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지털투데이 고정훈 기자] 대규모 원금 손실을 불러온 해외금리 연계 파생결합상품(DLF) 사태 파장이 연말 은행권 인사에도 미치고 있다. 

19일 금융권에 따르면 우리은행이 올해 말 진행 예정이던 임원인사를 보류했다. 우리은행은 임기 만료일이 지난 임원 21명을 내년 2월 29일까지 한시적으로 유임, 당분간 체제를 유지한다는 계획이다.

그동안 우리은행은 12월 초 임원인사를 단행해 왔다. 연말 조직개편을 통해 다음해 1월부터 보다 빠른 업무 변화가 가능하기 위해서다. 계열사가 적은만큼 빠른 조직 안정을 통해 영업력면에서 다른 경쟁사보다 강점을 보였다.

손태승 우리은행장(사진=우리은행 홈페이지)
손태승 우리은행장(사진=우리은행 홈페이지)

 

때문에 업계에선 우리은행의 임원인사가 지난 13일께 실시될 것으로 예상했다. 그러나 예상 외로 올해 우리은행은 임원을 제외한 본부장만 관련 인사를 끝냈다. 통상 은행 인사는 임원을 시작으로 본부장, 지점장 순으로 진행된다.

우리은행이 임원인사를 미룬 이유로는 금감원의 DLF 관련 제재심이 꼽힌다. 현재 금감원은 내년 1월 중으로 제재심을 열고 우리은행에 대한 징계수위를 결정한다는 방침이다. 올해 DLF가 사회적 물의를 일으켰던 만큼 기관경고와 함께 임직원에 대한 제재가 내려질 가능성이 제기된다.

우리은행 입장에서는 연말 임원인사를 단행한 이후, 제재가 결정되면 인사를 한 번 더 해야만 하는 상황이 발생할 수도 있다.

한 업계관계자는 "DLF 사태는 현재 금감원이 예의주시하고 있는 사건" 이라면서 "금감원이 정조준하고 있는 상황에서 우리은행이 그동안 해왔던 방식으로 임원인사를 하기에는 어려워 보인다. 내년 관련 제재심이 끝난 이후에 임원인사가 단행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일각에서는 DLF 사태가 예상보다 더 길어질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DLF란 DLS를 편입한 펀드로, 해외금리에 연계된 파생상품이다. 금 가격, 이자율, 주가, 통화 등 실물자산을 기초로 정해진 조건을 충족시키면 약정한 수익률을 지급하는 방식이다. 수익은 제한이 있는 반면 손실은 100%가 될 수 있다. 이런 상황에서 일부 은행들은 상품 위험성에 대한 자체리스크 분석을 진행하지 않은 것으로 밝혀졌다. 손실위험을 0%로 오인할 수 있는 자산운용사의 결과자료를 대신해 썼다. 오히려 손실 가능성이 늘어나는 상황에서도 신규 판매를 이어갔다.

결국 지난 9월 우리은행이 판매한 독일 DLF 상품 손실률이 쿠폰 금리를 포함, 98.1%로 확정되는 사태가 발생했다. 투자자들은 하루 아침에 투자금을 모두 잃을 위기에 처한 것이다. 이에 금융소비자원은 우리은행과 KEB하나은행을 대상으로 100% 배상 청구 관련 소송을 제기했다.

현재 우리은행과 KEB하나은행은 금감원이 배상기준 가이드라인을 전달하는 대로 이사회 승인을 거쳐 조정 절차에 착수한다는 계획이다. 금감원의 가이드라인에 따라 은행이 배상비율을 결정하면 투자자와 조율이 이어진다. 만약 투자자가 은행의 제안을 수용할 경우 손실 배상이 즉시 진행된다. 반대로 투자자가 불응할 경우 금감원의 조정 절차 또는 손해배상 청구 소송이 이어질 수 있다. 

한 업계관계자는 "양측이 쉽게 합의보지 못할 수도 있다. 이미 올해 마무리하기에는 시간이 부족한 상황이다"이라며 "현재 시민단체가 금감원 분쟁조정위원회의 재개최를 요구하거나 진정서를 내는 등 반발이 심한 상태"라고 말했다.

지난달 26일 금융정의연대, 민주노총, 참여연대금융센터 등은 금융감독원 앞에서 DLF 사태 관련 기자회견을 열었다. (사진=금융정의연대)
지난달 26일 금융정의연대, 민주노총, 참여연대금융센터 등은 금융감독원 앞에서 DLF 사태 관련 기자회견을 열었다. (사진=금융정의연대)

한편, 우리은행과 하나은행은 DLF 사태로 금감원이 17일 발표한  ‘2018년도 금융소비자 보호 실태평가 결과’에서도 '미흡' 등급을 받았다. 금감원이 영업 규모 등을 고려해 선정한 68개 금융회사의 지난해 활동을 평가한 것인데, 68곳 가운데 종합등급 ‘미흡’을 받은 곳은 우리은행과 하나은행 2곳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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