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지털투데이 민병권 기자] 영국 스포츠카 제조사 로터스가 에바이야(Lotus Evija) 예비 고객을 위한 터치스크린 컨피규레이터를 공개했다. 에바이야는 2000마력을 발휘하는 2인승 자동차인만큼 고객들 취향도 저마다 독특하고 까다롭다. 때문에 로터스는 에바이야의 외부 페인트 색상 조합부터 고도로 상세한 실내 마감까지 모든 측면에 대한 개인화가 가능하도록 주문 과정에 컨피규레이터를 활용한다.

로터스 에바이야 컨피규레이터
로터스 에바이야 컨피규레이터

주문자만의 조합이 반영된 가상의 차는 완전히 새로운 터치스크린 컨피규레이터가 시각화하는 사실적인 이미지와 애니메이션을 통해 모든 각도에서 안팎으로 살필 수 있게 된다. 여기에는 고성능 그래픽 프로세서와 첨단 게임 소프트웨어가 동원됐다. 광선 추적 영상 기술 덕분에 세계의 다양한 환경에서 에바이야가 어떤 모습으로 보여질지 미리 가늠할 수 있고, 고객 각자에 맞춤 제작된 360도 동영상을 확인할 수 있다.

컨피규레이터로 시작된 에바이야 구매 경험은 차가 전달될 때까지 로터스가 일정 간격으로 제공하는 특별한 선물들로 이어진다. 그리고 차량 전달식에서 시동 키와 함께 증정되는 책으로 절정을 이룬다. 주문한 차의 제작과정을 담아 수작업으로 만든 책이다.

에바이야는 로터스가 지난 해 7월 런던에서 처음 공개한 순수 전기 하이퍼카다. 2000kW 리튬이온 배터리와 4개의 전기모터를 탑재했으며, 도로용 양산차 중 세계 최고 수준인 2000마력, 1700Nm(173.4kg·m) 힘을 발휘한다.

0→100km/h 가속은 3초 미만, 최고속도는 340km/h 이상이다. 뿐만 아니라 100→200km/h 3초 이내, 200→300km/h 4초 이내 등 정지상태에서 300km/h까지 가속하는데 채 9초가 걸리지 않는다. 500마력씩을 내는 4개의 모터를 주행 환경에 맞게 개별 조절해 토크 벡터링도 구현한다. 하지만 천천히 다닐 때는 아주 조용하기 때문에 보행자를 위한 디지털 경고음을 울린다.

로터스 에바이야 컨피규레이터
로터스 에바이야 컨피규레이터

차명 에바이야는 ‘첫번째 존재’를 의미한다. 이런 전기 하이퍼카는 영국 최초이고 로터스로서도 처음이다. 로터스 역사상 가장 강력한 차일 뿐 아니라 최초의 전기차이기도 하다. 배경에는 2017년 로터스를 인수한 중국 지리자동차가 있다. 에바이야는 지리 산하에서 나온 로터스 첫 신차다.

이전까지 로터스는 창립자 콜린 채프먼의 철학을 따라 단순하고 가벼운 차를 만드는데 집중해왔다. 그만큼 최신기술이나 편의장비와는 거리를 뒀다. 실은 회사 형편도 최신 트렌드 쫓길 기대하기 어려웠다. 엔진은 토요타에서 공급받았다. 이제 상황이 완전히 달라졌다. 기존 내연기관 모델들은 지리 엔진을 탑재하게 될 전망이다.

지리는 전기차 분야에서도 두각을 나타내고 있다. 하지만 아직 대중적인 자동차에만 해당되는 얘기다. 에바이야 개발은 영국에서 했고 특히 전기 파워트레인 개발은 윌리엄스 어드밴스드 엔지니어링이 담당했다. 포뮬러원(F1)으로 유명할 뿐 아니라 전기차 경주 포뮬러 E에도 배터리를 공급했던 기술 회사다. 애스턴마틴 전기차, 재규어 하이브리드 슈퍼카 C-X75 개발에도 관여했다.

로터스의 상징적인 미드엔진 스포츠카 레이아웃 그대로 좌석 뒤에 배치된 배터리는 1회 충전으로 400km(WLTP)를 주행할 수 있다. 트랙 모드로 최대 성능을 발휘할 경우에도 7분 이상을 버틴다. 공기역학적인 설계와 4개의 라디에이터 냉각장치 덕분이다. 아직 상용화되지 않은 800kW 충전에도 대응해 9분만에 충전을 마칠 수 있다. 현존하는 350kW 시설에서는 12분만에 80%를 충전할 수 있고 완전 충전에는 18분이 소요된다.

로터스 에바이야
로터스 에바이야

전기 파워트레인 성능을 십분 발휘할 수 있는 데에는 경량화 구조 역할이 크다. 도로용 로터스 최초로 원피스 탄소섬유 모노코크 섀시를 활용해 전기 하이퍼카 중 가장 가벼운 수준의 무게 1680kg을 실현했다. 로터스 타입 72 F1카의 영향을 받은 차체 디자인도 중요하다. F1 스타일의 저항 감소 장치(DRS) 등 능동형 공기역학 기술을 적용했고 외부 거울 대신 3개의 카메라로 후방 시야를 확보했다. 도어에는 손잡이가 없다. 키를 이용해 작동하고, 차에 오른 뒤에는 지붕 콘솔의 스위치로 닫는다.

각 차축에 3개씩 달린 어댑티브 스풀밸브 댐퍼 역시 인보드 타입으로 배치해 공기저항 감소에 기여한다. 서스펜션 구성품은 F1을 비롯한 모터스포츠용 고성능 서스펜션 기술 전문업체 멀티매틱이 공급한다. 성능에 걸맞는 제동력은 AP 레이싱의 탄소 세라믹 디스크 및 단조 알루미늄 브레이킹 시스템이 제공한다. 마그네슘 휠은 앞 20, 뒤 21인치이고 피렐리 트로페오 R 타이어를 끼운다.

로터스 에바이야
로터스 에바이야

실내에는 탄소섬유 틀에 패드를 붙이고 알칸타라를 씌워 만든 시트(등받이 각도만 전동 조절)와 F1을 연상시키는 다기능 스티어링휠을 적용했다. 경주용 차처럼 4점식 안전벨트를 선택할 수 있다. 실내에서 화면은 스티어링휠 앞에 달린 디지털 계기판이 유일하다. 하지만 기존 로터스에서는 기대하기 어려웠던 디지털 및 커넥티비티 기술을 제공한다.

스키 슬로프 같은 센터콘솔에는 터치식 햅틱 피드백 버튼과 컨트롤 휠을 배치했고 애플카플레이, 안드로이드오토를 통해 음악과 내비게이션을 이용토록 했다. 스마트폰 앱을 통해 원격으로 배터리 충전 상태와 주행거리 확인, 공조장치 조절이 가능하고 무선 소프트웨어 업데이트(OTA)를 지원한다. 인포테인먼트 시스템에 탑재된 랩타임 측정 등 크로노그래프 기능은 클라우드와 연동해 작동한다. 오스람과 협력해 양산차 중 세계 최초로 상·하향 전조등 모두를 레이저 라이트로 구현하기도 했다.

에바이야 생산은 로터스의 오랜 근거지인 영국 노퍽 헤텔에서 이뤄진다. 로터스는 역사 깊은 트랙 옆에 생산시설을 구축했고 올 여름부터 양산 및 고객 인도를 시작할 계획이다. 에바이야는 전통적으로 부여된 로터스 개발 코드(타입 130)를 따라 130대만 만들어지며, 올해 물량은 주인이 모두 정해졌다. 가격은 세금 별도로 170만파운드(26억원)부터 시작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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