페이머스(Famous)와 노토리어스(Notorious)는 '널리 알려졌다'란 표현에서 보면 같은 단어다. 하지만 이 두 단어는 정반대에 서 있다. 명성과 악명으로 완전히 다른 뜻을 지녔다.     

마케팅의 한 기법인 노이즈 마케팅에 대한 세간의 평가는 극과 극을 오간다. 노이즈 마케팅은 상품을 각종 구설에 휘말리게 함으로써 소비자들의 이목을 집중시켜 판매를 늘리는 행위를 말한다. 혹자는 페이머스라 치켜세우지만 또 다른 혹자는 노토리어스라고 폄하한다. 왜 그럴까.

과거엔 노이즈 마케팅을 의도적으로 활용하는 업체가 거의 없었다. 오히려 실수로 소음(노이즈)이 일어 소비자 관심을 받는 경우가 더 많았다. 그래서 소비자들은 노이즈 마케팅을 '인간적인 부분' 정도로 여기고 '페이머스'로 평가했다. 제품을 구입하는 데도 거리낌이 없었다. 

그런데 성공(?)하는 사례가 늘면서 요즘엔 이를 악용하는 업체들이 나오기 시작했다. 소비자 관심을 끌기 위해 의도적으로 잡음을 일으키고 있는 것이다.

베이징에서 경적을 울리며 빵빵대다간 이 화면에서처럼 소음단속카메라에 걸려 벌금을 물게 될 수 있다. (사진=GIPSY 스크린샷)
(사진=GIPSY 스크린샷)

최근엔 한 스타트업 대표가 자신의 회사를 알리기 위해 피에로 가면을 쓴 채 원룸 앞 택배를 훔쳐 가는 모습을 연출해 유튜브에 올리는 일도 있었다. 이 영상이 공개되자 '혼자 살기 무섭다'는 공포감이 번졌고, 결국 경찰이 수사에 나서기까지 했다. 이 대표는 경찰에 "실제 도난피해는 없었고 내가 운영하는 택배 대리 수령 회사 광고영상을 만들어 올린 것이다. 논란이 된 것을 알고 해명 영상을 올리려 했다"고 진술한 것으로 전해졌다.

성 상품화로 노이즈 마케팅을 한 사례도 있다. SPC그룹 아이스크림 프랜차이즈인 '배스킨라빈스31'는 지난 7월 '핑크스타'를 출시하면서 12살 여아에게 성적인 코드로 오해할 수 있는 모습을 연출해 논란의 중심에 선 바 있다.

업계 1위 업체를 겨냥한 노이즈 마케팅도 활발하게 이뤄지고 있다. 위메프는 지난 4월 "'쿠팡보다 싼' 생필품만 판다"는 슬로건과 함께 차액 보상제도를 발표했다. 같은 상품을 쿠팡보다 비싸게 팔면 구매자에게 차액의 갑절을 보상한단 얘기다. '저가 온라인 시장'에서 소비자를 대거 유인한 동종업계 1위를 공격해 자사만의 가격경쟁력을 알리고자 한 것으로 보인다.

롯데마트는 지난 4월 '극한가격'이란 행사명을 내걸고 판촉에 나섰는 데, 이때 함께 언급한 곳이 이마트를 뜻하는 'E대형마트'와 쿠팡을 의미하는 'C온라인사'였다. 마트업계 1위 '이마트'와 최저가 경쟁의 맞수 '쿠팡'을 단적으로 언급해 차별화를 꾀하려는 취지로 읽힌다.

건강기능식품(건기식) 업계도 예외는 아니다. 현재 바이오일레븐과 서윤패밀리는 '원조 원료' 논쟁을 벌이는 중이다. 바이오일레븐은 국내 고농도 프로바이오틱스 1위 브랜드인 '드시모네'를 판매하고 있으며, 서윤패밀리프로바이오틱스 'VSL3'의 국내 판권을 갖고 있다. 현재 두 업체는 서로 국내외 법원의 판결을 앞세워 자신이 원조라고 주장하는 상황이다. 

노이즈 마케팅은 소비자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치든 부정적인 영향을 미치든 상관없이 소비자들의 호기심을 부추기는 데만 집중하는 마케팅이다. 때문에 수위가 도를 넘는 경우도 많다.

그런데 도를 넘은 노이즈 마케팅은 반짝 흥행은 볼지언정 끝내 소비자의 신뢰를 얻지 못한다. 신뢰는 잃고 악명만 쌓게 된다. 장기적인 측면에선 수익 증가로 이어지지 못한다.

결국 소비자의 마음을 훔치는 건 제품의 질이다. 고품질 제품으로 경쟁 우위를 확보하는 것만이 소비자 신뢰를 얻을 수 있다. 페이머스 기업이 되기 위해선 이보다 빠른 지름길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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