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지털투데이 신민경 기자] 소비자 부주의가 주요 원인으로 꼽히는 안마의자 사고에서 업체 측 과실은 얼마나 될까. 최근 두살배기 영아가 의자형 안마기구에 끼여 숨진 소식이 전해지면서 제품 안전성에 대한 우려가 수면 위로 떠오르는 모습이다. 안마의자업체들이 판매 제품에 '끼임방지 장치' 설치를 소홀히 해 소비자 불신을 키워왔단 지적이다.

5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지난달 29일 충북 청주 청원구의 한 아파트에서 두살배기 영아가 안마의자 하단 안마부에 끼이는 사고가 발생했다. 이후 중환자실로 옮겨졌으나 하루만에 숨졌다. 해당 모델은 복정제형의 코지마 제품이다.

(출처=픽사베이)
(출처=픽사베이)

사건을 맡은 청원경찰서 형사지원팀 관계자에 따르면 당시 아기는 무중력 기능이 실행된 안마기구에 오르다 다리 안마부와 본체 바닥면 사이의 널찍한 공간에 빠졌다. 국립과학수사연구원 부검 결과 숨진 아기의 사인은 압착성 질식이었다. 

그간 인명 피해를 비롯한 안마의자 안전 사고는 꾸준히 있어 왔다. 한국소비자원으로부터 제공 받은 통계 자료에 의하면 올해 1월부터 9월까지 접수된 안마의자 관련 사고 사례는 총 179건이다. 총 33건으로 집계됐던 지난 2015년에 비하면 5배 이상 커졌다. 이 가운데 지난 9개월간 눌림이나 끼임에 의해 사고를 당한 건수는 14건으로 전체 사례 중 8%에 달한다.

하지만 취재 결과 안마의자 제조사들은 잇단 사고 소식을 접하고도 별다른 사후 조치를 취하지 않아온 것으로 확인됐다. 현재 대다수 업체들의 제품엔 끼임방지 안전센서가 장착돼 있지 않다. 일부 기업만이 안전센서를 달아 출시한 상태지만 그마저도 고가 제품에 치우친 상황이다. 안마의자 사고의 배경을 소비자 부주의로만 보기 어려운 것도 이 때문이다.

안마의자 연도별 위해정보 현황. (자료=한국소비자원 제공)

시장 점유율 1위 기업인 바디프랜드는 180만~780만원의 폭넓은 가격대에서 300만원 이상인 제품에만 안전센서를 탑재한 상황이다. 코지마와 업계 2,3위 자리를 다투는 휴테크산업의 경우 시중에 끼임방지 관련 센서가 달린 제품은 단 1개도 내놓지 않았다.

생활가전업체 코웨이와 SK매직은 각각 최고가 제품에 한해서만 끼임방지 센서를 달았다. 코웨이는 220만~550만원으로 형성된 총 5개 모델 중 상단 가격인 550만원짜리 제품에만 해당 기능을 담았고 SK매직도 최고가인 360만원 상당의 제품만 취급했다. 각종 생활가전을 렌털 판매 중인 쿠쿠의 경우 안마의자에 기기 오작동 시 작동이 중단되는 기능은 탑재했지만 물체의 끼임을 인식하는 기능은 포함시키지 않았다.

안마의자업계가 일부 고가 제품에 한해서만 끼임방지 장치를 달아 판매하고 있어 논란이 되고 있다. (이미지=코웨이)

이에 전문가들은 업계의 안일한 책임의식이 사망 등의 참변을 불러온 것 아니냐는 우려 섞인 시선을 보내고 있다. 소비자 안전과 직결될 수 있는 끼임방지 안전센서 기능을 '주력 제품군 여부'나 '제품값의 차이'에 따라 달리 적용해선 안 된다는 얘기다.

이은희 인하대 소비자학과 교수는 "이번 코지마 사태는 제조물 결함으로 벌어졌으며 사전에 소비자에게 안마의자 위해요소를 충분히 인지시키지 못한 사측의 책임이 분명하다"면서 "건강가전에 부여하는 'KC마크(국가통합인증마크)'의 필수 기준에 '끼임방지 안전센서의 유무'를 포함시켜 기업에게 강제력을 불어넣을 필요가 있다"고 했다.

사전 고지의 중요성도 언급됐다. 이영애 인천대 소비자학과 교수는 "안마의자는 비교적 고가인 데다 필수 가전으로 여겨지지 않기 때문에 사용법에 서툰 이들이 많을 것"이라면서 "기업들은 안전센서를 필수적으로 장착하되 재정 여건 상 기술 수준을 높이기 어려운 경우라면 제품의 사용법과 경고사항을 소비자에게 명확히 전달하는 데 힘써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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