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지털투데이 고정훈 기자] 어제의 동지가 오늘의 적이 됐다. 세계 특허 유산균 배합 개발자 드시모네 교수와 이탈리아 기업 악티알 파마수티카 에스알엘(이하 악티알) 얘기다. 이들은 'VSL#3'라는 세계적 프로바이오틱스 제품을 함께 만들었다. 하지만 지난 2016년 의견 충돌로 결국 결별했다. 'VSL#3'에 대한 원료 소유권은 드시모네 교수가, 브랜드 소유권은 악티알이 가져갔다. 

이들의 결별로 'VSL#3'를 유통하던 세계 각국 업체들은 원료와 브랜드를 놓고 선택의 기로에 서게 된다. 국내 프로바이오틱스 전문기업 바이오일레븐도 마찬가지다. 결과적으로 바이오일레븐은 악티알이 아닌 드시모네 교수와 손을 잡았다. 건강기능식품(이하 건기식)인 프로바이오틱스 제품은 브랜드 인지도 보다 국민의 건강에 직접적으로 영향을 미치는 원료가 더 중요하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드시모네 교수가 개발한 원료는 8종의 살아 있는 유익균 4500억 마리가 이상적으로 배합됐다. 이는 시중에 판매되는 다른 제품과 비교하면 10배 이상 많은 함량이다.

하지만 바이오일레븐은 이 결정으로 또다른 시험대에 오른다. 'VSL#3'를 포기하고 새롭게 만든 '드시모네'란 브랜드를 알리는 동시에 기존 제품과 원료가 같다는 점을 소비자에게 각인시켜야 하는 숙제를 안게 된 것이다.      

그러는 사이 악티알은 'VSL#3' 원료 제조사를 기존 미국 다니스코 사에서 이탈리아 CSL사로 변경했다. 이 과정에서 제품에 사용되는 원료도 일부 바꿨다. '원조 원료' 소유권을 드시모네 교수가 갖고 있어서다. 아울러 지난해 10월 서윤패밀리와 손을 잡고 국내 판매도 다시 시작했다.  

현재 국내 드시모네 수입처는 바이오일레븐이다. (사진=바이오일레븐)
프로바이오틱스 제품 드시모네, 현재 악티알 VSL#3와 원조 논란이 불거졌다. (사진=바이오일레븐)

드시모네 교수와 악티알의 결별은 '원조 논란'도 낳았다. 기존 원료를 사용한 제품과 최초 브랜드를 사용한 제품 중 어떤 제품을 원조로 볼 것인지를 놓고 공방이 벌어졌다.

이는 결국 소송전으로 번졌다. 지금까지 관련 소송이 가장 활발하게 일어난 곳은 미국이다. 

미국 법원은 지난해 11월과 올해 6월 두차례에 걸쳐 "원료의 노하우 소유권이 오직 드시모네 교수에게만 있다"는 취지의 판결을 내렸다. 그러면서 악티알이 드시모네 교수에게 1800만달러(약 216억원)를 손해 배상하라고 결정했다.

미국 법원은 원료 변경을 이유로 악티알이 허위광고를 했다고 판결하기도 했다. 이 판결로 미국 소비자들은 지난 7월 "악티알의 원료 허위광고로 피해를 입었다"며 집단소송을 제기한 상태다.

독일에서도 비슷한 판결이 나왔다. 독일 법원은 악티알이 제품 홍보에 사용한 '위장병 완화, 면역력 증진' 등 문구를 원료 변경 이후에는 그대로 사용할 수 없다는 취지의 판결을 내렸다. 원료의 소유권이 드시모네 교수에게 있다는 점을 인정한 셈이다.

국내에서도 소송은 이어졌다. 지난 2017년 악티알은 상표 사용 중지 등을 골자로 하는 상표권침해금지와 손해배상청구 소송을 제기했다. 이에 대해 우리 법원은 지난 3월 악티알이 청구한 금액 중 3.7%인 1억원을 지급하는 선에서 화해권고 결정을 내렸다.

현재 이 결정을 바라보는 양측의 시각에는 차이가 있다. 악티알은 "법원의 화해권고는 상표 사용 금지, VSL#3 상표를 활용한 모든 광고물·제품 폐기, 상표 독점 라이선스 등록 취소 등을 받아들인 것으로 보인다"는 해석을 내놨다.

반면 바이오일레븐은 "법원이 1억원을 지급하라고 결정한 것은 'VSL#3'에서 '드시모네'로 교체하기 전까지 판매된 제품에 대한 브랜드 사용료"라며 "악티알이 당시에 사용료를 받지 않고서는 이제와서 화해권고를 승소라고 우기고 있다"고 지적했다.

문제는 이들의 갈등이 좀처럼 식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는 점이다. 최근 국내에서 진행된 소송은 상표권 관련으로, 해외에서 원료 중심으로 진행된 소송과는 차이가 있다. 일각에서는 원료 소송이 일어날 경우 해외의 판결이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고 있다. 

서윤패밀리 측도 이를 의식해 이탈리아 법원에서 내린 판결을 자사 공식 홈페이지와 블로그 등을 통해 대대적으로 인용하며 홍보에 열을 올리고 있다. "'VSL#3' 핵심 균주의 지적재산권이 오직 악티알에게 있으며, 악티알 외에는 해당 균주 코드를 사용할 수 없다"고도 했다. 앞서 이탈리아 법원은 지난 7월26일 악티알과 드시모네 교수 사이에 4년여간 계속됐던 민사소송 사건에 대해 판결을 선고했다.

서윤패밀리 관계자는 "이탈리아 법원은 프로바이오틱스 관련 균주에 대해 악티알의 소유권을 인정했다. 이는 악티알이 'VSL#3'에 권리가 있다는 것을 증명한 셈"이라며 "이를 근거로 지난달 바이오일레븐에 해당 균주를 사용하지말라는 내용의 경고장을 보냈다. 만약 바이오일레븐이 이를 무시할 경우 소송 등 적극적인 행동도 검토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하지만 서윤패밀리 측이 판결문 원본을 공개하지 않은 채 나름대로의 해석만 내놓고 있어 신뢰성에 의문이 제기되는 상황이다. 

바이오일레븐 관계자는 "이탈리아 법원의 판결은 원료 자체에 대한 문제가 아니라 균주은행에 보관된 소량의 샘플에 대한 소유권 문제에 불과하다"며 "'VSL#3' 브랜드를 포기했던 것처럼 안전한 원료를 유지할 수 있다면 샘플번호는 얼마든지 변경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이어 "이탈리아 법원을 제외한 다른 국가에서는 원료와 관련된 소송에서 모두 드시모네 교수의 손을 들었다"며 "최근 악티알 미국 본사몰이 폐쇄되고, 캐나다에서도 제품 철수가 이어지는 이유"라고 덧붙였다.

실제 미국과 독일뿐 아니라 스위스 등지에서 이어진 원료와 관련한 소송에서 법원은 드시모네 교수의 손을 들어줬다. 캐나다에서는 지난해 11월15일부터 'VSL#3'에가 전면 철수했고, 영국에서는 처방전으로 구입할 수 있는 항목에서 제외됐다. 인도에서도 'VSL#3'는 의약품 등록에 실패해 식품으로 팔리고 있다.

악티알 VSL#3, 현재 국내에서는 서윤패밀리가 수입, 판매를 담당하고 있다. (사진=서윤패밀리 홈페이지)
악티알 VSL#3, 현재 국내에서는 서윤패밀리가 수입, 판매를 담당하고 있다. (사진=서윤패밀리 홈페이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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