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지털투데이 고정훈 기자] 은행권이 구조조정으로 뒤숭숭하다. 연말·연초 희망퇴직으로 은행별 수백명의 직원이 이미 떠났거나 떠날 준비를 하고 있다. 점포 줄이기도 이어지고 있다. 은행들의 몸집 줄이기는 매년 되풀이되는 연례 행사이나, 특히 올해는 분위기가 좋지 않다. 은행권의 경우 다른 업종에 비해 수억원 대의 특별퇴직금을 지급한다. 하지만 최근 경제 여건 등을 감안할때 목돈에 대한 기대감보다는 실직에 대한 불안감이 더 큰 것으로 관측된다.    

7일 금융권에 따르면 KB국민·신한·우리·KEB하나 등 4대 시중은행이 이달 내로 총 85개 점포를 통폐합한다. 구체적으로 KB국민은행은 38개 점포를 정리하고, KEB하나은행도 18개의 점포를 통폐합할 방침이다. 신한은행과 우리은행은 각각 점포 3개, 4개를 통폐합한다.

그동안 4대 시중은행은 국내 점포수를 주기적으로 줄여왔다. 지난 2015년 3924개 달했던 점포는 2016년과 2017년 각각 3757개, 3575개 등으로 점차 줄어들었다. 올해 1분기에도 지난해 3분기보다 80여개 점포가 줄어들 예정이다.  

점포가 줄자 인건비 절감에도 나섰다. 지난해 11월 말부터 국내 주요 은행들은 희망퇴직 신청을 받으며 군살 빼기에 열중이다. 이중 NH농협은행은 1963년생 또는 10년 이상 근무한 만 40세 이상 직원을 대상으로 특별퇴직을 받았다. 신청한 직원들에게는 평균 임금의 28개월치 등이 특별퇴직금으로 지급됐다.

시중 은행들이 희망퇴직과 점포 통폐합 등을 통해 군살빼기에 나섰다. (사진=연합뉴스)
시중은행들이 희망퇴직과 점포 통폐합 등을 통해 군살빼기에 나섰다. (사진=연합뉴스)

KEB하나은행은 1964년생과 1965년생을 대상으로 총 277명에게 희망퇴직을 진행했다. 각각 22개월치와 31개월치 특별퇴직금을 지급하는 한편, 1인당 최대 2000만원 자녀 학자금과 의료비(2000만원), 재취업 지원금(2000만원) 등을 제공했다.

우리은행과 KB국민은행도 희망퇴직 절차가 진행 중이다. 우리은행은 1964년생과 1965년생 직원을 대상으로 희망퇴직 신청을 받았다. 해당 직원 300여명은 심사 후 오는 31일에 퇴직한다는 계획이다. 국민은행도 지난 3일까지 희망퇴직 신청을 접수, 퇴직자에게 특별퇴직금을 지급하고, 학자금과 재취업 지원 등 지원 혜택을 줄 방침이다.

신한은행은 현재 희망퇴직 신청을 받고 있다. 신한은행은 오는 14일까지 근속 15년 이상에 부지점장 이상 일반직 가운데 1961년 출생자와 차·과장급 이하 일반직 중 1964년생을 대상으로 희망퇴직을 받는다. 출생연도에 따라 최대 36개월치 특별퇴직금이 지급될 예정이다.

은행들은 “이번 희망퇴직은 강제가 아닌 원칙적으로 자발적 의사에 따라 진행되는 것”이라며 “이번 희망퇴직을 새로운 기회로 생각하는 직원들도 많다”고 말했다.

향후 시중은행은 점포수를 통폐합하고 비대면 영업 확대에 열중한다는 계획이다. 현재 거점지점을 중심으로 관리하는 ‘허브앤 스포크’ 방식 도입이 진행되고 있다. 지역별 거점점포를 중심으로 중소형 지점을 그룹으로 형성해 협업하는 방식이다. 실제로 지난 2016년 국민은행은 영업점들을 PG(지역본부) 중심의 지역영업그룹 체계로 개편했다. 신한은행도 현재 143개의 지역영업그룹인 ‘커뮤니티’를 운영하고 있다. 하나은행과 우리은행도 각각 ‘콜라보그룹’과 ‘스포크점’ 등을 도입한 상태다.

하지만 일각에서는 작년 은행권 실적이 전반적으로 호조였음에도 구조조정 규모를 키우는 것은 문제가 있다는 시각도 있다. 디지털 시대를 핑계 삼아 선제적 구조조정으로 수익성 둔화에 미리 대비하고 있다는 것이다. 한 은행 관계자는 "자발적 희망퇴직이라고는 하나 사실상 강제퇴직인 경우도 적지 않다"며 "이번에 희망퇴직을 하지 않은 직원들도 언제까지 다닐지 모르겠다는 불안감이 팽배한 상황이다"고 전했다.

 

 

 

저작권자 © 디지털투데이 (DigitalToday)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관련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