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지털투데이 고정훈 기자] 은행에서 배포하는 달력을 두고 업계 내부가 소란스럽다. 몇 년전부터 은행 달력이 '걸어놓으면 돈이 들어온다'는 미신이 번지면서 이를 원하는 소비자들의 수요가 늘어났기 때문이다. 무작정 점포를 방문해 달력을 달라고 항의하거나, 일부에서는 중고거래까지 활발한 것으로 나타났다.

7일 국내 중고거래 플랫폼 '중고나라'에 따르면 지난해 말 국내 시중은행 5곳(신한·KB국민·우리·KEB하나·NH농협은행)에서 제작한 달력의 중고 거래 건수는 총 840건에 이르는 것으로 나타났다. 최근 디지털 전환에 따라 달력 생산량은 꾸준히 줄고 있지만 은행 달력만은 여전한 인기를 누리고 있는 셈이다.

중고 거래 시장에서 가장 인기가 좋은 올해 달력은 우리은행 달력이었다. 지난 한 달 간 우리은행 달력 거래건수는 264건에 달했다. 국민은행이 192건으로 2위를 차지했으며, 농협은행(164건), 신한은행(117건), 하나은행(103건)도 뒤를 이었다.

이 달력들은 대부분 개당 2000~5000원 사이에 판매됐다. 탁상용보다는 벽걸이 달력이 인기가 높았으며, VIP에게만 한정으로 배포되는 달력은 1만원대로 가격대가 좀 더 높았다. 이는 VIP용 달력이 유명 화가의 작품을 실어 소비자들 선호도가 더 높기 때문이다.

중고거래 플랫폼 중고나라에서 실제 판매되고 있는 은행 달력 게시글. (사진=중고나라)
중고거래 플랫폼 중고나라에서 실제 판매되고 있는 은행 달력 게시글. (사진=중고나라)

 

이 인기 배경에는 '은행 달력을 걸어 놓으면 부자가 된다'는 속설이 있다. 실제로 은행 점포에서는 연말·연초에 달력을 받기 위한 소비자들로 넘쳐난다.

50대 소비자 A씨는 "은행 달력이 돈이 들어온다는 속설은 근거가 없다는 사실을 안다"면서도 "한번 (벽걸이 달력을) 설치해 놓으면 달이 지나 넘기는 걸 잊을지언정 마음이 편하다"고 말했다.

이런 인기 행진에 일부 은행은 VIP용을 제외한 일반 달력을 선착순으로 배포하거나, 자사 통장 원본 확인 후 주는 등 규정을 두고 있다.

문제는 은행 달력 수량이 넉넉하지 않다는 점에 있다. 최근 달력은 수요 자체가 떨어지면서 생산 단가가 높아진 상태다. 그동안 달력을 무료 배포하던 업체들도 유상 판매로 전환한지 오래다. 때문에 전국 각 지점에서 달력을 구하려는 경쟁이 펼쳐지기도 한다.

이 과정에서 현장 은행원들은 어려움을 호소하기도 한다. 한 은행 관계자는 "지점별로 수량이 한정돼 있다. 찾는 손님은 많아 금방 떨어지는데, 무작정 창구로 와서 달력을 달라는 손님은 아직도 많다"고 말했다. 한 온라인 게시판에는 "달력 달라는 민원이 빗발친다. 달력을 맡겨 놓은 건지 이해가 안된다"는 글이 올라올 정도다.

한 업계관계자는 "배포용 달력은 단순히 숫자만 적혀 있는게 아니라 유명 화가의 그림을 넣는 등 디자인적인 부분도 많이 신경 쓰고 있다. 한번 배포되면 1년 내내 사용되면서 홍보 효과가 높기 때문"이라며 "몇년 전부터 달력이 인기를 끌면서 각 은행마다 달력을 이용한 홍보 방법에 고심 중인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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