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지털투데이 신민경 기자] 논란에 맞닥뜨린 기업 총수가 퇴진을 통해 책임경영을 구현하는 사례가 여럿 나온다. 이를 보는 전문가들의 시선은 두 갈래다. "견제구도가 조성되지 않는 한 경영에 대한 총수 영향력은 그대로일 것"이라는 시선이 있는가 하면, "장기투자가 가능한 총수가 경영 전면에서 배제되면 고용 불안이 초래해 부메랑이 될 것"이란 반론이 교차한다.

통상 갑질과 경영 실책 등 총수의 잘못에서 번진 사회적 논란에는 퇴진이 뒤따른다. '경영 일선에서 물러남으로써 책임을 지겠다'는 의도다.

(사진=신민경 기자)
윤동한 한국콜마 회장이 지난 11일 사퇴 의사를 밝히며 대국민 사과를 하고 있다. (사진=신민경 기자)

앞서 이달 7일 윤동한 한국콜마 회장은 직원 700여명 대상의 월례조회에서 비속어가 난무한 보수 유튜버 '리섭TV'의 영상을 틀어 여론의 공분을 산 바 있다. 해당 영상에서 리섭은 "아베가 문재인의 면상을 주먹으로 치지 않은 것만 해도" "베네수엘라의 여자들은 단돈 7달러에 몸을 팔고 있다. 이제 곧 우리나라도 그 꼴이 날 것" 등 문 대통령과 여성을 극단적으로 깎아 내렸다. 부정적 여론이 확산되자 나흘 만인 11일 윤 회장은 자사 종합기술원에서 대국민 사과 기자회견을 열고 사퇴 의사를 밝혔다.

지난 3월 말엔 박삼구 금호아시아나그룹 수장이 그룹 회장직과 아시아나항공, 금호산업 등 계열사 2곳의 대표이사직과 등기이사직을 내려놨다. 지난해 아시아나항공은 감사보고서 감사의견으로 '한정'을 받아 회사채가 상장 폐지될 위기에 놓인 바 있다. 곧이어 감사의견 '적정'으로 재공지돼 상장채권 폐지 사유가 상쇄되긴 했으나 박 회장은 회계 문제로 시장에 혼선을 일으킨 데 대해 사퇴로 책임을 지겠다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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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10월 금호아시아나그룹 본사 앞에서 열린 '재벌개혁 쟁점화 순회투쟁'에서 장현술 민주노동자전국회의 집행위원장이 발언하고 있다. (사진=신민경 기자)

이같은 총수의 대처에 대해 전문가들 사이에선 입장이 첨예하게 갈린다.

일단 사퇴 자체만을 두고 책임경영을 실현했다고 볼 수 없다는 의견이 지배적이다. 원재환 서강대 교수는 "책임경영 여부를 판가름하는 요인은 '의사결정에서 실질적으로 손을 뺐느냐'인데 사퇴를 해도 지분 변동은 없기 때문에 회사 경영에 대한 영향력은 그대로다"고 했다. 총수가 자녀나 측근 등 특수관계인을 통해 기업의 갖은 결정을 좌지우지할 공산이 크단 얘기다.

원 교수는 이어 "사퇴의 진정성을 내비치려면 후임 경영진을 고르고 사외이사회와 감사회를 구성하는 데 있어 회장에 우호적인 인물들이 배치되지 않도록 조치해야 한다"면서 견제세력의 필요성을 언급했다.

권오인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 경제정책팀장도 "무늬만 총수 사퇴일 뿐 실제로 전문경영인이 기업 내 중대 사안을 결정할 수 있는 권한이 없다"며 "언제든 자리로 복귀할 수 있어 임기응변식 대처로 생각된다"고 했다. 권 팀장은 "기업에 피해를 줬을 시 총수 개인이 가진 지분과 재산으로 해당 손실분을 보전하는 등 추가적인 행동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반면 다른 한편에선 '총수의 사퇴'만으로도 '문제의 심각성을 깨닫고 책임을 지려는 성의'로 여길 수 있단 주장이 나온다. 라정주 파이터치연구원장은 "현실적으로 사임이 가장 적절한 대처이며 어느 정도 성의를 보였다고 생각한다"면서 "총수만이 장기투자 결정 능력이 있고 추진력을 보일 수 있기 때문에 주식 등을 통한 간접 지배는 일부분 용인돼야 하는 문제"라고 했다. 국민이 총수에 대한 분개로 사임과 권한 약화를 주문할 시 궁극엔 투자 등 기업 중대 사안의 결정이 느려져 고용 악화란 부메랑을 떠안게 될 것이란 얘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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