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지털투데이 백연식 기자] KT 지배구조위원회가 12일 차기 회장 후보자 명단을 전격 공개한다. KT 지배구조위는 밀실인사, 깜깜이 인사 등의 논란을 피하기 위해 차기회장 후보자군 명단 공개를 검토해왔다. KT 지배구조위는 현직 KT 부사장 이상 후보자 7명, 헤드헌팅으로 추천된 9명, 지원서를 접수한 21명 등 총 37명의 후보자를 평가하고 있다.

업계는 총 37명의 후보자 가운데 5~10명의 후보자로 압축해 회장후보심사위원회에 넘길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이후 회장후보심사위원회가 후보자군을 2~3명으로 압축한 뒤, 이사회가 최종 1인을 선정해 주주총회에 올리게 된다. 6년 전, 황창규 KT 회장이 선정될 때와 달리 비교적 투명하게 CEO 선정과정이 공개되고 있는 가운데 KT 차기 회장이 누가 될 지 업계의 관심이 쏠리고 있다.

11일 KT 지배구조위원회에 따르면 지배구조위는 KT 회장후보심사위원회로 넘길 후보자 명단을 본인 동의 하에 오는 12일 공개한다. 김대유 KT 지배구조위원회 위원장은 디지털투데이와의 통화에서 “12일 오후에 회의를 열어 이날 회장후보심사위원회로 넘길 후보자 명단을 결정할 예정이다. 아직 후보자 명단이 몇명일 지는 결정되지 않았다”고 말했다.

다만, 지배구조위의 검증을 통과한 회장 후보자는 본인 동의를 받아 공개하게 된다. 5명의 후보자가 회장후보심사위원회로 올라갈 경우 4명이 공개될 수 있지만 1명의 가려진 인물이 나올 수 있다는 뜻이다.

지배구조위로부터 후보자를 넘겨받은 회장후보심사위원회는 이사회가 정한 심사기준에 따라 회장 후보자들을 심층 평가해 심사의견을 이사회에 보고하고 회장 후보자들을 선정한다. 최종적으로 이사회는 회장 후보자들 중 1인을 회장 후보로 확정해 정기 주주총회에 추천, 주주총회에서 선임된다.

KT 이스트 사옥 (사진=백연식 기자)
KT 이스트 사옥 (사진=백연식 기자)

 

증권 업계 관계자는 “KT 사외이사들의 경우 CEO 선정과정에 대한 밀실인사, 깜깜이 인사 등의 논란에 대해 신경 쓰는 모습을 보였다”며 “예전 CEO 선정 때처럼 갑자기 새로운 인물이 나올 가능성은 적다”고 전했다.

지배구조위가 검토한 회장 후보자는 외부 30명과 내부 7명 등 총 37명이다. 관료 출신 중 CEO 후보로 거론되는 인물은 전직 장관 출신인 노준형 전 정보통신부 장관과 정동채 전 문화관광부 장관 등이다. 노 전 장관은 참여정부 시절인 지난 2006년부터 2007년까지 정보통신부 장관을 지냈다. 하지만 이후, 법무법인 김앤장에서 오래 일했고 그 지원을 받고 있다는 점이 단점으로 꼽힌다. 나이가 66세로 다소 많고 기업경영 경험이 없다는 점도 부정적 요인이다.

정 전 장관은 광주 출신으로 15~17대 국회의원을 맡은 3선 의원으로 총리나 비서실장 후보로 하마평에 오르기도 했었다. 그러나 다른 후보들에 비해 정보통신기술(ICT) 관련 전문성이 떨어지고 문재인 정부의 핵심인사란 점이 오히려 낙하산 논란으로 이어질 수 있다. 나이도 70세로 많다는 점도 단점이다.

KT 출신으로는 임헌문 전 KT Mass 총괄사장이 언급되고 있다. 임 전 사장은 KTF 마케팅연구실장, 단말기전략실장에 이어 KT에서 홈운영총괄 전무 등을 지냈다. 이후 충남대학교 경영대학 교수로 자리를 옮겼지만 황창규 현 KT 회장이 다시 영입해 커스터머부문 부문장에 이어 Mass 총괄 사장을 역임했다. 또한 노영민 청와대 비서실장과 고교동문이기도 하다.

구현모 커스터머&미디어부문장, 이동면 미래플랫폼사업부문장도 거론되고 있지만 모두 황창규 회장의 측근이라는 점이 약점으로 꼽힌다. 구 부문장은 황 회장의 첫 비서실장 출신이고 이 부문장은 황 회장, 김인회 사장과 함께 KT 사내이사를 지내기도 했다. KT 기획실장 출신 김태호 서울교통공사 사장은 KT 차기 회장 선정을 위해 이번 달 초 서울교통공사에 사의를 표명하기도 했다. KT 회장 후보로 거론되면서 서울교통공사 사장 자리에 있다는 것이 적절치 않다는 이유다.

한편, KT 지배구조위원회는 지난 달 공개모집 및 전문기관 추천을 받아 사외 회장후보군 구성을 마무리했는데 응모 마감을 앞두고 후보자를 비방하는 괴문서가 등장하기도 했다. 문서에 따르면 김진홍·김태호·노태석·서정수·이상훈·유영환·임헌문·전인성·최두환(가다나순) 9명의 고향·나이·학력는 물론 주요 이력이나 평가, 회장직 적합성이나 과거행적, 동향 등도 서술돼 있다.
 
이중 A 인사의 경우 “KT 이외의 조직에 대한 경험과 이해가 전무하고 타 산업에 대한 이해도 부족해 미래 성장을 리드해야 할 회장직을 수행하기에는 뚜렷한 한계가 있다는 의견”이라며 “합병이후의 무선 사업 쇠락의 1차 책임자다. 전략적 마인드가 없고, 경험과 사고의 폭이 협소하여 무선사업부문장도 과분하다는 평”이라고 나와 있다.
 
회장후보 심사 대상자를 정하는 KT 지배구조위원회는 이런 문서에 신경 쓰지 않는 분위기다. 예전과 달리, KT 이사회 이사(사외이사 8명, 사내이사 3명)들의 후보 추천권을 없애 공정성 확보에 신경썼다. 또한 지배구조위원회는 외부 공개 범위를 확대해 회장 후보 선임의 투명성을 강화한다는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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