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정부의 인공지능(AI) 국가전략  출처: 과학기술정보통신부

[디지털투데이 강진규 기자] 코로나19 바이러스가 전 세계적으로 확산되면서 경제 공황을 우려하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한국 역시 코로나19로 직격탄을 맞은 상황이다.

한국경제연구원은 지난 8일 공개한 ‘KERI 경제동향과 전망: 2020년 1분기 보고서’를 통해 올해 우리나라 경제성장률이 -2.3%로 1997년 IMF 외환위기 이후 최저치를 기록할 것으로 전망했다. 당초 1.9% 성장에서 전망치를 4.2% 포인트나 내린 것이다. 한경연은 “코로나19 충격으로 경제 위기 수준의 극심한 경기침체를 피하기 어렵다”고 진단했다.

그러나 위기는 기회라고 했던가. 한국이 코로나19 확산을 안정적으로 막으면서 미국, 유럽, 일본 등에 비해 빠른 경제 회복세를 보일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하나금융경영연구소는 지난 13일 ‘코로나19의 세계적 유행에 따른 산업별 영향’ 보고서에서 “우리나라는 빠르면 5월부터 정상적인 경제활동으로의 복귀를 기대할 수 있으며 주요국보다 빠른 정상화가 이뤄질 경우 세계 시장에서의 점유율을 높일 수 있을 것”이라고 했다.

한국은 지난 1월 20일 코로나19 첫번째 확진자(중국인 여성)가 발생한 후 이달 14일 기준으로 1만564명(사망자 222명)의 확진자가 발생했다. 한때 확진자가 급격히 늘기도 했지만 국내 우수한 의료진의 노력과 적극적인 검사, 그리고 국민들의 사회적 거리두기 동참으로 4월부터 코로나19 확산이 억제되고 있다.

오히려 해외에서 한국의 코로나19 방역 모델을 참고하려는 모양새다. 미국, 유럽, 일본 보다 앞서 우리나라의 경제 회복이 점쳐지는 이유다.

특히 코로나19 창궐 이후의 변화는 한국에 유리할 것으로 예상된다. 코로나19가 확산돼 재택근무, 사회적 거리두기 등이 확산되면서 IT서비스가 급격히 발전하고 있다. 교육 부문에서는 온라인 교육이 급성장하고 있으며 쇼핑을 하지 못하는 소비자들이 모바일, 인터넷 쇼핑을 이용하는 비중이 높아지고 있다. 이에 덩달아 결제, 금융 거래도 IT를 기반으로 활발히 이뤄지고 있다.

코로나19가 디지털 트랜스포메이션을 일으키고 있다는 것이다. 디지털 트랜스포메이션은 사물인터넷(IoT), 클라우드 컴퓨팅, 인공지능(AI), 빅데이터 등 4차 산업혁명 시대 기술을 활용해 기존 전통적인 운영 방식과 서비스를 혁신하는 것을 의미한다. 디지털 트랜스포메이션을 사회구조의 혁신이라고 지칭하는 사람들도 있다.

한국 IT 기반 국가 역량 세계 1위

한국은 4차 산업혁명과 디지털 트랜스포메이션 부문에서 유리한 유치를 차지하고 있다. 2019년 10월 한국과학기술기획평가원은 ‘2019 세계경제포럼(WEF) 세계경쟁력 보고서’를 공개했다. 세계경제포럼은 매년 전 세계 국가의 경쟁력을 평가해 발표하고 있다. 2019년에도 141개 국가를 대상으로 한 국가 경쟁력을 분석했다.

2019 세계경제포럼(WEF) 세계경쟁력 보고서 중 ICT 보급 부문 상위 국가 순위  출처: 한국과학기술기획평가원

한국은 종합 국가 경쟁력에서 13위를 차지했다. 세계경제포럼은 한국의 IT, 혁신 역량을 높게 평가했다. 한국은 국가 경쟁력 관련 ICT 보급에서 2017년, 2018년, 2019년 3년 연속 세계 1위를 차지했다. 

혁신역량에 있어서도 한국은 2017년 10위, 2018년 8위, 2019년 6위로 점차 상승하고 있다. 2019년 인구 100만명 당 특허출원 건수는 2위를 차지했고 구매자(소비자) 성숙도 역시 1위를 차지했다. GDP 대비 연구개발(R&D) 투자도 2위로 집계됐다.

반면 한국이 미흡한 부문은 노동시장(51위), 무역장벽(77위), 관세복잡성(83위) 등이었다. 즉 한국은 IT 경쟁력이 세계 최고 수준이지만 제도적 문제들이 발목을 잡고 있는 것이다.

한국의 경쟁력을 잘 보여주는 또 다른 지표는 특허다. 세계지식재산권기구(WIPO)가 4월 7일(현지 시각) 발표한 '2019년 국제특허 출원 보고서'에 따르면 한국은 중국, 미국, 일본, 독일에 이어 5위(1만9085건)를 차지했다.

한국의 2019년 국제특허 출원 건수는 4위인 독일의 1만9353건과 큰 차이가 없는 반면 6위 프랑스(7934건), 7위 영국(5786건)과 비교해 격차가 크다. 더 고무적인 것은 한국의 지난해 국제특허 출원 수는 2018년보다 12.8% 늘어났다는 점이다.

또 지난해 국제특허 출원 상위 50개 기업에 삼성전자(3위), LG전자(10위), LG화학(11위) 등이 이름을 올렸다. 삼성전자는 5G와 반도체 분야, LG화학은 차량용 리튬이온배터리 등의 차세대 기술 개발에 집중한 것으로 알려졌다.

대학별 국제특허 출원 순위에서도 서울대학교가 9위(136건)로 상위 10개 대학 중 하나로 꼽혔으며 도쿄대(12위, 119건)보다 순위가 높았다. 한국은 IT인프라, 기술 역량에 있어서 위기 상황에서 치고 올라간 기반이 충실한 것이다.

인공지능 특허 약진에 AI 국가전략 시동

한국의 4차 산업혁명 기술별 역량도 상당하다. 한국정보화진흥원(NIA)은 2019년 12월 ‘2019년 NIA 인공지능(AI) 인덱스(Index) - 우리나라 인공지능(AI) 수준 조사’를 펴냈다. 한국은 미국, 일본, 유럽, 중국, 인도, 이스라엘 등 7개국과 비교에서 특허등록 건수 3위를 차지했다. 2018년 기준으로 중국(1351건), 미국(678건) 다음인 497건의 인공지능 특허를 한국이 등록했다. 반면 인공지능 논문 분야에 있어서는 7개국 중 6위로 낮게 평가됐다.

또 인공지능 기업에 대한 한국, 미국, 일본, 영국, 독일, 중국, 인도. 이스라엘 8개국 조사에서 기업 수준은 8위를 차지했다. 반면 한국의 인공지능 스타트업은 미국(1393개) 다음으로 많은 465개로 중국(383개) 보다 많은 것으로 조사됐다.

한국의 인공지능 기술은 상당히 강점이 있지만 세계 최고 수준까지는 아닌 것이다. 이런 상황을 고려해 한국 정부는 인공지능 국가전략을 마련했다.

2019년 문재인 대통령 주재로 열린 53회 국무회의에서 과학기술정보통신부와 전 부처들이 참여해 만든 인공지능(AI) 국가전략이 발표됐다.

AI 국가전략에서 정부는 ‘IT 강국을 넘어 AI 강국으로’를 비전으로 2030년까지 디지털 경쟁력 세계 3위, AI를 통한 지능화 경제효과 최대 455조원 창출, 삶의 질 세계 10위를 위해 3대 분야의 9대 전략과 100대 실행과제를 마련했다.

그중에는 삼성전자, SK하이닉스 등 세계적인 반도체 기업이 있다는 점을 고려해 AI 반도체 핵심기술 및 신개념 AI 반도체(PIM)를 개발해 AI 반도체 세계 1위로 도약하는 내용도 있다. 또 2030년까지 AI 기반 스마트공장을 2000개 보급하고 바이오 및 의료, 스마트시티, 스마트팜 등 산업 전 분야로 AI 활용을 확산시킬 방침이다.

5G 분야에서도 한국은 앞서가고 있다. 2019년 4월 3일 한국은 5G 서비스를 세계 최초로 상용화했다. 정부의 5G 1년 성과 발표 자료에 따르면 2020년 4월 2일 기준으로 5G 가입자는 577만명을 넘었다. 5G 기지국은 전국적으로 11만5000국이 구축됐다. 5G 가입자는 중국에 이어 세계 2위를 기록하고 있으며 5G 보급률은 세계 최고를 기록하고 있다.

또 통신장비 측면에서도 기존 화웨이, 에릭슨, 노키아의 3강 체제가 삼성전자의 5G 장비 분야 약진으로 변화하고 있다. 삼성전자의 2018년 통신 장비 시장 점유율을 5%였는데 2019년 5G 통신장비 시장 점유율은 23.33%를 기록했다. 과기정통부는 세계 5G 시장을 한국이 주도할 수 있도록 지원할 방침이다.

그러나 빅데이터, 블록체인, 자율주행 등 아직 갈길이 먼 분야도 있다. 스위스 국제경영개발대학원(IMD)가 발표한 '세계 디지털 경쟁력 순위 2019'에서 한국은 상위권이면서도 빅데이터 활용 및 분석 항목에서는 64개국 중 40위에 머물렀다.

또 2018년 정보통신기획평가원(IITP)의 ICT 기술수준조사 보고서에 따르면 미국 기술 수준을 100으로 할 때 한국의 블록체인 기술 수준으로 80.8로 상대적으로 낮은 것으로 평가됐다. 보고서는 유럽을 90.5, 일본을 87.5, 중국을 85.8으로 분석했다.

자율주행차 부분 역시 국내 현대자동차, 기아자동차, 네이버 등 기업들이 개발에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지만 미국, 중국 등에 비해 미흡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문재인 대통령이 2019년 10월 15일 오후 경기도 화성시 현대자동차 남양연구소에서 열린 미래차산업 국가비전 선포식에서 연설하고 있다.  출처: 청와대
문재인 대통령이 2019년 10월 15일 오후 경기도 화성시 현대자동차 남양연구소에서 열린 미래차산업 국가비전 선포식에서 연설하고 있다. 출처: 청와대

이같은 상황을 고려해 정부도 경쟁력 향상에 나섰다. 문재인 대통령은 지난해 10월 15일 경기도 화성시 현대자동차 남양연구소에서 열린 미래차 국가비전 선포식에서 “세계에서 가장 먼저 자율주행을 상용화하겠다”며 “운전자의 관여 없이 자동차 스스로 운행하는 완전자율주행 상용화로 목표를 높였다. 목표 시기도 2030년에서 2027년, 3년 앞당겨 실현할 계획이다”라고 말했다. 2030년 국내 자율주행차 보급률을 54%까지 달성해 한국이 미래차 1위 국가가 될 수 있도록 하겠다는 것이다.

또 정부는 2019년 데이터경제 활성화 방안을 추진한다고 밝혔다. 데이터경제는 빅데이터, 블록체인 등이 포함됐다. 이를 뒷받침하기 위해 정부는 올해 1월 1400여종의 데이터를 개방하고 데이터경제 활성화를 위한 데이터 3법 개정도 이뤄냈다.

전문가들은 현재 상황이 한국의 IT 분야의 저력과 그동안 기업, 정부의 노력이 결실을 맺을 수 있는 기회라고 지적하고 있다. 국내 전 산업 부문의 디지털 트랜스포메이션을 통한 혁신으로 경쟁력을 높여 해외로 진출하는 것은 물론 한국의 경험을 해외에 전달할 수 있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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