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지털투데이 신민경 기자] 유통업계가 배달 수단으로 친환경 전기차량에 주목하고 있다. 초기 투자 비용 부담에도 불구하고 유통사들이 전기차 운영 행보를 보이는 것은 '정부의 보조금 지원'과 '기업의 친환경 이미지 제고', '유류비 절감' 등의 영향이 크단 분석이다.

18일 업계에 따르면 오랜기간 녹즙시장에서 점유율 1위를 지키고 있는 풀무원녹즙이 친환경 전기차를 도입한다. 수차례 시승과 적재 물량 검사를 통해 지난 6월 쎄미시스코의 초소형 전기차 D2를 배송 수단으로 시범 도입하기로 한 것이다.

풀무원녹즙이 전기차로 시선을 돌린 건 일명 '모닝스텝'이라 불리는 자사 배달원들의 근무환경 개선을 위해서다. 오토바이로 배달하던 종전의 방식은 이동 반경이 넓은 모닝스텝을 도로 위 위험요소에 노출시켰기 때문이다.

(이미지=풀무원)
(이미지=풀무원)

새 전기 배송차량에서 모닝스텝은 자신이 앉은 운전석 옆 조수석 자리에 녹즙 200여개를 두게 된다. 트렁크엔 선물세트로 판매되는 건강즙 제품을 실어 공간 활용도를 높인다. 길이 282cm와 폭 152cm의 작은 차체 덕에 좁은 골목길 진입이 쉬운 점도 소비자 접근성을 강화한단 차원에서 장점으로 작용한다.

풀무원녹즙 D2차량은 강남구 일대 직영점 등에서 지난 6월부터 시범 운영됐으며 점차 전국 단위로 확대될 전망이다. 관계자는 "제품 생산부터 소비자에게 전달되는 모든 과정을 친환경적으로 바꾸고자 노력 중인 가운데 배기가스를 만들지 않는 '전기차'가 주요한 대안이 됐다"면서 "빠른 배송을 통해 제품 신선도를 지키고 종사자들의 처우도 개선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고 했다.

쿠팡은 지난달 대구 지역 내 배송 차량을 전기트럭으로 대체해 화제를 모았다. 회사가 전기트럭을 배송 서비스 목적에 활용하는 일은 처음 있는 일이어서다. 쿠팡은 배송 전문 자회사인 쿠팡로지스틱스서비스의 배송 기지 '대구 CLS캠프'에 전기트럭을 10여대 투입한 것으로 알려졌다.

전기트럭이 배송수단이 되기까지엔 4년이 걸렸다. 쿠팡은 제인모터스의 전기트럭인 '칼마토EV'를 투입해 시범 운행과 성능 시험 등을 거치며 상용화를 시도해 왔다. 탑차 형태로 개발된 이 전기트럭은 1회 충신에 121km 가량을 주행하며 최고 시속은 100km다. 쿠팡 관계자는 디지털투데이에 "아직 상용화 단계 이전이기 때문에 운행 관련 세부사항을 알리긴 어렵다"면서도 "친환경 물류 혁신을 지향하는 차원에서 대구시와 꾸준히 협력해 이같은 시도를 늘려갈 예정"이라고 밝혔다.

서울시는 지난 4월 '미세먼지 그물망 대책 사업'을 발표했다. (이미지=서울시 대기정책과 측 공개자료)
서울시는 지난 4월 '미세먼지 그물망 대책 사업'을 발표했다. (이미지=서울시 대기정책과 측 공개자료)

앞서 교촌치킨을 운영하는 외식 프랜차이즈업체 교촌에프앤비도 전기차 활용 대열에 합류했다. 교촌에프앤비는 지난 4월 말 서울시와 손 잡고 '전기이륜차 교체 사업을 위한 업무협약'을 체결했다. 이 협약은 같은달 서울시가 발표한 '미세먼지 그물망 대책 사업'의 일환이다. 해당 사업은 오는 2025년까지 배달용 이륜차 10만대를 전기이륜차로 전환할 게 골자다. 미세먼지와 매연 등에서 비롯된 대기 중 오염물질을 줄이기 위해서다.

교촌에프앤비는 현재 직영점인 교촌치킨 동탄2영천점 외 일부 가맹점에서 전기이륜차 배송서비스를 시범 운영 중이다. 특히 1000여곳 수준의 가맹점에 대해선 각 지점의 인프라나 여건에 따라 전기차 도입을 결정하도록 독려한단 입장이다. 회사 관계자는 "해당 지역 상권과 인프라 특성 등에 따라 가맹점별 고려 사항이 다르기 때문에 전기차 대체에 대해선 강제보단 권유를 하고 있다"면서 "실질적 활용에 나선지 다섯달 밖에 되지 않아 가시적 효과는 덜하지만 유류비 절감 등 장점이 많아 장기적으로 전망 있는 배송수단이 될 듯하다"고 밝혔다.

김철호 서울과학기술대학교 자동차공학과 교수는 "정부 차원에선 에너지 전환 시 연료를 소모하지 않고 전기 에너지를 활용한다면 유류 수급 문제에서 부담을 덜 수 있다"면서 "정부 대책에 응하는 경우 회사도 대략 사업 비용의 50~70% 가량을 보조금으로 얻기 때문에 위험 요소들을 감수하고 전기차 도입에 나설 수 있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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