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핀테크 대출 기업 중 하나인 랜딩클럽의 모습 [사진: 랜딩클럽]

[디지털투데이 강진규 기자] 금융감독원 내부에서 향후 P2P 대출 등 핀테크 관련 대출에 대한 규제를 신중하게 접근해야 한다는 경고가 나왔다.

6일 금융권에 따르면 금감원 워싱턴사무소는 최근 ‘미국 핀테크 대출 동향 및 시사점’이라는 보고를 작성해 보고했다.

사무소는 보고서 결론에서 한국 금융당국이 “핀테크 대출에 따른 투자자 피해 등 시장 확대에 따른 리스크에 대해서는 적극적으로 대응하되 핀테크 대출 시장이 적정하게 성장할 수 있도록 규제 환경을 조성할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사무소는 “미국 핀테크 대출 플랫폼이 IT기술을 활용한 신용평가 시스템 고도화 노력 등을 통해 전통적인 금융기관과 경쟁하는 수준으로 성장했다”며 “전통적인 금융기관이 규제, 수익성 등에 대한 고려로 서비스 제공을 축소하는 부문에 적극적으로 시장을 개척하는 등 전통적인 금융중개 기능을 보완하는 역할도 수행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사무소는 핀테크 대출은 디지털 기술을 활용해 자금 수요자와 공급자를 연결해주는 거래를 통칭한다고 하면서 P2P 대출을 예로 들었다. 

사무소는 미국 핀테크 대출 시장이 지속적으로 성장하며 2018년 신규 취급 규모가 496억달러(약 60조원)를 기록했다고 설명했다. 또 2018년 무담보 개인 신용대출 중개플랫폼의 연간 중개규모가 286억달러(약 34조원)로 가장 높은 비중을 차지했다고 분석했다.

사무소는 2023년 미국의 핀테크 대출 신규 취급 규모가 2018년 496억달러의 약 2배인 993억달러(약 120조원)로 증가할 것이라고 예상했다. 

미국의 분기별 핀테크 대출 취급 실적 추이. 하늘색이 개인 대출, 남색이 소기업 대출, 노란색이 학자금 대출이다. [사진: 금감원 워싱턴사무소]

사무소는 미국에서 2006년 핀테크 대출이 시작돼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기존 금융기관들이 소매여신 취급을 축소하면서 성장했다고 설명했다. 미국의 핀테크 대출은 무담보 개인 신용대출이 주를 이루고 있다고 한다.

사무소는 미국 핀테크 대출 업체들이 손실을 축소하기 위해 IT기술을 활용해 자체 신용평가모형을 정교화, 고도화한 것이 특징이라고 소개했다. 소득, 대출, 금융거래기록 등 기존 금융권 신용정보 외에도 소비패턴, 통신이용, 사회관계망 등 행태데이터를 신용평가에 반영하고 있다는 것이다. 여기는 빅데이터 분석, 머신러닝(인공지능) 분석 기술 등이 활용되고 있다고 한다.

금감원 워싱턴 사무소의 조사 결과에 따르면 미국 정부는 P2P 대출 시장에 대한 규제를 별도의 법규 제정 없이 기존 연방, 주의 금융규제 틀에서 적용하고 있다. 투자자 보호에 관해서는 증권 관련 법령을 적용하고, 차입자 보호를 위해서는 소비자신용 관련 법령을 적용하는 방식이다.

또 사무소는 미국 정부가 핀테크 대출 업체가 P2P플랫폼에서 직접 대출을 취급하는 경우 비은행 대출취급 기관에 적용되는 인허가와 금리제한 등의 규제를 적용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소비자보호화 관련해서는 금융소비자보호국의 감독도 받는다고 전했다.

사무소는 미국 규제 당국이 소비자보호 이슈에 대해서는 보수적으로 접근하면서도 새로운 규제를 도입하기보다는 기존 규제의 틀을 활용해 규제를 최소화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핀테크 대출에 대한 새로운 규제를 만들어 적용할 경우 핀테크 기업들은 기존 금융 규제에 새로운 핀테크 대출 규제까지 받을 수 있다. 이에 가급적 기존 규제를 활용해 소비자보호에 맞춰 규제를 하고 새로운 규제는 가급적 만들지 않고 있다는 것이다. 사무소는 미국 정주가 규제를 최소화함으로써 핀테크 대출이 성장할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다만 사무소는 연방과 각 주의 규제 등이 다르고 복잡한 미국의 특성이 핀테크 시장의 성장을 저해하는 요인이라고 덧붙였다. 만약 미국 핀테크 대출 시장에 진출이나 협력을 원한다면 미국 연방 뿐 아니라 주 규제에 대해서도 파악하고 있어야 한다는 것이다.

금감원 워싱턴사무소의 이번 보고서는 조사연구 자료이지만 금감원 내부 직원들이 직접 작성해 보고한 것인 만큼 금융당국이 미국의 사례를 반면교사로 삼을 수도 있을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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