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지털투데이 민병권 기자] 매년 스위스 제네바 팔렉스포에서 개최된 제네바모터쇼는 독특한 차, 값 비싸거나 희귀한 자동차를 만드는 소규모 메이커들이 즐겨 찾는 무대였다.

올해 이곳에서 화려하게 데뷔할 뻔 했던, 그리고 모터쇼가 취소되기 한참 전부터 시작한 홍보 노력 덕분에 미리 관심을 끌었던 차 중 하나가 징어 21C(Czinger 21C)이다.

3D 프린트 제조 기술을 과시하는 징어 21C
3D 프린트 제조 기술을 과시하는 징어 21C

미국 캘리포니아에 근거지를 둔 징어라는 브랜드, 그리고 창업자 케빈 징어는 자동차업계에서 낯선 이름이다.

하지만 징어는 수년 전에도 ‘3D 프린터로 제작한 슈퍼카’로 화제를 모은 적이 있다.

당시 회사이름은 다이버전트 마이크로팩토리(DM)였고 차 이름은 블레이드(Blade)였다. 전투기 캐노피처럼 차체 앞 끝과 뒤끝을 연결하며 하나의 큰 호를 그리는 유리 부분과 동승자가 운전자 뒤에 앉는 탠덤 시트 배치 등 DM 블레이드의 디자인은 징어 21C와 유사한 점이 있다.

한가지 큰 차이는 파워트레인이다. DM 블레이드는 미쓰비시 랜서 에볼루션의 2.0리터 터보 엔진을 개조해 얹었고 700마력대 출력을 제시했다. 21C는 무려 1만1,000rpm까지 회전하는 ‘자체 개발’ 2.9리터 V8 트윈터보 엔진을 탑재해 950마력을 발휘한다. 변속기는 7단 시퀀셜 방식이고 뒷바퀴를 굴린다. 여기 그치지 않고 앞바퀴를 리튬 티탄산 배터리와 두 개의 전기모터로 구동하는 하이브리드 방식을 취했다.

3D 프린트 제조 기술을 과시하는 징어 21C
3D 프린트 제조 기술을 과시하는 징어 21C

징어 21C는 우선 일반 도로를 달릴 수 없는 트랙 전용 모델로 먼저 제작된다. 이 경우 전기모터가 240마력을 더해 최고출력은 1,190마력이 된다. 차 무게는 1,165kg에 불과하다. 도로용 버전은 2022년 인도를 시작한다. 인증에 필요한 장비를 더해 무게가 1,250kg으로 늘어나지만 출력 또한 1,233마력으로 높아진다. 트랙용 버전보다 차체 다운포스를 줄여 최고속도는 380km/h에서 430km/h로 높아진다.

이밖에도 정지상태에서 100km/h까지 가속 1.9초, 0→400m 가속 8.1초 등 화려한 성능 수치를 제시한다. 이것이 가능한 이유는 동력 성능에 비해 무게가 아주 가볍다. (아직은 업체 주장일뿐이지만) 21C의 출력당 무게는 1kg/마력이다.

비교하자면, 최고속도 490km/h 이상을 기록했던 부가티 시론의 경우 8.0리터 W16 쿼드터보 엔진을 탑재해 1,500마력을 내지만 무게가 2톤에 가까워 출력당 무게는 1.33kg/마력이다. 2020 제네바모터쇼에서 데뷔하려 했던 부가티 시론 퓨어 스포츠(Bugatti Chiron Pur Sport)는 1.19kg/마력이다.

2020 제네바모터쇼 현장에 완성됐던 징어의 전시관
2020 제네바모터쇼 현장에 완성됐던 징어의 전시관

2020 제네바모터쇼 현장에 번듯한 전시관까지 완성하긴 했지만 실제 차의 성능이 주장과 같을지, 또한 LA의 스타트업 중 하나인 무명의 자동차 회사가 수치로 드러나지 않는 차의 완성도를 얼마나 높일 수 있을 지는 알 수 없다(한가지 힌트는 하이퍼카 제조사로 이름난 코닉세그의 기술책임자를 영입한 점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징어와 21C가 관심을 끄는 이유 중 하나는 대규모 조립라인이나 생산 설비를 필요로 하지 않는 3D 프린트 제조 방식을 제안하기 때문이다. 현재 자동차업계에선 차의 일부 구성품을 제작하는 데에만 제한적으로 3D 프린팅을 이용하고 있다.

징어 21C는 알루미늄, 티타늄, 인코넬 등 거의 모든 금속 구성품을 적층 제조했다. 조립도 로봇을 이용해 한 자리에서 완성하며, 필요하다면 같은 공간에서 별다른 변경 없이 다른 모델을 생산하는 것도 가능하다. 기존 3D 프린터와 차별화된 특허기술이 이를 더 효율적으로 만들어준다고 징어는 설명한다.

3D 프린트 제조 기술을 과시하는 징어 21C
3D 프린트 제조 기술을 과시하는 징어 21C

징어의 핵심 사업은 스포츠카 제조가 아닌 3D 프린터 기술업체 ‘다이버전트’이다. 이미 세계 주요자동차 업체 몇 곳에 특허 기술을 제공하고 있다고 한다. 21C는 다이버전트 기술의 유효성을 보여주기 위한 움직이는 쇼케이스라 할 수 있다.

징어는 트랙용 25대, 도로용 55대 등 총 80대의 21C를 LA에서 생산할 예정이다. 가격은 대당 170만달러(약 21억원)부터 시작한다.

저작권자 © 디지털투데이 (DigitalToday)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관련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