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지털투데이 고정훈 기자] 대기업 총수들의 불명예 퇴진이 이어지고 있다. 여기에는 그룹 내 불거진 문제를 사퇴를 통해 해결하겠다는 계산이 깔려있다. 그러나 이를 바라보는 대중들의 시선은 아직도 차갑기만 하다.

총수가 퇴진을 선택한 이유로는 경영 실적 악화와 부적절한 언행 등이 꼽힌다. 이중 가장 대표적인 것은 부적절한 언행이다. 가장 최근 사퇴한 한국콜마그룹 윤동한 회장도 이 경우에 해당한다.

윤 회장은 임직원들에게 정부 비난과 여성 비하 등의 내용이 담긴 유튜브 영상 시청을 강요했다. 해당 유튜버는 평소에는 친일 극우 성향을 표출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 소식은 불매운동으로 이어졌다. 비난이 계속되자 결국 윤 회장은 서울 내곡동 한국콜마 종합기술원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경영 퇴진을 발표했다. 당시 윤 회장은 “이번 사태에 대해 깊이 반성한다. 개인의 부족함으로 일어난 일인 만큼 모든 책임을 지고 이 시간 이후 회사 경영에서 물러나고자 한다”고 말했다.

현재 윤 회장은 회장직에서 사퇴한 후 외부와의 접촉을 피하는 상태다.

윤동한 한국콜마 회장이 11일 사임 의사를 밝히며 대국민 사과를 하고 있다. (사진=신민경 기자)
윤동한 한국콜마 회장이 사임 의사를 밝히며 대국민 사과를 하고 있다. (사진=신민경 기자)

치킨업계의 ‘신화’ 교촌F&B 권원강 전 회장은 친인척의 부적절한 행동으로 결국 사퇴하게 됐다. 지난해 권 전 회장의 6촌인 교촌F&B 권순철 전 상무는 그룹이 운영하는 한식 레스토랑 ‘담김쌈’ 직원들을 향해 폭언을 퍼부었다. 심지어 쟁반을 들고 때리려는 시늉을 하거나, 이를 제지하려던 직원을 폭행하기도 했다.

교촌F&B 수습 과정도 도마에 올랐다. 세간에는 권 상무가 회사를 떠난 것으로 알려졌으나, 1년 뒤에 다시 돌아왔기 때문이다. 이 같은 내용이 언론에 알려지자 권 전 회장은 지난 3월 창립기념회에서 퇴진을 공식화했다.

현재 교촌 F&B는 전문경영인 체제로 전환, 롯데그룹 사장을 역임했던 소진세 회장이 권 전 회장을 대신해 대표이사직을 수행하고 있다.

경영실적 악화로 물러난 회장도 있다. 금호아시아나그룹은 유동성 위기를 겪는 중에 감사보고서 문제까지 겹쳐 '진퇴양난'에 빠졌다. 이에 박삼구 전 회장도 초라하게 물러나는 길을 택했다. 

그러나 회장 사퇴에도 상황은 나아지지 않았다. 당시 채권단측은 아시아나항공의 추가 자금 요청을 거부하고, 체질 개선 등을 요구했다. 이에 금호아시아나그룹은 주요 계열사인 아시아나항공, 에어부산 아시아나 에어포트 등을 매물로 내놨다. 금호산업 측은 "연내 매각을 완료하겠다"는 각오다.

코오롱그룹 이웅열 회장은 갑작스럽게 사퇴를 발표한 케이스다. 당시 이 전 회장은 "새로운 도전"을 이유로 들었다. 그러나 항간에서는 이 전 회장 사퇴 배경으로 최근 불거진 골관절염 유전자치료제 인보사 케이주가 있다고 지적한다. 

인보사 사태란 코오롱티슈진이 개발한 약품에서 당초 알려진 것과 다른 물질이 들어간 사실이 알려지면서 시작됐다. 식품의약안전처(식약처)에 따르면 당시 코오롱 생명과학이 제출한 자료에는 인보사 2액 세포가 연골세포가 아닌 신장세포(GP2-293세포)로 표기돼 있다. 

GP2-293 세포는 미국에서 사용이 금지된 물질이다. 그러자 식약처는 인보사와 관련된 인가를 취소했다. 국내 판매와 유통 등도 금지됐다. 그러나 코오롱그룹 측은 "이 전 회장은 책임이 없다. 이전에 경영에서 물러났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참여연대 관계자는 "예전에는 회장이 사퇴할 경우 그동안 불거진 문제가 유야무야 끝나곤 했다. 그러나 사퇴 이후에도 총수의 그룹 내 지배력이 여전하다는 사실이 알려지면서 국민들이 사퇴를 사퇴로 보고 있지 않다"고 지적했다.

퇴임 의사를 밝힌 코오롱그룹 이웅열 회장.(사진=코오롱그룹)
퇴임 의사를 밝힌 코오롱그룹 이웅열 회장.(사진=코오롱그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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