솔린 엔진에 전기모터와 배터리를 접목해 시스템 출력 218마력, 연비 16.6km/L, CO2 배출 96g/km 성능을 낸다. 더 넉넉한 차체에 여유로운 힘을 보유하고도 연료 소모와 온실가스 배출은 현저히 낮은 것.

토요타 아발론 하이브리드 [사진:민병권기자]
토요타 아발론 하이브리드 [사진:민병권기자]

기존 V6 3.5리터 엔진 및 6단 자동변속기와 맞바꾼 하이브리드 시스템은 성능뿐 아니라 감성적 만족도 높다. 늘 매끈하고 세련되게 작동하면서도 필요할 때는 전기모터가 즉각적인 힘을 발휘해 차체를 가볍게 이끄는 덕분이다. 플래그십 모델답게 소음이나 노면 충격 거르는 실력도 수준 높다.

외관처럼 선 굵은 실내는 나름 매력 있다. 다만 태생적으로 주력 시장인 미국 취향에 맞게 만들어졌고(생산도 미국서 한다) 수입차로서 가격을 합리적인수준으로 낮추다 보니 실내 분위기는 ‘고급’ 보다 ‘실용’이라는 인상이 살짝 우세하다.

500㎖ 생수병 3개가 쪼르륵 세워지는 도어 포켓, 널찍한 스마트폰 무선충전거치대, 뒷좌석 등받이 폴딩 등 실제 사용환경에서 요긴할 부분들이 눈에 띈다. 배터리는 뒷좌석 아래에 낮게 깔았기 때문에 적재공간 활용면에서도 하이브리드카라서 감수할 불편은 없다.

대신 실내 가죽 질감은 떨어지고, 앞좌석 통풍·메모리시트, 뒷좌석 열선·팔걸이 수납공간·커튼 등이 없다. 360도 카메라까지는 바라지도 않지만 후방카메라 화면 시인성마저 낮다. 한국형 내비게이션은 주행 중 터치 조작을 봉쇄해 오히려 안전 주행을 저해한다.

토요타 아발론 하이브리드 [사진:민병권기자]
토요타 아발론 하이브리드 [사진:민병권기자]

ADAS의 경우 어댑티브 크루즈 컨트롤(DRCC), 차로이탈방지 보조와 사각지대 감지 모니터 및 후측방 경고 시스템이 있지만 차로중앙유지 보조 기능은 빠졌다. 국산 준대형차 장비 수준에 익숙한 이들이라면 실망할 수 있겠다.

그래도 DRCC, 오토홀드 기능이 있어 이번 시승은 쾌적하게 마칠 수 있었다. 주행 모드는 에코, 노멀, 스포츠와 별도 EV 모드를 갖췄다. 버튼 위치로 인해 주행 중 선택은 불편하지만 스포츠 모드에선 꽤 거칠게 돌변하는 등 ‘다중이’ 다루는 재미를 준다.

시승 구간은 길지 않았다. 최근 서초역 인근으로 확장 이전한 효성토요타 서초 전시장을 출발해 수원의 서호까지 60km를 왕복했다. 가는 길은 교통정체 없는 고속화도로를 타고 상당히 순조롭게 이동해 19.8km/L의 양호한 연비를 얻었다.

돌아오는 길 사정은 조금 달랐다. 막히는 도로를 우회 하려고 시내로 들어갔다가 결국엔 정체 구간과 신호 대기가 긴 교차로 등을 통과하면서 연비가 처참하게 떨어졌다. 무려 17.9km/L로. 반환점에서 촬영하는 동안에도 엔진 시동이 ‘READY’ 상태였고 에어컨도 켜놓는 등 무신경하게 다룬 것 치고는 나쁘지 않은 연비로 볼 수도 있겠다. 참고로 아발론 하이브리드 공인연비는 도심 16.7km/L, 고속도로 16.4km/L이다.

토요타 아발론 하이브리드 [사진:민병권기자]
토요타 아발론 하이브리드 [사진:민병권기자]

시승 반환점인 서호는 수원 팔경 중 하나일뿐만이 아니라 한국토요타의 ‘지구 텃밭’이 있는 곳이다. 한국토요타는 다양한 사회공헌 활동 중 하나로 2012년부터 주말 농부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는데, 그 근거지가 여기다. 2018년까진 일산에 텃밭이 있었고 작년에 이쪽으로 옮겨왔다고 한다.

진입하는 길에 거치게 되는 여기산 주변에는 야생동물보호 표지가 보인다. 서호 물줄기 위를 지나는 새싹교를 건너니 가로수길 끝에서 높다란 농민회관 건물이 나타났다. 한국토요타는 한국농촌지도자중앙연합회와 함께 주말 농부 프로그램을 진행하고 있다. 토요타 텃밭은 건물 주변 땅 한편에 마련됐다. 경부선 철도 너머로 보이는 아파트단지들이 ‘도시 농업’이라는 말을 떠올리게 했다.

올해 주말 농부 프로그램에 참여할 마흔다섯 가족은 지난 5월 공개모집을 통해 선발했다. 약 3:1 경쟁률을 뚫고 참여하게 된 이들은 각자에게 배정된 구역에 다양한 작물을 심어 가꾸고 있다. 저마다 아기자기하게 꾸민 팻말과 바람개비 등에서 텃밭에 대한 애정이 느껴졌다.

집이 가까워 출근길에 매일같이 들여다보는 이가 있는가 하면, 수십km 떨어진 곳에 살면서 시간 될 때마다 먼 길 마다 않고 달려오는 이들도 있다고 한다. 토요타 하이브리드카 고객이 아니더라도 참여할 수 있도록 열려있는 프로그램이지만, 친환경차를 몰고 텃밭을 방문하면 더 기분 좋겠단 생각이 든다. 실은 가까운 지하철역을 통해 방문해도 된다.

토요타 주말농부 지구 텃밭 [사진:민병권기자]
토요타 주말농부 지구 텃밭 [사진:민병권기자]

작다면 작은 공간이지만, 이 안에서 자라는 작물은 참 많기도 하다. 개쌔빠닥 상추, 청상추, 당아욱, 꽃사과, 해바라기, 메리골드, 포도나무, 삼립국화, 아스파라거스, 흙당근, 봉선화, 대파, 바질, 토마토, 블루베리, 열무, 호박, 부추…. 주말 농부들이 직접 재배하고 수확한 작물 일부는 소외된 이웃들에게 기부된다. 특히 11월에는 여기서 키운 배추 등을 이용해 사랑의 김장 나누기 행사를 진행한다.

농법도 친환경적이다. 잡초, 썩은 나무 등을 흙에 묻어 퇴비로 활용하는 후글컬처(Hugelkultur)를 비롯, 바닥에는 비닐 멀칭 대신 볏짚과 소나무 칩을 깔고 지주대도 대나무와 짚풀 재료를 이용하는 등 자연순환적인 방법을 모색하고 있다.

“올해는 유실수가 잘 안돼서 안타까워요. 기후 온난화때문인지 봄에 냉해를 입었어요. 그래도 여기 자리를 잡은 지 2년차가 되니까 이제는 작년에 보이지 않던 새들도 찾아오더라구요.” 텃밭 관리를 돕고 있는 관계자가 말했다. 그렇지 않아도 짙은 자연의 냄새와 온갖 새들 지저귀는 소리에 잠시 다른 세상에 온 것 같은 착각이 들던 참이다.

토요타 주말농부 지구 텃밭 [사진:민병권기자]
토요타 주말농부 지구 텃밭 [사진:민병권기자]

토요타는 고대 켈트 신화 속 아더왕이 전투 후의 상처를 치유하러 갔던 낙원에서 아발론(Avalon)이라는 차 이름을 가져왔다. 도연명의 무릉도원에 비유되는 곳이다. 아발론이 품은 편안함과 여유로운 공간감, 세련미를 상징한다는 회사측 설명은 차치하더라도, 토요타 주말 농부의 지구 텃밭에 밴 가족적이고 친환경적인 따뜻함, 자연 치유의 느낌과는 썩 잘 어울린다는 생각이 들었다.

다시 현실로 돌아와 얘기하자면 아발론 하이브리드 가격은 4673만원. 참고로 그랜저 하이브리드는 3646만~4432만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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