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3일 한국은행에 따르면 시중은행들이 대출 문턱을 높일 것으로 예상된다.

[디지털투데이 고정훈 기자] 앞으로 시중은행들이 대출 심사 ‘문턱’을 높일 것으로 예상된다. 그동안 코로나19 대출 증가로 부실대출 우려가 커진데다가 정부의 6.17 부동산 대책 이후 주택 관련 대출이 얼어붙을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이다. 벌써부터 시중은행들은 대출 속도에 조절에 나서는 등 선제적 리스크 관리에 돌입한 것으로 나타났다. 

13일 한국은행이 발표한 ‘금융기관 대출행태 서베이 결과’에 따르면 올해 3분기 국내 은행의 가계 주택 관련 대출태도지수는 –17로 나타났다. 일반적으로 대출태도지수가 양의 값이면 은행들이 대출심사를 완화하고, 음의 값일 경우 강화하는 움직임을 보인다. 

이는 정부가 지난 6월에 발표한 6.17 부동산대책의 영향으로 풀이된다. 6.17 부동산 대출은 투기지역 및 투기과열지구에 3억원이 넘는 집을 구매할 경우, 전세대출 보증을 제한하거나 즉시 회수하는 것이 주된 내용이다. 

한은 측은 “가계에 대한 대출태도는 대내외 경기 불확실성 증대, 지난달 17일 발표된 주택시장 안정화 방안 등의 영향으로 주택관련 대출을 중심으로 강화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기업에 대한 대출 심사도 보다 강화할 것으로 보인다. 3분기 대기업과 중소기업에 대한 대출태도지수는 각각 –13, –10으로 집계됐다. 한은이 전 분기 집계했던 대출태도지수(대기업 –10, 중소기업 7)보다 악화된 셈이다. 반면 신용위험은 대기업 27, 중소기업 43으로 다소 높았다. 

문제는 올해 3분기 대기업과 중소기업 모두 대출수요를 늘릴 것으로 예상된다는 점이다. 3분기 대기업의  3분기 대기업의 대출수요지수는 13, 중소기업은 33으로 집계됐다. 코로나19 사태의 장기화로 대내외 경기 불확실성 확대에 따른 여유자금 확보 필요성과 매출 감소에 따른 자금 부족 등이 본격적으로 닥쳐올 것으로 예상됐다. 

이와 관련해 한은은 "전반적인 국내 은행의 대출태도는 기업 및 가계 주택 관련 대출을 중심으로 다소 강화될 것으로 전망된다"며 "코로나19 관련 금융지원을 지속하는 가운데 리스크관리 차원에서 연장과 재취급 조건, 담보 및 보증요구 조건 등에 대한 대출태도가 다소 강화될 방침"이라고 진단했다. 

국내은행 차주별 대출행태 지수. [자료:한국은행]
국내 은행 차주별 대출행태 지수. [자료:한국은행]

한편 부실대출 우려가 높아지자 시중은행들은 업종별 대출 한도 조정에 나서는 등 속도 조절에 나선 상태다. 6월 기준 5대 은행의 6월 기준 중소기업대출 잔액은 474조3009억원으로, 지난해 말 대비 30조원 가량 증가했다. 가계대출 잔액도 928조9000억원으로, 올해 들어 빠른 증가세를 보이고 있다.

아직 원화대출 연체율(1개월 이상 원리금 연체기준)은 0.42%로 낮은 수준이지만, 대출폭이 커지고 있는만큼 언제든지 악화될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이에 지난 8일 KB국민은행은 업종별 대출 한도 조정으로 이어지는 정기 산업등급평가를 실시했다. 도소매업과 숙박업 등이 대출한도 조정 대상자가 될 것으로 예상된다. 우리은행도 실물경기 위축으로 타격을 받은 요식업종 대출을 건당 1억원 이하로 제한한 상태다. 신한은행은 고신용 개인고객과 우량업체 재직자를 대상으로 일부 신용대출의 소득 대비 한도를 낮췄고, 하나은행 역시 고위험 개인 차주와 위험업종의 대출 문턱을 높였다. 

금융권 한 관계자는 "하반기 불거진 건정성 위험에 대한 선제적 리스크 관리"라며 "코로나19가 장기화될 가능성이 높은 만큼 은행들이 최소한의 버틸 여력을 만들고 있는 것으로 보면 될 것 같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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