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지털투데이 신민경 기자] 현행 대규모점포 규제를 지적하는 목소리가 경제계에서 터져 나온다. 특정 유통업태를 겨냥해 제재를 가하는 방식에서 벗어나 업태별 경쟁력을 높이는 방향으로 정책이 바뀌어야 한다는 주장이다.

대한상공회의소(이하 대한상의)는 23일 '대규모점포 규제효과와 정책개선방안' 보고서를 내고 "대규모점포 규제는 과거 공격적으로 점포를 확장해 전통시장 상인들이 생존권을 걱정하던 시기에 만들어진 규제"라며 "대형마트가 마이너스 성장세로 바뀐 현시점에 적합한지 재검토해야 할 것"이라고 제안했다.

서울 중구 소재 대한상공회의소. (사진=신민경 기자)
서울 중구 소재 대한상공회의소. (사진=신민경 기자)

대규모점포 규제는 지난 2010년 도입된 대형마트·SSM 등의 전통시장 인근 신규 출점을 막는 '등록제한'과 2012년에 시작된 의무휴업일 지정과 특정 시간 영업금지를 골자로 하는 '영업제한' 등으로 대변된다.

'7년간 역성장세' 대형마트 매출액...2018년 점포수 첫 감소

대형마트 매출액은 대규모점포 규제가 시행된 2012년부터 역성장세가 두드러지고 있다. 이마트와 홈플러스, 롯데마트 등 대형마트 빅3 기준 점포수 역시 2018년 처음으로 2곳이 줄었다.

반면 전통시장의 매출액은 대규모점포 규제가 정착된 2014년부터 성장세로 돌아섰다. 줄어들던 전통시장의 점포수도 2014년 이후 1500개 이상을 유지하고 있다. 대규모점포 규제가 전통시장 현대화, 전통시장 상품권 판매 등에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인다.

유통업태간 경쟁구도 '대형마트-전통시장'서 '온라인-오프라인'으로

최근 유통환경이 급변함에 따라 대규모점포가 전통시장을 위협하는 업태라는 시각도 맞지 않게 됐단 시각이 제기된다.

소매업태별 소매판매액 비중 추이 (자료=대한상의)
소매업태별 소매판매액 비중 추이. (자료=통계청, 소상공인시장진흥공단)

대한상의가 '소매업태별 소매판매액 비중'을 분석한 결과, 지난 2006년 전통시장(27.2%)과 대형마트(24.0%)의 소매판매액 비중이 비슷했지만 2012년엔 대형마트(25.7%)가 전통시장(11.5%)을 크게 앞섰다. 대형마트가 전통시장을 위협하는 최대 경쟁자로 꼽힌 이유다.

그러나 소비자들의 소비형태가 온라인쇼핑 확대, 1인 가구 증가 등으로 변하면서 지난 2017년에는 대형마트(15.7%)가 차지하는 판매액 비중이 크게 줄어들어 전통시장(10.5%)과 비슷한 수준을 기록하게 됐다. 반면 온라인쇼핑(28.5%)과 슈퍼마켓(21.2%)이 가파르게 성장하며 판매액 비중 1위, 2위를 차지했다.

대한상의는 "유통업태의 경제성장 기여율이 대규모점포 규제 전 10%대에서 최근 절반(5~6%대)으로 떨어진 데다가 소비침체까지 겹쳐 업태 전반적으로 경영 어려움이 있다"며 "특히 2000년대 후반 성장을 거듭하던 대형마트도 온라인쇼핑, 편의점, 중대형 슈퍼마켓 등 경쟁 유통업태가 성장하며 위기감이 고조되고 있다"고 말했다.

자신에게 가장 위협적인 유통 업태. (자료=대한상의)
자신에게 가장 위협적인 유통 업태. (자료=대한상의)

전통시장은 혁신·관광산업화로 지원 필요

최근 대한상의에서 유통 업태별로 약 60개사씩 총 400개사를 대상으로 실시한 조사에서도 자신에게 가장 위협적인 유통업태를 묻는 질문에 대형마트는 17.5%에 그쳤고 온라인쇼핑을 꼽은 응답자가 43%에 이른 것으로 나타났다. 전통시장을 대상으로 물어본 결과 역시 대형마트(28.8%)와 함께 온라인쇼핑(27.1%)을 비슷하게 경쟁상대로 인식하고 있었다.

박재근 대한상의 산업조사본부장은 "대형마트와 전통시장을 서로 경쟁 대상으로 볼 것 아니라 일부 전통시장에서 성과를 보이고 있는 '상생스토어'와 같은 협력을 통해 윈-윈 사례를 넓혀나가야 한다"고 했다. 전통시장을 보호의 관점으로만 보지 말고 혁신을 통해 경쟁력을 갖춘 업태로 키우는 것이 필요하다는 얘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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