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지털투데이 신민경 기자] 최근 유통·제조사의 오너나 대표가 정치적 발언으로 논란이 된 사례가 여럿 일어나고 있다. 이에 소비자도 정치 성향에 따라 아군과 적군으로 나뉘는 모양새다. 이와 관련 다수의 학계 전문가들은 "많은 이들의 밥줄을 쥔 기업 대표자는 정치색을 드러내는 언행을 삼가야 한다"는 데 무게를 싣고 있다. 주주와 가맹점주, 직원, 협력사 등 이해관계자들의 피해가 우려된단 점에서다.

트위터 글 캡처.
트위터 글 캡처.

앞서 지난 18일 분식 프랜차이즈 국대떡볶이의 김상현 대표는 자신의 페이스북 계정에 "북한이 황교안 자유한국당 대표의 삭발을 힐난했다. 문재인 대통령이 황 대표의 삭발을 그렇게 말렸다"면서 "결론은 문 대통령은 북조선 편이다. 황 대표는 잘 하셨다"고 썼다. 뒤이은 23일엔 "황 대표를 지지한다. 공산주의자 문재인을 몰아내야 한다"고 적었다. 또 김 대표는 올리는 게시글마다 '코링크는 조국꺼' '문재인은 공산주의자' 등의 해시태그를 붙였다.

김 대표의 발언 강도가 세지자 국민 여론은 지지와 반박 등 두 갈래로 나뉘고 있다. 정치적 견해 차이 때문이다. 일부에서 보이는 불매 조짐도 이 때문이다. 댓글란의 절반 가량은 "요식업자가 정치 성향을 드러내면 위험하다" "민감한 시국에 경솔한 자기표현인 듯하다" 등 생계 타격을 걱정하는 업주들의 글들이 주를 이뤘다.

김상현 국대떡볶이 대표는 자신의 페이스북 계정에 올리는 게시글마다
김상현 국대떡볶이 대표가 자신의 페이스북 계정에 올리는 게시글마다 '문재인은공산주의자' '코링크는조국꺼' 등을 덧붙이고 있어 논란이 되고 있다.

그런가 하면 지난달 7일엔 윤동한 한국콜마 회장이 직원 700여명 대상의 월례조회에서 특정 정당을 지지하는 유튜버 '리섭TV'의 영상을 틀어 여론의 반향을 일으켰다. 이 영상에서 리섭은 "아베가 문재인의 면상을 주먹으로 치지 않은 것만 해도" "아베가 선물한 케이크는 달다고 면전에서 거부하더니 김정은하고는 잘만 처먹었다" 등 문 대통령을 극단적으로 비하하는 표현을 썼다. 의도와 상관 없이 영상을 시청하게 된 직원들은 행사가 끝난 뒤 익명 게시판을 통해 불편한 감정을 드러냈다.

논란이 본격화한 지난달 10일부터 이틀 동안은 한 포털사이트의 급상승 검색어 순위 1, 2위에 '한국콜마 제품'이 올르기도 했다. 기업 오너에 대한 분노가 제품 불매 운동으로 번진 것이다. 비난 여론이 쇄도하자 나흘 만인 지난달 11일 윤회장은 자사 종합기술원에서 대국민 사과 기자회견을 열고 스스로 사퇴했다.

(자료=네이버 데이터랩)
(자료=네이버 데이터랩)

학계에선 "기업 대표자들은 정치적 발언을 지양해야 한다"는 의견을 내놓고 있다. 기업 대표의 발언은 본인에 대한 비판과 동조에서 끝나는 게 아니라 이해관계자에게 직·간접적으로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이유에서다.

신민수 한양대 경영학부 교수는 디지털투데이에 "중소·중견 프랜차이즈에 종사하는 업주도 포괄적인 의미의 주주"라면서 "현대경영학에선 주주가치의 극대화가 우선인데 윤동한 회장과 김상현 대표는 이를 어기고 주주 권한보다 자기 표현을 앞세웠다"고 질타했다. 경제인이 정치적 의견을 피력하는 행위 자체가 주주의 이익침해로 이어진단 얘기다. 만일 부득이하게 정치적 발언을 할 경우 사전에 이해관계자의 동의를 구하거나 협의를 할 필요가 있단 게 신 교수의 설명이다.

원재환 서강대 교수도 "민주주의 사회에서 공개적으로 대통령에 대한 지지나 반대 의사를 표할 수 있어야 한다"면서도 "사실 확인이 되지 않은 주장을 하거나 국민정서를 고려하지 않은 채 원색적인 발언으로 일관한다면 질타를 받을 여지가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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