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지털투데이 민병권 기자] 요즘 자동차에는 많으면 10개 이상의 에어백이 장착된다. 에어백 개수와 자동차 안전도가 정비례한다고 보기는 어렵지만 탑승자, 더 나아가 보행자 안전까지 높이기 위한 기술 개발이 이어지면서 에어백 적용 위치도 확대되고 있다.

볼보자동차의 앞좌석 전방 에어백
볼보자동차의 앞좌석 전방 에어백

승용차의 운전자용 에어백은 1981년 메르세데스-벤츠가 최초로 양산에 나섰다. 최상위 모델인 S-클래스에 적용했지만 처음에는 선택 장비였다. 앞자리 동승자를 위한 에어백 또한 1980년대에 등장했다.

정면충돌 사고 피해를 줄이는데 집중됐던 에어백은 1990년대 들어 측면충돌 사고까지 대비한 안전장비로 이어졌다. 좌석 바깥 측면에 장착되는 사이드 에어백(몸통 보호)과 측면 창 부분을 덮는 커튼 에어백(머리 보호)이 등장한 것.

안전한 자동차 대명사인 볼보는 1987년에야 첫 에어백 장착 차량을 출고했지만, 이후 기술개발을 거듭, 1994년 사이드 에어백을 1998년에는 커튼 에어백을 세계최초로 도입했다. 일반 승용차처럼 지붕 쪽에 커튼 에어백을 설치할 수 없는 컨버터블 차종에는 도어 내장형 커튼 에어백을 적용하기도 했다.

보행자 에어백을 적용한 볼보 V40
보행자 에어백을 적용한 볼보 V40

볼보는 2014년 세계최초 보행자 에어백도 상용화했다. 앞유리 기둥 등 차체의 단단한 부위에 보행자가 머리를 부딪혀 치명상을 입지 않도록 에어백을 펼쳐 충격을 흡수하는 장치다. 재규어랜드로버도 디스커버리 스포츠, 이보크, E-페이스 등에 보행자 에어백을 적용했다.

한편 앞좌석 탑승자의 하체 보호를 위한 무릎에어백이 등장하면서 자동차에 탑재 가능한 에어백 수는 더욱 늘었다.

운전자용 무릎에어백은 1995년 기아차가 스포티지를 통해 처음 선보였다. 2015년 포드는 조수석 글로브박스 덮개가 팽창해 사고 충격을 흡수하는 에어백을 세계최초로 도입했다. 현재 무릎에어백은 국산 경차에서도 찾아볼 수 있다.

최근에는 ‘센터 (사이드) 에어백’이 관심을 끌고 있다. 올 초 제네시스 GV80를 시작으로 기아 쏘렌토, 제네시스 G80에 차례로 탑재됐다. 센터 에어백은 운전석과 보조석 사이에서 펼쳐진다. 측면 충돌 사고 시 탑승자간 신체 충돌로 인한 2차 피해를 막는 목적이 크다.

하지만 운전자 혼자 탑승한 경우에도 작동한다. 내장재 등에 의한 측면 충격이나 파편들로부터 운전자를 보호하기 위해서다.

현대차그룹 센터 사이드 에어백
현대차그룹 센터 사이드 에어백

센터 에어백은 2009년 토요타가 고급승용차 뒷좌석에 처음 적용했다. 2013년에는 GM이 앞좌석 센터 에어백을 도입했다. 현재 국내 시판중인 쉐보레 SUV 트래버스에도 적용되어 있다.

해외에서는 센터 에어백을 장비한 소형차들이 속속 등장하고 있다. 유럽의 신차 안전도 평가 프로그램인 ‘유로 NCAP’가 올해부터 측면 충돌 안전성을 새롭게 평가하는 것과 관련 있다. 폭스바겐 전기차 ID.3, 볼보자동차그룹 전기차 폴스타 2, 혼다 재즈 등이 센터 에어백을 갖추고 나왔다.

과거 토요타는 차체길이가 3m 미만인 소형차 iQ의 안전성을 확보하기 위해 9개나 되는 에어백을 적용했다. 세계최초 리어 윈도 에어백과 앞좌석 시트 쿠션 에어백이 여기 포함됐다. 리어 윈도 에어백은 후방 추돌 사고 시 뒷좌석 탑승자의 머리를 보호하기 위한 장비다.

토요타 iQ 리어 윈도 에어백
토요타 iQ의 리어 윈도 에어백

시트 쿠션 에어백은 최근 벤츠의 메르세데스-마이바흐 GLS 뒷좌석에도 적용됐다. 등받이를 뒤로 기울여 앉은 상태에서 정면 충돌이 발생할 경우 탑승자 몸이 안전벨트 아래로 미끄러지지 않도록 골반 부분을 효과적으로 구속하는데 도움을 준다.

안전벨트 자체가 팽창하는 에어백도 있다. 충돌 시 안전벨트 면적을 넓혀 신체에 가해지는 힘을 분산시킴으로써 늑골 등의 부상 가능성을 줄인다. 2010년 포드가 익스플로러를 통해 처음 선보인 이래 벤츠 S-클래스 등에 적용됐다. 현재 국내 판매되는 포드 세단 몬데오에서도 발견할 수 있다.

현대모비스는 2017년 세계 최초로 파노라마 선루프 에어백을 개발했다고 발표한 데 이어 최근에는 루프 에어백을 선보였다. 전복 사고 시 0.08초만에 후방에서 전방으로 전개되며 지붕 전체를 덮어 선루프로 승객이 이탈할 경우 발생할 수 있는 머리와 목 부위 상해를 경감시킨다.

현대모비스 루프에어백
현대모비스 루프에어백

자동차업계가 전동화와 자율주행 기술개발에 박차를 가함에 따라 에어백 또한 새로운 형태와 용량, 배치로 진화를 이어갈 전망이다. 차량의 내부구조가 바뀌고 탑승자의 앉는 방향이나 자세 또한 지금까지의 자동차와는 달라질 수 있어서다.

이와 관련해 보쉬는 올해 CES에서 새로운 차량용 실내 모니터링 시스템을 선보였다. 승객이 몇 명 탑승했고 어느 좌석에 어떠한 자세로 앉아있는지 시선이나 머리 위치까지 감지해 에어백 등 안전시스템이 최적으로 작동하도록 지원한다.

벤츠의 미래 안전기술 연구차량 최신판인 ESF 2019는 자율주행 시 스티어링 휠이 뒤로 물러나 운전자에게 더 넓은 공간을 제공하며 에어백은 스티어링 휠이 아닌 대시보드에 내장됐다. 시트 양 옆에서 탑승자를 머리까지 감싸듯 펼쳐지는 측면 에어백과 뒷좌석 승객을 위한 전방 에어백도 선보였다.

벤츠 ESF 2019 (사진=민병권 기자)
벤츠 ESF 2019 (사진=민병권 기자)
벤츠 ESF 2019 뒷좌석 에어백 (사진=민병권기자)
벤츠 ESF 2019 뒷좌석 에어백 (사진=민병권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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